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디스플레이를 직접 조준하여 포인팅을 할 수 있는 총 모양 컨트롤러를 라이트건이라고 합니다. 주로 건슈팅 게임들 (예: 버추어 캅)을 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라이트건의 조준 방향이 좌표값으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라이트건은 주로 이런 방식으로 동작했습니다.
- 조작하는 순간 CRT 모니터의 화면을 순간적으로 판정용 화면으로 변경하여 인식하는 방식
- Wii 처럼 별도의 인식 센서바를 화면쪽에 설치하여 컨트롤러를 인식하는 방식
도태된 CRT 모니터의 요구, 센서바가 커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의 최대 크기 한계, 별도의 장치 설치 등 여러가지 불편한 요소들에 더해, 건슈팅 게임들의 쇠퇴가 겹쳐서 요즘은 이 제품군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Sinden Lightgun® – The official site for the Sinden Lightgun®
그런데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방식의 라이트건이 출시되었습니다. 신덴 라이트건(Sinden Light Gun)은 전면부의 카메라가 디스플레이를 직접 인식하여 라이트건이 조준하는 방향을 좌표값으로 변환합니다. 때문에 별도의 센서 설치가 필요없고, 디스플레이의 종류, 디스플레이의 크기 등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인디고고 후원으로 주문을 받으며 단품으로 구입시 반동 장치가 없는 버전이 £80 GBP (약 12만 5천원), 반동 장치가 있는 버전이 £130 GBP (약 20만 5천원) 입니다. (배송비 별도)
이 제품은 최근에야 양산이 되기 시작했으며, 저도 후원한지 약 1년 뒤에 제품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작년 11월에 받기로 예정되었던 물건이 코로나네 브렉시트네 등등의 이유로 8개월 가량 늦어진 것입니다.
외관
저는 반동 장치가 있는 검정 색상을 주문했습니다. 박스를 열어보면 설명서 한장 없이 이렇게 덜렁 본체만 들어있습니다. 영국에서 생산된 이 물건은 한국으로 직배송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미국 배대지->한국의 경로로 들어왔으며, 배송비는 총 £20 GBP + $14.98 (약 4만 8500원)
좌측에 버튼 두 개, 십자키 하나, 우측에 버튼 두 개, 하단에 슬라이드, 그리고 방아쇠까지 총 9개의 조작부가 존재합니다.
전면에는 이렇게 카메라가 한 개.
전체적인 외관의 퀄리티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3D 프린터로 뽑은듯한 거친 질감에 중간중간 니퍼 자국이 있으며 겹합 나사도 보이기 쉬운 곳들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다고 또 엄청 싸구려틱한건 아니고, 그럭저럭 튼튼하게는 생긴 애매한 퀄리티입니다. (20만원짜리가 애매하도 되는가는...) 디자인도 살짝 쌈마이하긴 한데 최선이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USB 케이블은 넉넉하게 약 5m 정도로 매우 깁니다.
기능
각종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실행 후 장치를 시작하면, 이렇게 라이트건의 카메라가 보고 있는 이미지, 그리고 이 이미지에서 디스플레이로 인식되는 영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식된 디스플레이 영역은 우측에 파란색으로 표시됩니다. 인식에 사용되는 각종 파라미터를 세부 조정할 수 있으며, '밝은 곳', '어두운 곳' 같은 프리셋도 제공합니다.
화면 가장자리에 이미지 인식을 돕기 위한 테두리 (border)를 띄우면 인식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테두리의 두께, 색상 등을 조절할 수 있으며, 주변 환경과 대비될수록 좋습니다. 개발자는 테두리 없이도 동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 한데, 인식률이 별루 좋지 않아 아직은 추천할 수 없습니다.
별다른 조정 없이 테두리를 띄운 일반적인 LCD 모니터에서 인식률과 정확도는 매우 높습니다. 윈도우에서는 마우스 장치로 인식되어 일반적인 클릭, 드래그같은 조작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그럴싸 한데 이게 정말 될까?" 싶던 물건이 상상 이상으로 잘 되니 나름 놀랍습니다.
LCD 모니터에서 사용
프로젝터에서 사용
자 그럼, 디스플레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추가 센서도 불필요하다는 신덴 라이트건의 장점을 최대로 이끌어 내기 위해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해 보겠습니다. (이게 목적이었어)
뷰소닉 PX706HD 프로젝터입니다.
약 3m 거리에서 200인치 화면을 투사할 수 있습니다.
혁신적인 장비도 도입했겠다, 이제 버추어캅을 풀-비전으로 할 수 있겠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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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덴 라이트건을 프로젝터에서 사용하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빔 프로젝터가 만든 화면을 신덴 라이트건의 카메라가 촬영시 cmy로 분리되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스샷처럼 화면이 시안, 마젠타, 옐로로 층층히 나눠진 이미지로 촬영되어 테두리를 어떤 색, 어떤 두께로 하던 디스플레이 영역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화면이 너무 컸다는 점입니다. 동작 원리 상, 신덴 라이트건이 화면의 구석진 위치까지 제대로 조준하려면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신덴 라이트건의 카메라가 인식하는 영역의 최대 1/4을 넘으면 안됩니다.
요컨대... 디스플레이 크기를 따진다는 것이죠. (따흑) 카메라의 인식 범위는 물론 넉넉합니다만, 이렇게 극단적인 환경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합니다.
아주 어두운 환경을 만든 상태에서 프로젝터의 화면 크기를 80%로 줌하고 화면비도 4:3으로 바꾼 다음 최대한 멀리서 조준하면 그나마 어느 정도 인식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도는 LCD 모니터의 그것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고, 체감상 성능은 오락실에서 좀 후진 건슈팅 게임할 때의 그 느낌 정도입니다. (뭔가... 가끔 조준이 엉뚱한데로 튀는 듯한 그 느낌...)
그 게임
...뭐 그럭저럭 할만은 합니다만, 화면 가장자리를 조준할수록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더욱 고성능의 프로젝터에서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모니터나 TV 에서 사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반동
반동 장치가 추가된 버전은 없는 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싼데, 반동 장치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조금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일단 생각보다 시끄럽니다. 반동 크기 조절은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며, 단발을 쏠때마다 탕! 탕! 하고 치는 소리가 나는데 단독 주택이 아니면 조금 부담스럽죠. (영상은 소리가 많이 작게 녹음되었습니다)
둘째로 당연한 점이지만, 시스템에서는 어디까지나 마우스로 인식되고 게임과 직접 연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의 상황과 무관하게 반동이 나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게임 내에서 단발을 쏘면 반동이 한 번씩 나가야 되고, 연사를 하고 있다면 반동도 연속으로 나가야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프로그램에서 미리 단발 모드, 연사 모드를 세팅해 놓을 수는 있는데, 게임을 하기 앞서 매번 설정해 둬야 한다는 점이 좀 불편하죠.
사소하지만 사용 전에 별도 약관에 동의해야 되는 점도 조금 불만입니다. 반동 장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요구하며 제대로 된 환경이 아닐 경우 본체와 사용자 시스템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호불호가 약간 갈리지만, 강력한 반동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사용 후 드는 생각은, 의외로 이 물건은 게임용보다도, 디스플레이를 직접 조준하는 포인팅 장치로서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멀리서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HID가 생각보다 별루 없습니다. 디스플레이를 직접 조준해서 포인팅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죠.
물론 신덴 라이트건은 건슈팅 컨트롤러로서 본래의 역할도 충분히 달성합니다. 건슈팅 게임은 역시 라이트건으로 해야 재미있습니다. 비록 25만원이면 조금 더 보태서 게임기도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여지껏 나온 라이트건 중에서 가장 발전된 컨셉이라는 점에서 고려해 볼만한 가격입니다.
한편으로는 기술부분이 꼭 키넥트 등과 비슷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