지난 3월, AMD가 한 번에 무려 7개의 AM4 소켓 라이젠 프로세서를 발표했습니다. 3D V 캐시를 적층해 게임에서 최대 15%의 성능 향상 효과가 있다는 라이젠 7 5800X3D에 대한 소개는 잠깐 미뤄둡시다. 그건 4월 20일에 출시되거든요. 우선은 라이젠 7 5700X, 라이젠 5 5600, 라이젠 5 5500, 라이젠 5 4600G, 라이젠 5 4500, 라이젠 3 4100이 먼저 출시됩니다. 이들 CPU는 분명 신제품이지만 아주 새롭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왜냐면 모두 AMD의 기존 아키텍처를 그대로 유지하고, 클럭과 TDP, 내장 그래픽 활성화 등의 일부 스펙만 손보아서 출시한 제품들이거든요. 그래서 신제품이긴 해도 새로울 건 없어 보입니다.
'없다'가 아니라 '없어 보인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뀐 점이 아주 없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AMD는 젠3 아키텍처를 7nm 공정으로 생산한 라이젠 5000 시리즈를 2020년 11월에 출시했습니다. 그 후로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요. 그 동안 AMD가 젠3 아키텍처와 7nm 공정을 다루는 노하우는 더욱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버미어 코어의 새 스테핑인 B2입니다. 여기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CPU 오버클럭과 메모리 오버클럭이 기존 스테핑보다 잘 된다는 경험담이 있거든요. B2 스테핑은 최근 출시되는 라이젠 5000 시리즈에 모두 적용되며, 이번에 출시되는 5700X와 5600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젠3 아키텍처의 성능이 어떤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코어 수는 얼마고 클럭은 어떻게 되니까 성능 역시 이 정도 나올 거라고 대충 넘겨 짚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겠죠. 여기에선 겉으로 드러난 스펙 아래에 숨겨진 게 있지 않을까 찾아보기 위해 라이젠 7 5700X, 라이젠 5 5600, 라이젠 5 5500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CPU의 스펙 이상으로 파고 들만한 특징들이 하나씩 있는 제품들이더라고요. 최적의 튜닝 값을 찾으며 재미를 느끼거나 가성비를 최대한 끌어 내고 싶거나, 저전력 8코어 시스템을 원한다면 이번에 나온 새 라이젠에 주목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제품명 | 아키텍처 | 코어/스레드 | 부스트/기본 클럭(GHz) | 전체 캐시(MB) | TDP(W) | PCIe 버전 | 번들 쿨러 |
라이젠 7 5800X |
젠 3(버미어) |
8/16 | 4.7/3.8 | 36 | 105 | 4.0 | 없음 |
라이젠 7 5700X | 젠 3(버미어) | 8/16 | 4.6/3.4 | 36 | 65 | 4.0 | 없음 |
라이젠 5 5600X | 젠 3(버미어) | 6/12 | 4.6/3.7 | 35 | 65 | 4.0 | 레이스 스텔스 |
라이젠 5 5600 | 젠 3(버미어) | 6/12 | 4.4/3.5 | 35 | 65 | 4.0 | 레이스 스텔스 |
라이젠 5 5600G | 젠 3+라데온 그래픽(세잔) | 6/12 | 4.4/3.9 | 19 | 65 | 3.0 | 레이스 스텔스 |
라이젠 5 5500 | 젠 3(세잔) | 6/12 | 4.2/3.6 | 19 | 65 | 3.0 | 레이스 스텔스 |
비교를 위해 기존 모델과 새 모델의 스펙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굵은 글씨로 표시한 것이 신제품입니다.
이들 새 CPU를 쓰기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기존의 AM4 소켓 메인보드에서 바이오스를 업데이트하면 끝납니다. AMD는 AM4 소켓의 초기 모델인 300 시리즈 칩셋에서도 라이젠 5000 시리즈를 지원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지요. 단순히 CPU 가격이 얼마 더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구형 메인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 본다면, 메인보드를 새로 사고 DDR5 메모리까지 따져봐야 하는 경쟁 상대보다 AMD 쪽의 시스템 구축 비용이 더 저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이젠 7 5700X은 라이젠 7 5800X의 핵심 스펙인 8코어 16스레드를 유지하면서 클럭을 3.8~4.7GHz에서 3.4~4.6GHz로 낮췄습니다. 부스트 클럭 기존 100MHz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TDP가 105W에서 65W로 대폭 줄어들었기에,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클럭은 라이젠 7 5800X보다 많이 낮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8코어 16스레드는 필요한데 이 많은 코어가 굳이 높은 클럭으로 작동할 필요가 없다면 저전력 8코어 프로세서라는 라이젠 7 5700X의 스펙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저전력 8코어에 초점을 맞췄기에 라이젠 7 5700X는 따로 오버클럭을 하지 않고 기본 스펙 그대로를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라이젠 5 5600은 라이젠 5 5600X에서 X를 떼버렸습니다. 그리고 클럭이 줄어들었습니다. 3.7~4.6GHz에서 3.5~4.4GHz로요. 전체적으로 라이젠 5 5600X보다 작동 클럭이 낮고, 부스트되는 클럭 역시 줄어든 모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CPU에서 이런 식으로 모델을 구분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고클럭으로 작동하는 제품들은 상위 모델로, 그렇지 않은 제품은 하위 모델로 출시하는 식이죠. 이렇게 하면 제조사 입장에선 수율이 늘어나고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젠 5 5600X 아래에 버미어 다이를 쓰는 다른 모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5600X와 5600이 함께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두 모델 사이에는 무려 1년 6개월 가까운 시간이 차이가 나지요. 5600X로 팔기 어려운 6코어 프로세서를 지금까지 꾸역꾸역 모아뒀다가 이제서야 5600이라고 이름붙여 팔 수 있을 정도로 AMD의 창고가 넓다는 주장보다는, 하위 모델을 만들기 위해 5600X로도 팔아도 되는 칩에 5600라 이름을 매기고 그 대신 클럭을 낮췄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그래서 라이젠 5 5600는 라이젠 5 5600X에 프리시전 부스트 오버드라이브가 작동했다고 가정해서 4.7GHz로 오버클럭하고, 여기에 메모리 클럭을 4200MHz로 오버클럭해서 성능을 측정했습니다. B2 스테핑 덕분인지 따로 설정할 것도 많지 않았습니다. 배수를 47로 올리고 메모리 클럭을 4200MHz로 올리고, CPU 전압을 대충 1.23V 정도로 적당히 올린 게 전부입니다.
라이젠 5 5500은 앞의 두 CPU와는 다른 성격의 제품입니다. 같은 젠3 아키텍처지만 버미어가 아닌 세잔 기반의 CPU거든요. 라데온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라데온 5600G에서 그래픽 기능을 끄고, 클럭을 3.9~4.4GHz에서 3.6~4.2GHz로 낮춘 제품입니다. 코어/스레드 수는 6코어 12스레드로 라이젠 5 5600과 같지만, 전체 캐시 용량이 줄어들고 PCIe 버전도 4.0이 아닌 3.0이기에 라이젠 5000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숫자인 5500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CPU도 새로 생산한 젠3 아키텍처 기반 제품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지요. 그래서 CPU 클럭을 4.4GHz로, 메모리 클럭을 4200MHz로 오버클럭한 테스트를 추가했습니다.
비교 상대로는 인텔 코어 i5-12400을 사용했습니다. 인텔의 최신 아키텍처인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이며, 6코어 12스레드의 구성으로 22만~24만원 선에 판매되는 CPU지요. 기존의 라이젠 5 5600X에 더해서 이번에 출시된 라이젠 5 5600과 5500모두 6코어 12스레드니,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 될 거라고 여겨집니다.
메인보드입니다.
AMD: MSI MEG B550 유니파이 https://gigglehd.com/gg/9497905
인텔: MSI PRO H610M-B DDR4. 이건 곧 리뷰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테스트에 사용한 DDR5 메모리의 클럭이 DDR4보다 높았습니다. 4800MHz와 3200MHz였지요. 그러나 두 메모리의 레이턴시가 다르기에 마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 DDR4 메모리로 조건을 맞추기 위해 메인보드를 바꿨습니다.
메모리는 전부 DDR4-3200MHz 16GB 듀얼채널로 구성하되, 이번 테스트의 주인공인 라이젠 5 5500과 라이젠 5 5600은 CPU 오버클럭을 하면서 메모리도 함께 4200MHz로 오버클럭한 테스트를 추가했습니다. B2 스테핑, 그리고 최신 주차의 위력 덕분인가 고클럭 메모리 설정이 어렵지가 않더라고요.
다른 테스트 환경입니다.
그래픽카드: MSI 지포스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 D6X 10GB 트라이프로져2 https://gigglehd.com/gg/8242387
인텔: 윈도우 11,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쿨러 https://gigglehd.com/gg/11407122
AMD: 윈도우 10 21H2, BYKSKI B-FRD 360 RBW 쿨러 https://gigglehd.com/gg/5761047
온라인 게임은 라이젠이 대세
3D마크에서는 양쪽 진영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에서는 라이젠이 우세하고 타임 스파이에서는 코어 프로세서가 더 낫습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라이젠의 일방적인 승리로 기울어집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로스트 아크 등의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온라인 게임의 경우 라이젠의 우세가 두드러집니다. 라이젠 5 5600X가 코어 i5-12400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낸다고 평가받는 영역이었는데 라이젠 5 5600이 추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라이젠 5 5600X씩이나 나올 필요가 없이 라이젠 5 5600으로도 정리가 되거든요. 뿐만 아니라 라이젠 5 5600을 오버클럭하면 라이젠 5600X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오버클럭을 통한 성능 튜닝을 즐기거나, 가격 대 성능비를 최대한 뽑아내서 온라인 게임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 라이젠 5 5600을 오버클럭하는 게 정답으로 보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로스트 아크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호라이즌 제로 던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3D마크 포트 로얄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CPU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CPU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피직스
65W TDP의 낮은 전력 사용량
이번 테스트에 쓴 라이젠 CPU 중 105W는 라이젠 7 5800X 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65W입니다. 오버클럭을 해서 표기 스펙 이상의 성능을 이끌어낸 경우에는 전력 사용량이 더 늘어나긴 했으나, 대체로 65W TDP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전력 사용량 테스트에서는 라이젠 7 5700X가 매우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는데요. 8코어 16스레드임에도 불구하고 6코어 12스레드 수준의 낮은 전력 소모를 기록해, 저전력 8코어 프로세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CPU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CPU 연산/작업 성능은 일장일단
게임 외에 다른 분야의 경우 CPU 아키텍처와 구성에 따라서 제각각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순간적인 싱글스레드 성능은 코어 i5-12400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양쪽 진영 사이에 성능 차이가 엄청나게 크게 나오진 않습니다. 이에 비해 멀티스레드 위주의 테스트에서는 여전히 라이젠 5000 시리즈가 앞섭니다. 영상 인코딩을 비롯한 일부 작업에서는 대용량 캐시 덕분인지 라이젠 쪽의 성능이 더더욱 높게 나왔지요. 따라서 온라인 게임을 한다면 무조건 라이젠, 여기에 연산이나 기타 작업을 하겠다면 용도에 따라서, 그리고 인코딩까지 생각한다면 역시나 라이젠 쪽이 더 알맞는 선택이 되리라 보입니다.
CPU-Z 17.01 싱글
CPU-Z 17.01 멀티
CPU-Z 19.01 싱글
CPU-Z 19.01 멀티
시네벤치 R15 싱글
시네벤치 R15 멀티
시네벤치 R23 싱글
시네벤치 R23 멀티
7Zip 압축 하기
7Zip 압축 풀기
7Zip 압축 성능
코로나 렌더링
H.264 1080p 인코딩
X.265 1080p 인코딩
X.265 4k 인코딩
V레이 렌더링
블렌더 렌더링 moster
블렌더 렌더링 junkshop
블렌더 렌더링 classroom
wPrime 32M
wPrime 1024M
PC마크 10
PC마크 10 에센셜
PC마크 10 프로덕티비티
PC마크 10 디지털 컨텐츠 제작
3D마크 CPU 프로파일
라이젠 7 5700X, 라이젠 5 5600, 라이젠 5 5500은 아키텍처나 코어 구성의 변화 없이, 기존 제품에서 클럭과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고 스테핑을 업데이트한 CPU입니다. 하지만 젠3 아키텍처가 워낙 완성도가 높고 또 성공적인 제품이었기에, 이 정도의 변화로도 라인업을 풍부하게 늘리는 효과는 충분합니다. 라이젠 5 5500은 라이젠 5000 시리즈의 보급형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며, 라이젠 7 5700X는 저전력 8코어 프로세서라는 개성을 지닌 덕분에 인기가 높으리라 기대되는 제품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제품은 라이젠 5 5600입니다. 간단한 오버클럭으로 상위 모델인 라이젠 5 5600X와 동급의 성능을 내주는 CPU지요. 바꿔 말하면 5600X를 5600으로 만들어서 출시했다는 소리입니다. 여기에 B2 스테핑 덕분에 4200MHz의 메모리 오버클럭까지 가능한 CPU지요. CPU와 메모리 오버클럭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재미를 느끼거나, 가격 대 성능비를 극대화한 시스템을 원하는 사람들이 반길만한 제품입니다. 라이젠 5 5600X는 온라인 게임에서 경쟁 상대인 코어 i5-12400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라이젠 5 5600이 출시되면서 코어 i5 12400를 양쪽에서 짓누르는 모양새가 되버린 듯 합니다.
물론 가격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라이젠 5 5600X나 라이젠 5 5800X은 이미 발표 당시에 비해 많이 저렴해진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추가된 라이젠 5 5500, 라이젠 5 5600, 라이젠 5 5700X은 당연히 그보다 더 싼 값에 팔겠지요. 여기에 구형 메인보드에서도 라이젠 5000 시리즈를 공식 지원하면서 보드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졌고, 저렴한 DDR4 메모리를 쓸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시스템 전체 도입 비용은 여전히 AMD 라이젠 쪽의 부담이 낮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