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라자냐로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굶어죽지 않기 위해 밥은 계속 해 먹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은 건 없더군요. 있는 사진이라고는 저번에 베이컨 비프 스튜 8인분을 만들다가 끓어넘친 걸 찍어놓은 것 정도...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지극히 당연하게도 먹기 바빠서입니다. 진땀빼며 요리해 먹고 설거지에 정리까지 하려면 사진을 찍을 에너지 따위는 없는 게 되어 버립니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사진기를 좀 잡아 보았습니다. 가능했던 이유는 어제 만든 걸 데워 먹었기 때문.
간편 토마토 치킨 커리. 닭가슴살에 가람 마살라, 토마토 캔이랑 코코넛 밀크 캔 말고는 별 대단한 게 안 들어갑니다. 만드는 것도 대강 한시간 정도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고, 간편한 것에 대비해서 생각보다 아주 맛있었어요.
보통 치킨 띠까 마살라 같은 거에는 가람 마살라가 들어가더라도 추가로 다른 향신료를 배합해 넣던데, 이쪽은 향신료는 가람 마살라 하나로 때려붓는 레시피. 대신 가람 마살라의 배합에 따라 맛이 좀 좌우될 것 같긴 해요.
제가 사용한 가람 마살라는 카다몸, 시나몬, 정향, 큐민, 흑후추, 코리앤더의 배합. 말은 거창하지만 이대로 배합해서 병에 담아 파는 걸 썼어요.
한번 만들면 곱배기로 4인분 정도는 나오고, 자스민 라이스 밥만 그때그때 해 먹으면 되니 아주 좋네요. 들어가는 재료도 간편하고 소위 맛성비가 아주 좋은 레시피. 한동안 모자랐던 스파이스가 보충되네요.
다만 코코넛 밀크 대신에 헤비 크림이나 그런 걸로 대체가 되는지를 좀 생각해봐야 할 듯.
아직 남은 닭가슴살 1kg로는 조만간 치킨 띠까 마살라를 도전할 겁니다. 이쪽은 좀 더 본격적인 판.
후식으로는 블랙 바텀 브라우니입니다. 브라우니 레시피를 몇 가지를 시도해 봤는데, 그 중 좀 까다로운 축에 속하고 맛에 있어서도 사실 비등하면서 좀 더 간편한 레시피가 있어서 잘 찾지는 않는 레시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3개나 사 버린 크림 치즈의 소진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장점이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크림 치즈가 반죽에 섞여 나오는 무늬가 이쁩니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니.
다만 이런 걸 만들어 먹다 보면 이런 걸 먹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버터와 설탕을 말 그대로 때려붓게 됩니다. 당장 이 레시피만 해도 설탕만 부피기준 약 700ml이 들어가고, 버터는 무게기준 226g가 들어가니까요. 이런 걸 먹다간 조만간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 같은게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래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보통 사무실에 가져가서 나눠먹곤 합니다. 안 그러면 혼자 다 집어먹을까 봐서요.
그래서 사실 세 개나 꺼내놓고 사진 찍은 다음에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오늘은 이미 새벽에 만들고서 한입, 아침에 출근해서 한입, 점심에 후식으로 한입 먹다보니 뭔가 몸에 영향이 느껴질 정도.
보너스로 오늘 먹은 건 아니고 며칠 전에 만들어 먹은 피자입니다. 당시 레시피는 계속 조정 중인 거였고, 아마 이게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 시도였던 것 같아요. 현재는 아예 방향을 선회해서 Serious Eats의 반죽 없는 팬 피자 반죽에 BA의 기본적인 토마토 피자 소스를 사용 중. 결과는 아주 훌륭해요.
처음 몇 번은 그냥 기본적인 치즈 피자로 먹었는데, 지난 두 번은 토핑의 다변화를 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이탈리안 소시지도 만들어 보고, 프로슈토나 초리조 등을 시도해 보는 중.
피자는 아직 현재진행중이에요. 다만 요즘 너무 피자만 먹는 바람에 건강을 위해 좀 쉬면서 해야 할 것 같지만요.
그런데 어제 아무 생각 없이 차돌양지(Brisket) 3kg 냉동 원육을 사 버려서... 일단은 좀 기다려 봐야지 싶습니다. 이 차돌양지가 제가 생각하는 그 brisket인지도 영 확실치 않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생각날 때마다 사진으로라도 먹은 걸 좀 남겨 봐야죠. 그리고 올리기도 하고요. 사실 찍어 올려야 할 건 음식 말고도 물건이 이것저것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