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친한 친구랑 제주에 4박 5일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 중에 먹은 음식들을 모아서 올려봅니다.
첫날 김해공항 2층 푸드코트에서 먹은 돈까스입니다.
전해듣기로는 이 가게가 왕돈까스로 유명하다는데...
튀김이 잘 튀겨져서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소스는 평범해요.
첫날 저녁 중문에서 먹은 고기국수.
톳이 들어가 쫄깃한 중면에 잡내를 잡은 사골국을 부었군요.
흑돼지 삼겹살을 토핑으로 얹은 국수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음에 온다면 한 판 가득 썰어 나오는 돔베고기와 라산이를 한 잔 걸쳐야 겠군요.
이튿날 아점으로 먹은 콩나물해장국입니다.
원래는 보말칼국수를 먹으려 했지만, 문을 닫아서 곧장 들어간 옆집.
보통 24시 해장국 집치곤 오동통한 콩나물이 뚝배기 한가득 들어있어 좋군요.
질감이 단단하고 씁쓸한 도토리묵, 오징어젓갈, 양파지를 곁들여 먹기 좋습니다.
셋째날 아점으로 먹은 성산 흑돼지 두루치기.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와 체크아웃하며 들른 집입니다.
매운 맛이 땡기는데 고기는 먹고 싶고, 속을 든든히 채우기 위한 메뉴로 이만한 게 없군요.
처음 주문하면 팬 가운데 무생채를 올리고 주위에 양념된 흑돼지를 깔아주네요.
강불에서 중불로 불을 줄일 때쯤 콩나물과 당면 등 야채를 부어서 졸여 먹습니다.
간이 세지 않은 달큰한 맛이 매력입니다. 전복과 오징어가 들어간 삼합 두루치기도 먹어봐야 겠어요.
셋째날 저녁 메뉴는 생각지 못했어요. 숙소 바로 밑에 있는 횟집에서 먹은 황돔 한상차림입니다.
친구의 아는 동생을 만나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횟집이라며 대접을 받았거든요.
에피타이저로 나온 전복을 막장에 찍어 오독오독 씹으며 식감과 풍미를 즐기다
흰살이 가득 차오른 황돔회의 쫀득한 식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좋은 안주가 있으니, 술 맛이 한결 부드러워지는군요.
서비스로 나오는 고등어와 옥돔 머리 구이에 황돔지리탕까지...멋진 마무리였어요.
그렇게 국자로 냄비를 박박 긁으며 계속해서 입으로 가져갈 줄은....
넷째날 아점으로 찾아간 곳은 친구 아는 동생 어머님이 계신 동네 식당.
강된장 비빔밥과 보말 수제비를 시켜 먹었습니다.
밥 한 술 뜨기 시작하니 좌식 식당을 불편해했던 친구의 삐죽한 입이 쏙 들어가는군요.
단체 예약과 웨이팅이 금방 붙어서 여유롭게 먹진 못했지만,
가족이 떠오를만큼 상차림과 맛이 푸근해서 좋았습니다.
넷째날 저녁, 고기 is 뭔들.
숙소 건너편에 흑돼지 고깃집으로 어제 만난 친구 아는 동생을 소환했습니다.
해산물로 대접을 받았으니, 이곳에서 나는 흑돼지로 정을 베풀어야 하는 겁니다.
한 눈에 봐도 고기 질이 괜찮군요.
듬성듬성 썰려 나온 고기를 불판에 적당히 익혀서 먹기 좋게 한 번 더 잘라줍시다.
첫 고기는 고추냉이 살짝 올려 먹고, 자줏빛 백년초 소금에 찍고, 멜젓에 담갔다가 그대로 입에 가져갑니다.
구운 고기에 와사비를 올려 먹는 건 처음인데 이것 참...신선하군요.
느끼한 맛을 잡아 담백함과 단 맛을 잘 느끼게 해줍니다. 쌈 없이도 기름진 맛이 잘 안 느껴지다니.
그 자리에서 흑돼지 근고기 한 판을 추가했습니다.
막날 아점으로 수구레 국밥 집을 찾았어요.
어젯밤부터 가자고 했던 밥집이라서 메뉴 선택을 위한 고민은 단 1도 없었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수구레'에 꽂혀서 찾아갔더니 맛이나 식감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시골밥상에 나올 법한 구수함이 가득합니다. 반찬으로 유채꽃을 장식한 도토리묵, 약간 시큼하지만 보드랍게 잘 지져낸 김치전이 인상적입니다. 다음에 온다면 여기서 닭칼국수를 시켜 먹어봐야 겠군요.
막날 저녁으로 순두부집을 찾아갔습니다.
원랜 여기서 짬뽕순두부를 시킬 계획이었는데...10시부터 3시까지만 팔던 점심 메뉴였군요.
하는 수 없이 주문한 매운 순두부 찌개와 순두부만둣국입니다.
찬으로 나온 비지가 짜지 않고 간간하게 나와서 순두부 맛이 괜찮겠다고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매운 맛에 호되게 당했어요.
뚝배기에 나온 매운 순두부 찌개는 한 술 뜨자마자 기침을...
순두부만둣국은 후추 간이 조금 세게 나와서 칼칼한 맛으로 먹었습니다.
음....모두부 하나를 시켰어야 했나...
4박 5일 간 제주에서 먹었던 것 중 가장 마음에 든 메뉴를 짚으라면
전 '황돔회' 라고 해야 겠군요. 가격을 떠나서 식감이며 지리탕의 걸쭉하고 고소한 맛이 계속 생각납니다.
흑돼지는 한 번 쯤 먹어볼 만하지만 가격이 꽤 비싸게 느껴져요.
차라리 흑돼지 고기국수나 두루치기를 먹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