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로리콘이 '신도림 근처에서 라멘 먹을 곳이 있는가'라고 기글에 질문글을 올렸는데, 한강 건너야 라멘 먹을 곳이 나오지 이 근처엔 없다고 딱 잘라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합정-홍대입구나 부천까지 가지 않아도 먹을만한 곳이 꽤 생겼네요. 영등포 구청에 텐진라멘, 그리고 뜬금없이 발견한 신도림 미스트. 여기에 문래동의 로라멘을 추가합니다.
브레이크 타임 직전에 도착.
마누라 말로는 인테리어에 상당한 돈이 들어갔을거란 추측이..
돈코츠 라멘. 저렇게 생겼는데 맛이 없으면 그것도 반칙이죠. 특히 계란이 인상적이었어요. 노른자 반숙까지는 다들 하는데, 흰자 부분까지 부드러운 라멘은 이게 또 처음이네요. 국물 맛도 좋고.
원래는 국물있는 라멘을 시키지만 옆에서 라멘 먹는데 나까지 같은 메뉴를 시킬쏘냐 싶어서 마제소바를 선택. 김, 생마늘, 후추가 잔뜩 들어갔는데 삭삭 비벼보고 엄청나게 진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을 채우면서 한번 감탄.
그리고 다시마 식초를 뿌려보고 더더욱 감탄. 두그릇 먹고 싶어지는 상큼함이 입 안을 가득 채웁니다.
밥도 준다길래 비벼 먹고 또 다시 감탄. 어지간해선 라멘 한 그릇으로 배가 부르지 않는데 정말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가게 이름이랑 위치를 다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여긴 추천해도 욕 안먹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거든요.
문래동 철공소가 문래 창작촌이란 이름으로 슬금슬금 변화한 거야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닌데, 다른 동네가 그냥 힙해보이는 이미지만 가져갔다면 여기는 정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철공소가 훨씬 더 많아요. 그 두가지가 어우러져서 내는 분위기가 참 묘합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을 터.
음식점이야 뭐 애매한 시간에 갔으니 문 닫은 건 당연하고.. 예술가들의 모임 장소나 공방들은 이 곳에서 물건을 '팔러' 왔다기보다는, 생존하고 버티어 나가기 위한 자리를 찾아 왔다는 이미지가 강하네요. 그래서 지나치게 상업적인 냄새가 난다던가, 겉보기에만 그럴싸하지 볼 게 없다던가, 사서 쓸 건 하나도 없고 장난감만 잔뜩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충 구경하고 커피나 한잔.
올드 문래. 이 시간대만 카페지 저녁에는 펍이 되는 듯 합니다. 가게 규모라던가 인테리어를 보면,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뭔가 프로젝트 개념으로 진행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규모가 큼직하고 직원들이 많군요.
먹을 건 안 시켜봐서 모르겠고, 마실 건 충분히 맛있다고 평가할 수준은 됩니다.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걸 새삼 발견해 기분이 좋군요. 시간 되면 종종 가봐야 겠습니다.
집에 오니 반겨주는 야옹이. 이 녀석을 집 안으로 납치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