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첫 고야산 방문 때는 태풍으로 인해 고야산 케이블(강삭선)도 못 타고 오쿠노인도 못 간 채로 폭설로 귀환했었죠..
정말 아쉽고 슬퍼서 6년동안 벼르다가 드디어 갑니다.
출발은 오사카 사카이스지혼마치역에서 텐가차야 역으로 환승하는 겁니다.
난카이 특급 고야호를 타고 쭉 갑니다.
특급이라면서 생긴 거나 스팩은 무슨 한국 무궁화호 스럽네요..
하시모토역까지는 오사카에서 이어지는 주택가 천지입니다만 그 이후부턴 영동선이나 경북선도 한 수 접어줄 첩첩산중을 단선 철로를 따라 굽이굽이 오릅니다.
난카이 고야 특급은 고쿠라쿠바시 역까지 가는데, 거기서 저 강삭선인 고야산 케이블선을 탑니다. 급경사라서 케이블카같은 저 기차를 타서 올라가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입니다.
고야산역을 내리고서 오쿠노인으로 갑니다. 지난 2018년에 못 가서 바로 버스를 타고 갔죠. 오쿠노인 정류장에 내려 약 1km 걸어야 하는데 수많은 무덤들이 있습니다.
홍법대사 공해(구카이)가 모셔져 있다는 이 절은 일본 고야산 진언종 종파의 성지라서 본전은 모자도 지팡이도 사진기도 금지일 정도로 엄중한 곳입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걷는 게 괴롭지만 분위기가 한적하고 조용해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오쿠노인에서 신나게 눈길을 걸었으니 점심을 먹습니다. 여긴 타베로그 평점 3.47인 주오쇼쿠도 산보(중앙식당 삼보)란 곳입니다. 여긴 고야산의 명물인 두부를 파는 맛집이죠. 전 쇼진 하나카고벤또란 걸로 주문했습니다. 간장으로 간을 한 잡곡밥과 간장절임 다시마, 덴뿌라, 야채조림 등에 각종 두부 반찬이 올라갑니다.
두부들이 대두 말고도 깨나 완두, 전분, 곤약 등 다양한 제료를 섞어서 쫄깃한 것도 있고 푸딩처럼 부드럽기도 하고, 과자처럼 바삭하기도 하고, 마치 고기처럼 씹히기도 하는 등 다양한 맛과 식감을 가집니다.
그야말로 고기를 배제하고 채식만으로 최대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건데, 한번 먹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밥 먹고 걸어간 곤고부지 입니다. 지금의 고야산이 있게 한 핵심 시설이죠. 이 사찰 중심으로 신도와 상인, 승려가 모여 지금의 종교도시 고야쵸를 만들었거든요. 주요 국보들이 있으나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이렇게 차를 내 주는 휴개공간 정도만 사진에 담았습니다. 절의 규모도 크고 온갖 그림과 병풍 등이 볼만한데, 특이하게도 무료로 녹차 한 잔을 주기에 마시며 한숨 돌리기 좋습니다.
곤고부지 옆에는 레이호칸이란 박물관이 있습니다. 촬영 금지라 뭘 더 보여주긴 힘든데, 두 개의 건물에 수많은 불상과 시서화 등이 빼곡합니다. 아미타불이나 관음불 등 익숙한 부처부터 부동명왕 공작명왕 같은 일본 불교의 존재들 등 다양해서 여기서만 한시간을 본 거 같군요. 단 불상이나 미술 등을 모르개나 관심이 없다, 시간이 애매하다 싶으면 패스하세요.
마자막은 단죠가란. 고야산은 여기서 홍법대사 공해(구카이)가 처음 터를 잡아 절을 창건하면서 역사가 시작했다고 하죠. 저 붉은 탑이 곤보다이토라 하는데 이 탑은 그 자체가 불당으로 써도 손색없는 크기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미세 팁으로 여기 옆에 고야산에서 유일한 메이저 편의점 훼미리마트가 있으므로 만약 돈을 아끼고 싶다면 거기서 식사를 해결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제 오사카로 돌아갈 시간. 고야산은 제가 간 오늘 한국인이 저 말고 없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마이너한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관광객은 일본인과 일부 서양인, 소수의 중국인 뿐이라 한적하게 분위기 잘 즐기다 갑니다. 도톤보리나 기요미즈데라 같은 데는 내가 일본 온건지 한국 온건지 헷갈릴 정도였거든요. 여러모로 힐링하기엔 좋은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