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마지막 리뷰를 제가 장식했으니, 2023년의 영광스러운 첫 리뷰도 저의 글로 열어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컴퓨터 업그레이드는 즐거운 고민인 동시에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떤 부품이 가성비가 가장 좋을지, 어떤 부품을 써야 내가 원하는 체감 차이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다나와와 하드웨어 벤치마크들을 들락거리며 밤새 고민을 하게 되지요.
저는 라이젠의 부흥기를 시작한 2700X, 블로워팬의 라스트 댄스였던 1080ti FE와 함께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AMD가 AM5 소켓으로 넘어가고, 엔비디아는 3슬롯 12핀 파워 차력쇼를 시작하려는 지금 업그레이드를 결심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젠 7000번대와 RTX 4000번대는 당장 넘어갈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였지요.
장고 끝에 제가 결정한 부품 조합은 라이젠 5800X3D와 RTX 3080ti입니다.
비록 알리발 5700X가 엄청난 가성비를 뽐내며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지만, 마지막 AM4+DDR4 조합에서 그 대단하다는 3D V캐시를 써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발목을 잡아서 5800X3D를 선택하였고, RTX3080대비 고해상도에서 유의미한 메리트를 가지고, RTX3090과 차이가 거의 없는 RTX3080ti가 중고 매물들을 둘러보았을 때 가장 가성비 좋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미루는 동안 CPU는 3000번대를 지나 5000번대로 두 세대 업그레이드하게 되었고, GPU도 마찬가지로 2000번대를 지나 3000번대로 두 세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CPU는 8코어중 최상급 라인이고, GPU는 80ti 라인으로 동일한 등급 내에서 세대만 변화하게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두 세대를 지난 CPU와 GPU는 실제 게임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요? 저와 함께 알아보시죠!
1. 1080Ti -> 3080Ti
요즘들어 아무리 CPU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게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은 그래픽카드입니다.
(1080ti FE에서 3080ti ROG Strix로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쿨링 솔루션이 훨씬 좋아졌다는 점도 감안해주세요.
사진출처 ASUS 공식 홈페이지, Nvidia 공식 홈페이지)
그래픽카드 못지 않게 CPU 업그레이드를 중요하게 보는 현상은 물론 게임의 특징 변화나 API의 발전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암호화폐 채굴 대란으로 인해 그래픽카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서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 CPU 체급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역전 구간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겠지요? 그래픽카드 가격이 정상화 된 이후에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지 지켜보면 재미있겠습니다.
각설하고. 2700X CPU에서 그래픽카드를 1080ti -> 3080ti로 업그레이드 했을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측정해보겠습니다.
테스트 항목
오늘의 모든 테스트는 그래픽카드 벤치마크에서 빠질 수 없는 3D Mark와 제가 자주 하는 게임인 삼국지 토탈 워, 포르자 호라이즌 4, 그리고 온라인게임인 검은사막의 항목으로 측정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와우도 5800X3D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여 측정해보고 싶었으나, 제가 월정액을 결제하지 않은지 오래되어 테스트해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PTR이나 저레밸 구간은 무료로 접속할 수 있긴 하지만, 실제 만렙 이후 플레이 환경을 반영할 수 없을 것 같아 제외하였습니다.
3D Mark의 경우 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G-Sync를 끄고 진행했습니다.
- 삼국지 토탈 워의 경우에는 게임 내장 전투 벤치마크 (3440x1440P, 테두리 없는 창 모드, 최고 옵션, G-Sync ON)
- 포르자 호라이즌 4의 경우에는 게임 내장 벤치마크 모드 (3440x1440P, 전체화면, 매우 높음 옵션, G-Sync ON)
- 검은사막의 경우에는 별도의 벤치마크 모드가 존재하지 않아,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프리셋으로 하이델 마을 창고앞 언덕에서 강가를 바라보며 60초 평균 FPS를 측정하였습니다.
(프리셋: 시야각 78, 텍스처 품질 중간, 화면 품질 중간, 성능 최적화 ON, 저전력모드 OFF, G-Sync ON)
-검은사막 테스트 조건 선정에 대한 사족-
벤치마크 모드가 없는 검은사막에서, 말 조련 자동이동 코스의 경우 측정 내용이 비교적 일관적이지만 프레임이 너무 높게 나와 비교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고, 사냥의 경우 스킬 사용이나 코스에 따라 측정 내용이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어 마을 내 CCTV 모드로 측정하였습니다. 하이델 언덕은 낚시를 하고 창고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꾸준히 시야에 많이 들어와서 프레임이 낮게 나오는 지역이고, 검은사막 특유의 프레임드롭 문제를 측정하기에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버는 에페리아 3서버를 이용하였습니다
테스트 결과
테스트 결과를 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당연하게도, 3D 마크 점수가 엄청나게 뛴 점이 인상깊습니다.
이정도까지 기대하진 않았는데 타임스파이 그래픽의 경우에는 2배를 초과하는 퀀텀 점프가 이루어졌네요.
파이어스트라이크 컴바인의 경우에는 그래픽 스코어가 엄청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같은 점수가 나왔고, 타임스파이의 CPU 점수는 오히려 떨어진 점이 의아하기도 합니다.
삼탈워의 경우에도 인상적인 결과가 나왔는데요,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았던 이전 사양에 비해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으로 2배 이상의 퀀텀 점프가 일어났습니다.
다만 검은사막의 경우에는 평균 프레임률에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다른 상황에서 플레이를 더 해보았는데, 마을을 들어오고 나갈때나 사냥할때 느껴지는 프레임 드롭이 여전했습니다.
검은사막의 프레임 드롭은 그래픽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포르자 호라이즌은 결과 화면이 너무 잘 정리되어있어 결과 화면 전체를 첨부합니다.
(위쪽이 1080ti, 아랫쪽이 3080ti 입니다)
GPU 제한 비율을 보면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는데요, 1080ti의 경우에는 CPU 렌더링의 한계가 여유로운데 반해 GPU의 성능이 한계에 달해 50.6%의 높은 제한 비율을 보입니다.
반면 3080ti는 제한 비율이 0.0%로, 달성한 FPS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는 2700X의 한계로 인해 GPU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패키지 게임이라도 게임에 따라 성능 향상폭이 크게 다르고, 특히 검은사막은 프레임률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깊네요.
그렇다면 CPU까지 바뀐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요?
2. 2700X -> 5800X3D
5800X3D는 게임, 특히 온라인 게임 성능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해당 세대 8코어 라인업에서 최강자의 위치에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5800X3D는 3D Vcache라는 특별 요소가 있어 완전히 동일 선상에 놓기는 어렵습니다. 5700X 또는 7700X와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사진출처 다나와)
저 역시도 온라인 게임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 그 점을 기대하고 5800X3D를 선택하였는데요, 앞서 검은사막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준 업그레이드를 만회할 수 있을까요?
5600X나 5700X가 있었다면 5800X3D와 비교해보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집에 CPU가 남는 사람이 아니라 안타깝습니다.
(여담이지만, 5800X3D는 쿨러가 포함되어있지 않아 박스 내부가 정말 휑합니다. 플라스틱 완충제 대신 뭔가 기념품이라도 넣어주었으면 좋았을텐데요)
테스트 결과
소문의 진상을 직접 확인해볼 시간입니다.
재미있게도 CPU만 바뀌었을 뿐인데 파이어스트라이크 그래픽 점수가 약 10% 올랐습니다. 타임스파이는 3%정도, 크진 않지만 오차 범위 밖의 향상이 있었네요.
당연히도 CPU 점수가 올랐기 때문에 총점이 엄청나게 향상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파이어스트라이크는 오히려 그래픽카드를 바꾸었을 때보다도 CPU를 바꾸었을때 총점이 더 크게 향상되었네요.
삼탈워는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픽카드를 바꾸었을때 극적인 향상이 있었던것과 반대로, CPU 교체를 통해선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CPU 업그레이드의 일반적 기대효과에는 부응하듯이 최저 프레임이 오른 점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모든 테스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검은사막입니다.
검은사막의 프레임이 전체화면 창모드의 제한인 120프레임에 걸려서 120프레임 상태로 고정되었습니다.
이를 해제하고 몇프레임까지 나오는지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만, 120프레임보단 평균 FPS가 훨씬 높게 나올것이라는것은 자명합니다.
그 외에도 말을 타고 마을이동과 사냥을 몇시간 해보았는데, 그동안 검은사막을 하면서 느끼던 프레임 드롭과 스터터링이 99% 사라졌습니다. 사냥시 약 15분 정도마다 한번씩 특정 구간에서 프레임 드롭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구간에서는 정말 놀라운 차이를 느꼈습니다.
도대체 검은사막의 연산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진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그래픽카드보다는 CPU의 영향이 지배적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3D Vcache가 없는 일반 라인은 어떨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포르자 호라이즌입니다.
(위쪽이 2700X, 아랫쪽이 5800X3D 입니다)
포르자 호라이즌은 이전 결과에서 CPU가 발목을 잡던 것을 완전히 해소하고, GPU 제한 비율이 34.3%로 충분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덕에 달성한 FPS가 60%정도 향상되었습니다.
달성한 프레임만 보자면 그래픽카드를 바꾸었을때 성능 향상폭이 약 30%이고, CPU를 바꾸었을 때 성능 향상폭이 약 60%라는 점에서 포르자 호라이즌의 CPU 의존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3. 종합 결과
그렇다면 2700X+1080Ti 시스템을 5800X3D+3080Ti 시스템으로 바꾼 결과는 결국 얼마나 큰 성능 향상이 있었을까요?
최초의 시스템과 최종 시스템의 결과를 비교해보겠습니다.
3D마크의 경우 파이어스트라이크 그래픽 점수는 76.5%, 총점은 75.8%
타임스파이 그래픽 점수는 118.7%, 총점은 101.9% 향상이 있었습니다
저의 사용 해상도가 3440x1440이기 때문에 2560x1440 해상도로 렌더링을 하는 타임스파이가 더 정확한 성능 향상폭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포르자 호라이즌의 결과입니다.
(위쪽이 2700X+1080Ti, 아랫쪽이 5800X3D+3080Ti 입니다)
최초의 결과와 최종 결과를 비교하면 약 106%의 성능 향상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평균 지연이 27.9에서 13.7로 크게 감소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게임에 따라 CPU를 바꾼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도, GPU를 바꾼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3종 게임의 결과를 종합했을 때는 평균 104.5%의 프레임률 향상이 있었습니다. (검은사막은 부득이하게 120FPS로 계산하였습니다)
같은 등급에서 CPU와 GPU를 두 세대씩 업그레이드 한 결과 치고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네요. 두 세대를 걸쳐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4. 맺는 말
AM4의 라스트 댄스 5800X3D와 12V커넥터 없는 마지막 플래그십인 3080Ti를 선택한 이번 업그레이드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비록 시스템 발열은 상당히 증가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검은사막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놀랐고, 제가 즐기는 대부분의 게임들을 정복해서 한동안 업그레이드 수요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점이 든든합니다.
그래서 이번 업그레이드, 만족하냐구요?
당근빳따죠!
아직 구형 라이젠과 채굴대란 이전의 그래픽카드에 머물러계시는 분들에게 이 글을 선사합니다.
사실 뭐가 되었던지간에, 신규 플랫폼을 사용해보는건 항상 즐거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