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에 갈 일이 생겨서 벼르던 가게를 들려 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차이나타운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중화민국 시절에 건너온 오래된 곳. 대표적으로 인천이 있네요. 여기는 뭐 그저 짜장면 짬뽕이고요. 다른 하나는 중화인민공화국에 건너온 곳. 여기는 현대적(?)인 중국 음식들이 많지요. 대표적인 곳은 대림 가리봉이고요.
그런데 건대입구의 차이나타운을 가고 나서 분류를 하나 더 늘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현대 중국인들이 건너와서 세운 곳이 맞는데, 돈 벌러 온 노동자 위주가 아니라 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이 주류라서 그런가, 분위기가 대림동보다 훨씬 가볍고 산뜻합니다. 간판들을 보면서 이런 차이나타운이 있다고? 같은 감탄을 하고 있었네요.
제가 버블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지나쳤지만, 저 코코가 찐이라면 마누라는 반드시 들어가서 두잔씩 마셨을 겁니다. 그런데 저기가 찐인지 아닌지 구분하려면 직접 마셔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 대만 85도씨는 한국에 진출 안하려나요. 소금커피가 가끔 땡기는데.
하여간 그래서 오늘의 목표인 송화산시도삭면입니다. 분점은 12시부터 문을 열길래 11시 반에 본점으로 갔는데요. 눈이 엄청 많이 온 날인데도 불구하고 제 뒤로 줄을 잔뜩 서더라고요.
태블릿으로 시키는 시스템이라 어렵거나 까다로울 건 없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짜차이가 맛있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오래 살아서 싸구려 짜차이에 입이 절여져 있다 보니 '짜차이란 원래 맛이 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요. 그 짜차이가 맛있더라고요.
메인인 도삭면. 마라한 국물이 있는 걸로 시켰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마라'라는 이름을 달고 파는 것들의 상당수가 한국식으로 변형됐거나, 원래 그 맛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 상당수였는데요. 이건 한모금 마셔보니 '진짜다'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더라고요. 맛있다 맛없다 이렇게 평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거야말로 마라다' 이 말밖에 안 나옵니다.
그리고 면의 경우, 중국이나 대만에 가도 이만큼 도삭면을 잘 뽑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쫄깃하면서도 후룩 넘어가는 면에 국물이 잘 배어 있어서 정신없이 먹다보니 분명 곱배기를 시켰는데 남아 있는 게 없네요. 한그릇 더 시킬까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저녁을 좀 일찍 먹으려고 마음먹었기에 여기서 참았습니다.
이 딤섬의 경우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스타일이라서 재미있기는 한데... 도삭면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가 거기에 비하면 평범하더라고요.
하여간 매우 만족스럽게 먹고 나와서 다음 행선지로 가는데-
기글에도 몇 번 올라온 쵸라멘입니다. 원래 저녁을 여기로 가려고 했지만 저녁은 고사하고 앞으로도 가기 힘들 것 같네요. 몸을 얼마나 다치셨는지는 인스타를 안해서 모르겠지만 하여간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예쁜 케이크를 파는 카페에 가서
한 잔. 달군요.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을 마치고 건대입구 옆 성수에 곤트란쉐리에가 있다길래 들렀습니다. 곤트란쉐리에를 서래마을/이촌/코엑스/롯데호텔에 가봤었는데요(지금은 대충 보니 지점들이 위치가 바뀌었네요). 서래마을 곤트란쉐리에의 크로와상은 감격에 차 울면서 먹었지만 다른 지점은 솔직히 그 맛은 안 나더라고요.
하지만 2+1이라니 잔뜩 담읍시다. 집에 와서 먹으보니 마감빵이라 그런가 바삭함은 없는데 버터를 때려 부은 맛은 나기에 대체로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건대입구로 옵니다. 망고만 파는 가게라니 신기함이 몰려오면서, 대만의 아이스몬스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르지만 내년에 갈 수나 있으려나...
그리고 또 송화산시도삭면입니다. 제가 어지간해선 갔던 가게를 하루에 두번 가진 않는데요. 여기는 삼일까지는 삼시세끼를 해결해도 될 정도로 맛있네요.
이 딤섬은 분명 맛있게 먹었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 다른 게 더 강렬해서 그런가 봐요.
딱 보면 도대체 무슨 딤섬인지 종잡을 수가 없게 생겼지만 그래서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기억은 잘 안 나네요. 왜냐면-
간장 국물에 말아준 도삭면을 시켰는데 이게 진짜 정말 맛있었거든요. 굳이 마라한 국물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조건 다물고 이걸 먹으라고 권할 정도입니다. 도삭면의 굵고 얇은 면에 이 국물이 훨씬 더 잘 어울려요.
집에 와서도 다음날까지 말 끝에 도삭면을 붙이고 다녔는데, 이걸 다시 먹으려면 서울 끝에서 끝까지 가야 하니 너무 귀찮군요. 왜 이쪽 동네에는 도삭면 잘하는 집이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