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개업식(?) 때문에 바쁜 와중에 지방에 좀 다녀왔습니다. 이게 사실상의 여름 휴가가 됐군요.
순천 고양이 다락방. 1층 구조가 좀 바뀌었네요. 말 그대로 '구조'해서 집중 관리하는 애들을 위한 공간이 늘었어요.
밥그릇에 하나씩 넣어도 될것 같은 고양이 새끼들입니다. 크기 비교를 위해서 손가락도 넣어 찍었어요.
쟤들이 깨어나면 엄청 시끄러워진다며 앞에 오래 서있으면 안된다고 안내를 받았기에 사진은 대충 찍었습니다.
2층 고양이들은 수가 많이 줄었더군요. 뭐 분양 보낼 사람 있으면 후딱후딱 보내고,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애들이 있어도 좋은 일은 아닙니다.
갈때마다 고양이가 바뀌는 것도 나름 좋은 일. 안 바뀌는 건 직원과 손님의 분위기 같네요.
얘는 한 다섯장 찍었는데 자세가 항상 똑같았습니다.
두툼
히익
얘는 되게 새침하게 앞에 드러눕더니
카메라 스트랩을 물어 뜯습니다.
근엄
야 야 하지마 아 하지 말라고
이 친구는 대체적으로 잘 잡니다.
잠깐 깨긴 하지만 그래도 잘 잡니다.
사람 손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는 예뻐할 수밖에 없지요.
먹기 전 사진이 없는데.. 순천 오블리크입니다. 여기 케이크가 아주 맛있습니다.
진하고 깊은 그런 맛은 아니고 부드럽고 깔끔하고 가벼운 스타일. 모르는 분들은 뭐 이리 심심하냐고 말하겠으나, 그 진가를 아는 분들은 단골이 되겠지요. 저녁에 가니 남은게 몇개 없었네요.
부산으로 넘어가서. 생두 파는 가게입니다. 생두를 저렇게 파니 개인이 사서 집에서 프라이팬으로 볶아 먹겠더군요. 저같은 사람은 커피에 그 정도로 투자할 시간이나 지식은 없어서 그냥 원두 정도 사 먹지만.
전포동의 나이브 브류어스. 되게 빈티지한 컨셉을 살린 가게입니다. 커피 관련 물건들은 모르니까 패스하고.
이 순간에 눈에 들어온 건 삼프로나 콘탁스가 아니라, 중고 장터에서만 보던 R-D1이었습니다. 저게 실물로 존재하는 물건이었군요.
사장님한테 여쭤보고 손에 들어봤는데, 아날로그 게이지라던가 감성이 독특하지만 저같은 사람은 도저히 귀찮고 힘들어서 못쓰겠다는 결론...
그리고 이곳에는 탄산이라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저렇게 창가 자리에 앉아서 밖을 계속 쳐다보고 있네요.
그러다 배고프면 밥그릇 앞에서 기다립니다. 밥 줄때까지.
손님이라 불리는 인간들에게 창가 자리를 뺐겨서 구석으로 들어간 모습.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저렇게 만져도 대놓고 싫어하진 않습니다. 손님들이 들락날락하는 카페에서 살기엔 딱 알맞은 성격이죠.
저녁은 우동. 다케다야 입니다. 왜 부산까지 가서 우동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요새 서울에서 이거다 싶은 우동 가게를 가지 못하긴 했네요.
우동보다 먼저 나온 돈까스. 우동이 순수하게 탄수화물이다보니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시킨건데.. 고기 두께나 튀김 정도, 튀김옷 수준이 결코 우동집의 사이드 메뉴가 아닙니다. 이걸로만 장사해도 맛집 오르기에 충분합니다.
우동 세트. 튀김이나 샐러드나 덮밥들이 전부 수준이 높습니다. 왜 이런 가게는 서울에 없는 걸까요.
맛있는 우동은 사진만 봐도 압니다. 칼로 잘라낸 느낌이 잘 살아있지요.
카가와에서 먹었던 유부우동이 생각나서 시켜봤는데.. 제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더군요. 이것도 맛있는 우동이지만, 저는 '그 엄청나게 달고 짭짤하며 육즙이 팍팍 나오는 유부'를 기대했거든요. 카가와에 다시 가야할듯.
이번 기행의 본론이었던 개업식(?)
정작 이건 한장 뿐이군요.
집에 와서 동네 초밥. 다케다야 우동만 안 먹었어도 '괜찮은데?'라고 평가했겠으나 입이 쓸데없이 고급스러워졌어요.
목동에 우동집이 하나 있던데 조만간 거기나 다시 가봐야 할듯.
밑에 초밥 맛있겠군요, 고양이도 귀엽고... 방학인데 너무더워서 집에처박혀서 20년 살면서 처음으로 몇주동안 게임중독자처럼 게임을 하고있네여 ㅠㅠ 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