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존재감없고 죽는 둥 마는 둥 살고 있습니다.
저번에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사유는 오다이바 빅사이트에서 열렸던 NEPCON JAPAN에 참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규모가 큰 행사인 만큼, 빅사이트의 동관을 전부 쓰는 것도 모자라 서관까지 써버리더라구요.
동관에는 위 7개의 전시를, 나머지 서관은 매년마다 뜨거운 감자인 스마트 팩토리와 웨어러블같은 IoT 연관 제품들을 많이 전시했습니다. 분량도 많고 자료 정리도 해야해서 전부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뭘 전시했는지까지는 업로드하겠습니다. 다만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제 지식이 잘못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댓글로 정정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등록을 했다면 관련 서류를 인쇄해서 가져간 다음, 간단하게 질의란에 체크하여(사실 아무거나 대충대충 찍어도도 됩니다.) 명함 두 장과 제출하면 출입용 목걸이를 받을 수 있고 간단하게 설명을 듣습니다. 저는 일본어로 해도 되고 영어로 해도 되지만 그냥 상대가 일본인이면 가능하면 일본어로 맞춰 주기로 해서 일본어로 얘기해달라고 했습니다. 같이 동행한 사람들은 영어는 되지만 일본어가 힘들어서 서로 의사 소통이 힘들때만 제가 개입했습니다.
"아 이래봬도 내가 납땜 쪼까 하지"하면 다들 아실법한 HAKKO의 장비부터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회사들이 만든 Selective Soldering이 가능한 장비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분야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엄청 판 걸로 알고 있어서 어찌보면 딱히 새로워보이진 않을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전 인두질을 죽어라 못해서 이런게 엄청 신기했거든요. 인두를 뭉뚝하게 만들어 퐁듀처럼 납을 녹여내 인두를 대는 구역 전부 납을 붙혀버리는 장비부터 만년필마냥 납을 조금만 잘라서 녹이면서 떨어트리는 장비들부터 꽤나 다양했습니다.
사실 인두기 좀 만졌다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SMT를 수작업으로 하려고 한다면 여간 빡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닐겁니다. 엄청 작은 팁도 필요하고 잘못하면 개판오분전이 되는건 한 순간인지라 보통은 자본주의 호! 를 외치며 외주를 맡기는 일이 많습니다. 그를 위해 SMD라고 소자들 Reel만 장착하고 ArtWork만 주면 지가 알아서 소자 배치하고 납땜까지 다하는 놈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애들은 몸값이 억대라는 거. 역시 자본주의가 최고입니다.
일본의 JDI를 보면 세기말 수준으로 굴러가고 있기에 일본은 아직도 과거의 영롱했던 트리니트론 시절만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네요. 산업용 디스플레이나 터치스크린 부분에서는 아직도 괜찮다 싶은 물건들을 다수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VFD에서는 얘들은 여기까지도 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저런 걸 만져본적이 없거든요. :(
굴절각을 이용한 홀로그램 영상입니다. 다만 저런 식의 구현은 정면으로 가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산업용 초정밀 현미경입니다. 다만 렌즈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CMOS 카메라를 사용한 방식입니다. 높은 배율로 확대했음에도 높은 해상도로 보여줘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독점 특허를 가진 한국 기업이라고 합니다. 주모를 부릅시다.
사실 이걸 사용해서 특정 구역만 불량율이나 점검이 가능한 소규모 3D Inspection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물어보니 그러기엔 너무 변수가 많아 힘들다고 합니다. 하기야 3D AOI도 가성불량이 많이 나오기도 하니 쉽지만은 않겠네요. 아무리 양품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대조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니...
온도 테스트 장비입니다. -80~220도까지 줄 수 있다고 하네요. 만져봤는데 시원하더라구요. 아주 낮은 온도를 확 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기야 그것도 한계가 있겠지만요.
하드팔이 회사 웨스턴 디지털... 입니다만 전시를 하는 건 샌디스크네요. 2년전에 산하 기업이 되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하드를 기대했는데 치...
주로 전시하는 품목은 NAND Flash 부분인데 이걸 차량에 어떻게 이용할까? 가 관건이였고 주로 말하는 내용도 자동차에 적용하는 사례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하나의 차량에 1테라 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내장하고 축적하면서 여러 분야(IoT나 자율 주행이라던지)에 적용 시킬 수 있다고 말은 하는데... 이거 예전부터 그래왔잖아...
그와 반면해 Xilinx 쪽은 조금 더 실무적인 성격을 띄는 기술들(하지만 일부는 지금도 쓰고 있는)을 보여줬습니다. 영상 처리 기반 차량 추적이나 얼굴 대조 시스템이라던지요. 보통 실시간 영상 처리는 엄청난 데이터량과 엄청난 연산량이 동반되는 만큼 FPGA가 강력한 면을 보여주겠지만 다른 칩들의 성능도 갈수록 개선되고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FPGA의 앞날이 좋기만은 한건 아니라서 좀 시큰둥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툴(Vivado)이 좋다고 광고까지 하는데 문제는 제가 쓰는 툴은 아직도 애들이 만들다 버린 ISE이고 이제 지원을 안한다는 거죠. 나쁜놈들아 Zynq만 편애하지 말라고 :(
Qualcomm은 요번에 Halo라는 무선 전력 충전기를 보여줬습니다. 전시자가 바빠보여서 뭔가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보이는 모양새로는 전자기 유도를 통해 전력을 옮기는 것 같네요. 이러면 송전 효율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조금 오래 기다렸다가 물어볼 껄 그랬네요.
이번 전시회 웨어러블 분야에서의 뜨거운 감자는 구글 글라스같은 안경들이였습니다. 실제로 전시하는 물건 중 태반은 그에 관련된 물건이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 걸어가면서 쓰기에는 약간 애로사항이 있어보입니다. 시간 관계상 체험을 해보고 오진 못한게 좀 아쉽네요.
오사카 대학에서 만든 이상한 물건입니다.
뭔가 하니 AI가 작곡을 대신 해주는 물건이라는데 알파고 당신은 도덕책....
사실 옷에다가 회로를 인쇄한다는게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그 내구성이 얼마나 되는지 평소에 많이 궁금했는데 이번 전시회에는 딱히 그런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옷은 자주 빨고 자주 구겨지는 만큼 그 부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의 시연보다는 우리는 이렇게 얇게 만들 수 있다 이정도 뿐이였으니까요. 하다못해 생체전류를 이용한 거라도 나왔으면 매우 좋았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요번 NEPCON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일본에는 엄청난 수의 중소기업이 있고 대부분 의외로 내세울 것들이 하나 씩은 존재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전시하면 대기업 위주로 아주 거하게 디너쇼를 열어버리는 것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각자 조그만 부스라도 실속있게 전시하여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게 국가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