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책자나 관광 가이드에는 몽마르뜨를 '순교자의 산'으로 종교적인 또는 신성한 공간이라 설명합니다만 반만 맞는 이야기 입니다.
현대인인 우리에게 몽마르뜨가 유명한 이유는 중세시대에 사원이니 순교자니 그런 이유보다는, 프랑스의 벨 에포크 시대(1871~1914, 프랑스의 최전성기 시대 입니다.)에 젊고 가난하고 유능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면서 예술의 꽃을 피우고, 로맨스가 가득했고 매우 음란하고 방탕한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몽마르뜨는 공동묘지도 있고 집시(보헤미안)가 많이 사는 지역이어서 임대료가 저렴했으므로 가난한 예술가들이 파리에 자리잡기에 최적이었습니다. 그놈의 집값.
설명은 이 정도로만 하고,
저는 사크레쾨르 성당의 사진 보다는 몽마르뜨의 아름다운 골목길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만약 몽마르뜨에 갈 생각이 있으시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시고 골목길 위주로 다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몽마르뜨 인근 골목은 무명의 예술가들이 그려놓은 그림이 아주 많기 때문에 사진 찍기 좋습니다.
저 식당은 Au Clairon Des Chasseurs 입니다. 떼르트르 광장에 있는 바가지 씌우는 관광지 식당중에서도 최악..
저 빨간 풍차집은 물렝 휴즈라고 하는 1889년부터 장사하던 카바레입니다. 치마를 들어 올리고 속옷을 내보이는 에로틱한 캉캉(Can-can) 댄스를 추는 그겁니다. 당시 몽마르뜨 관련한 소설이나 그림들을 보면 매춘부에 대한 묘사가 아주 많습니다. 거듭말하지만 몽마르뜨가 원래 방탕한 곳 입니다. 몽마르뜨에서 활동했던 고흐의 여인(후르닉, 시엔으로도 알려져 있음)도 매춘부였으니까요. 혈기넘치는 젊은이들이 모이면 다 그렇게 됩니다.
몽마르뜨에는 마르셀 에메 광장이 있습니다. 마르셀 에메(1902~1967)는 프랑스 20세기에 가장 유명한 소설가로 이 동상은 그를 기리는 동상입니다. 마르셀 에메의 작품 'Le Passe-muraille'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표현한 것 입니다.
언덕 뿐 아니라 골목길 전반에 그림 그려주는 화가분들이 많은데 정해진 가격 같은건 없습니다. 보통 작은게 100유로 이상부터 부르긴 한데, 사실 돈 부르는 만큼 더 잘그려줍니다. 활동하는 화가들은 일본분도 계시고 국적이 정말 다양합니다. 그냥 취미삼아 그리는 분도 있고 이걸 업으로 삼는 분도 있고 랜덤입니다.
골목을 돌아다니기에 생각보다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매치기가 꽤 있는 편으로 카메라 같은거는 목에 걸고 다니세요. 그리고 상점들은 죄다 바가지를 씌우기 때문에 흥정은 필수입니다.
몽마르뜨는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성공하지 못했고 알코올 중독 및 방탕한 생활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소설 '빠삐용'도 앙리 샤리에르가 몽마르뜨에서 포주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종신형을 받고 프랑스령 기아나에 수감된 것을 배경으로 하죠. '젊음을 방탕하고 헛되게 흘려보낸, 인생을 낭비한 죄'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