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오랜만에 친구 여동생이 메시지를 보냈어요. 노트북이 고장나서 새 제품을 알아봐달라는 거였어요. 기존에 썼던 노트북은 한성컴퓨터 ForceRecon U35S(링크). 윈도10부터 오피스랑 이것저것 필요한 걸 깔면서 잘 쓰라고 직접 건네줬는데, 그게 벌써 4년 전의 일이라니 당혹스럽군요. 새내기의 풋풋함을 티내던 여동생은 학교를 졸업해 어엿한 취준생이 됐다지요.
새 제품으로 뭘 골라줄까? 가끔 워드랑 엑셀을 돌리면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포토샵으로 작업도 한다고 하니,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으면서 성능이 나쁘지 않고, 가벼우며, 디자인이 예쁜 제품을 찾아야 했습니다. 70만원 안팎의 적당한 제품을 고르니 세 가지가 나오더군요. 에이서 스위프트3 SF314-56 i5 솔리드2(링크), 에이수스 비보북 S13 S330UA-EY024(링크),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340 14IWL(링크)였습니다.
친구 여동생의 원픽은 레노버로 뽑혔습니다. 후기를 둘러보니 실사로 찍힌 이미지가 가장 괜찮아보였다나요. 셋 중에 가장 핫한 제품이기도 하고, 배터리도 3셀에 52.5Wh 용량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마침 SSD 업그레이드(NVMe M.2 256GB→SATA3 512GB) 프로모션을 하고 있어서 용량 부족에 시달리진 않겠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주문을 했더니 바로 다음날 점심에 도착했습니다. SSD를 업그레이드한 노트북이라서 박스에 개봉흔이 있더군요. 구성품은 매우 간단한데, 충전 어댑터가 좀 특이했어요. 충전 코드랑 어댑터가 한 몸에 붙어 있는 거 아니겠어요? 보통의 노트북이라면 어댑터에다 전원 코드를 따로 연결하는 구조가 흔한데 말이죠.
무게는 1.4kg로 U35S랑 비슷합니다. 화면 크기만 15.6인치인 제 한성노트북에 비하면 깃털만큼(?) 가볍죠. 베젤은 5mm 수준으로 최소한 줄이고, 화면은 그에 맞게 14인치로 조금 키웠습니다. 이런 디자인을 '내로우 베젤(narrow-bezel)'이라고 하나요? 좀 더 크고 넓게 보이는 착각이 들게끔 잘 만들어졌군요. 나중에는 베젤리스(Bezel-less) 형태의 노트북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화면 크기에 비해 눈에 보이는 화면은 아쉬워요. 상하 시야가 좁은 TN패널의 특성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고른건데, 최대 밝기(220니트)로 광도를 올려도 약간 부족합니다. 블라인드를 내린 카페의 창가 자리나 형광등 불빛이 덜 비치는 도서관 자리에 골라 앉아도 100% 밝기로 써야 글자랑 그림들이 잘 보여요.
밝기를 최대치로 올리면 혹시 배터리 사용 시간이 부족하진 않을까요? 배터리를 가득 채운 뒤, 엣지 브라우저에서 유튜브를 풀HD 화질로 계속 돌려봤습니다.
음량을 40% 출력으로 2시간 돌렸더니 처음 30분은 92%, 1시간째 86%, 1.5시간 79%, 2시간 72%로 0.5시간 당 7~8%씩 배터리 잔량이 완만히 떨어졌습니다. 이후에도 2.5시간 65%, 3시간 58%, 3.5시간 51%, 4시간째 43%순으로 일정하게 배터리가 줄어드는 모습이었어요. 배터리 보호 모드(20%)를 띄우기까진 대략 6시간이 걸리는군요. 이어폰을 꽂으면 하루종일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해도 부족하진 않겠어요.
들려주는 소리는 꽤 들어줄 만합니다. 외계인 고문 비법이 가득한 유체 역학을 복습하다 꽉 막혀 현타가 오면 가끔 유튜브 음악으로 힐링한다는데, 어찌 안 들어볼 수가 있나요. 처음엔 음량을 50%로 잡아서 노래를 틀었더니, 마치 붐박스처럼 증폭돼 소리가 울리며 크게 들리더군요. 40%로 조금 낮춰서 들어야 소리가 선명하고 깔끔하게 잘 들립니다. 다른 노트북에 달린 2W 스테레오 스피커보다 더 낫습니다.
성능도 괜찮아요. 몇 세대 전 듀얼코어(i3-5010U)보다는 당연히 최신형 쿼드코어(i5-8265U)가 좋지 않겠어요? 심지어 제 노트북에 든 펜티엄 G4560을 앞서기까지 해요. PC마크10과 3DMARK에서 알고 싶지 않은 성능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숨어있던 지포스 MX 230이 존재감을 뽐내며 또 한 번 격차를 벌립니다. 유튜브를 3시간도 겨우 돌리는 이 노트북이 뭐라고 부둥켜안고 사는 건지 자괴감(?)이 드는군요.
PC마크10 (총점 / 필수성능 / 생산성 / 디지털 컨텐트)
S340 14IWL : 3230 / 6600 / 4764 / 2909
H57 DGA4560 : 2419 / 5187 / 4437 / 1669
3DMARK
(타임 스파이 / 파이어 스트라이크 / 나이트 레이드 / 스카이 다이버)
S340 14IWL : 890 / 2352 / 10178 / 6896
H57 DGA4560 : 247 / 665 / 3102 / 2644
마냥 좋기만 할까요? 키감은 무난한데 터치패드의 만듦새는 의외로 별롭니다. 패드의 양 아래 가장자리를 누르면 단차가 의심될 정도로 소폭 들어갔다 나오기도 합니다. 제품 자체의 특성인지, 제가 받은 제품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군요. 상품 정보에는 화면을 180도 완전히 뒤로 눕힐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어요.
자잘한 문제만 몇 개 해결된다면 제품 자체의 상품 구성은 괜찮습니다. 69만원에 딱 필요한 것만 집어넣고 만든 티가 팍팍 나거든요. 장식용 유선랜을 빼면서 배터리 양은 늘리고, TN패널을 고른 대신에 디자인과 소리 감성을 놓치지 않았어요. 충전기도 휴대하기 좋게끔 가벼이 만들어져서 백팩에 막 넣고 다니기 좋아요.
색상은 네 가지 모델로 준비돼 있어요. 플래티늄 그레이(실버) 말고도 오닉스 블랙, 어비스 블루, 샌드 핑크가 있는데, 실버 외 다른 색상은 재고 소진이 빨라서 며칠 뒤에나 제품을 주문해야 합니다. 지금은 실버만 유일하게 고를 수 있어요. 사후 지원은 제품 구매 후 1년 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 다 쓰고 보니, 레노버가 5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 간 메모리 무상 업그레이드(RAM 4GB → RAM 8GB) 프로모션도 진행했군요. SSD 업그레이드 프로모션을 하던 중에 말이죠. 조금 더 기다렸다 살 걸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