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털썩 자빠져 누웠더니, 이케아에서 산 침대가 부서져 무너졌습니다.
가난한 탓에 제일 싸구려를 사서 그렇습니다. 제가 0.1톤에 가까워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왕 자빠진 김에 매트리스를 그냥 바닥에 깔고서 살기로 했는데, 부서진 목재 프레임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 되었지 말입니다.
보통은 관련 홈페이지에 큰 쓰레기를 버리겠다고 등록을 하고, 편의점에서 씰을 사다 붙여서 내놓으면 그만입니다만, 우연히 자전거로 22분 거리에 시에서 운영하는 캠프장이 있다는 것을 구글 선생님이 알려주셨습니다.
그곳에서는 100엔만 내면 모닥불을 피울 수 있다지 뭡니까.
잘 됐다 싶어서, 메일로 문서를 두번 주고받고 마지막에는 전화로 확인까지 한다는 지극히 일본스러운 과정을 거쳐 예약을 했습니다.
바닷길을 내달리며...
바다 구경도 하고...
강을 따라 올라가... 차마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나지 않는 언덕길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자전거로 22분? 훗. 그 선생님이 사악해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스팀팩 빤 암스트롱이라면 22분에 끊을 수 있으려나...
모 애니가 생각나는 신사도 도중에 발견하였습니다. 근처에는 약수터도 있지 말입니다.
개울물을 건너...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이왕이면 불멍을 하고 싶어서 돈을 좀 더내고(350엔) 롯지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습니다. 깨끗하기는 한데, 다다미 냄새가 조금...
숯도 사고, 바닥에 깔 매트도 대여하고 하니, 1500엔의 추가지출이 발생했습니다.
뭐, 캠핑장에 불피울 준비는 완벽해서 만족이었습니다만.
저 멀리 바다도 보입니다.
밤이 찾아와 우선은 밑불을 일구었지요.
여담입니다만, 저는 바베큐 굽는 장비를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고기는 구워먹고 싶은데, 부모님이 워낙 개성있는 얼굴로 낳아주셔서 함께 고깃집에 가줄 사람이 없습니다. 별 수 없이 집에서 혼자 구워먹어야... 어? 왜 갑자기 눈에서 땀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잘가라 내 침대. 지난 오년간 수고 많았다.
활활 잘 타더군요. 뜨거워서 혼났습니다.
원래는 불멍을 하며, 쏘세지를 구워먹을 생각에 존슨빌 쏘세지를 잔뜩 들고가고, 후식으로 먹을 만한대찬 컵라면도 챙겨갔었습니다.
그러나, 별 헤는 밤에 멍하니 혼자 모닥불가에 앉아있으려니 왠지 센치해져서... 가 아니라, 업힐 조금 했다고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물건너온 트윙키하고 컵케이크를 작살냈더니 식욕이 없어지지 뭡니까. 그래서 그냥 숯불에 물 끓여서 루이보스차나 홀짝였습니다.
사진을 보고서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가 비록 웅녀의 후손이기는 합니다만 사람입니다. 곰 아닙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아직 태워야할 침대 프레임이 남아있어서 두어번 더 갈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