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나오기 전에는 1년에 한번씩은 일부러 국내가 됐건 국외가 됐건 여행 갈 껀수를 만들었는데요. 애가 나오니 애 케어하는 것도 고생이고, 힘들게 데려가도 애가 재미를 느낄 것 같지 않아 여행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소변도 가리겠다 젓가락질 포크질도 하겠다, 이 정도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해서 제주도 일정을 짜봤는데 정말 무리였네요. 저도 그렇고 마누라도 그렇고 뭔 놈의 일이 이렇게 겹치게 오는지. 그리고 제주도는 변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에 우박에 비행기 결항까지 될 줄이야.
제주도 갈 바에는 일본 간다고들 하는데, 제가 신혼여행까지 일본 갈 정도로 일본 자주 가봤고 거부감도 없지만, 일단 비행기표 시작 단가가 다르고, 제주도에서 왕갈치 먹고 비싼 입장권 지르는 것처럼 일본에서 돈 쓴다면 당연히 일본이 비싸기에 비교 대상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은 뭐가 됐던 해외 여행이기에 돈 덜 써도 상대적 만족감이 클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제주도가 물가가 비싸졌느니 중국인이 많아졌느니 해도 그래도 국내 여행 중에서는 탑티어란 생각은 드네요.
사진을 몰아서 올리다보니 일에 치여서 못 올린 것만 수백장이 됐네요. 이번 사진은 까먹기 전에 올려 봅니다. 마음에 드는 건 다 사람 찍은 사진이라 올릴 수가 없지만요.
김포공항 국내선 식당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덮밥집의 저 돼지고기 덮밥이 그나마 가성비가 나은 것 같아요. 다른 건 너무 비싸더라고요.
애기가 탄다고 포켓몬 도색 비행기가.
우와 바다! 했지만 5박 6일의 제주 여행에서 본 바다 중 이게 가장 예쁘더라... 날씨가 너무 안 도와줬어요.
동문시장에서 회를 먹어줍시다. 요새는 다들 상향 평준화가 되가지고 호객하는 가게 아무데나 대충 들어가도 바가지 없이 비슷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게 이름은 굳이 안 적습니다.
고등어 회를 처음 먹었을 때 진짜 감탄했는데 이젠 늙어서 그런가 잘 모르겠고요. 이번에 처음 먹어본 딱새우 회가 달달하니 괜찮더라고요. 이 가게가 딱새우로 방송도 탔다고 홍보도 하던데요. 배에 붙은 알이 좀 징그러워 보이긴 하지만요.
양가 부모님한테 선물로 갈치를 사서 보냈습니다. 갈치 파는 가게는 많지만 다들 가격은 비슷비슷하고요. 그래서 이것도 굳이 어디라고는 안 씁니다.
장사를 오래 해서 그런가 노하우(?)가 좋더라고요. 바로 갈치 들어주고 애기랑 같이 사진 찍어라, 몇 토막 나오는지 확인하고 택배 송장이랑 같이 사진 찍어라 등등.
와! 제주스러운 담장!
맥파이가 제주에도 있고 이태원에도 있지만, 이태원까지 가기 너무 번거로워 제주에서나 갑니다. 맥주야 뭐 항상 개성있고. 다른 음료수도 시켜서 애 줬는데, 애가 마시기엔 너무 고급스럽더라고요. 애는 그저 뽀로로 음료수나.
버섯 피자가 진짜 맛있었는데 메뉴에서 빠졌네요. 물론 다른 피자도 맛은 있습니다만.
참 예쁜 피자인데, 애기가 햄과 파인애플을 골라 먹어서 양파치즈피자가 되버렸습니다..
달달한 디저트인데 이것도 애기 전용.
맥파이 바로 옆에 있는 식자재 마트에 구경 겸 간식 사러 갔습니다. 설탕을 포대로 파는 건 알지만 다시다나 미원을 저렇게 파는 건 처음 봤네요.
그리고 중국에서 지겹게 봤던 금붕어 콩기름. 저게 빨간거랑 초록색이 있는데 한국인들은 그나마 초록색을 먹을만 하고, 빨간색은 너무 기름져서 못먹어요. 하여간 저걸 대용량으로 팔다니, 여기 식자재마트는 정말 대단하군요.
도토리키친. 주력 메뉴는 저 청귤을 얹은 소바입니다. 아주 제주스럽고, 다른 곳에서 먹을 수도 없는 음식이고, 음식 자체의 퀄도 좋고 다 좋습니다. 가격조차 그리 비싸지 않아요.
다만 알바들을 어중이 떠중이로 구해서 박아놨나 일처리가 그닥 빠릿하지 못하던데... 뭐 어쩌겠나요. 이건 제주도에서 갔던 숙박업소들도 대체로 비슷한 양상이더라고요. 그냥 저렴하게 젊은 애들 구해서 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래된 바둑교실이 너무 인상적이라 한 장 찍었습니다. 가면서 똥을 제대로 밟은 건 비밀입니다. 꿈에서 그렇게 밟았으면 바로 로또 각인데, 현실에서 밟은 건 쓸데가 없겠죠?
화조원. 겨울이라 꽃은 모르겠고 새는 엄청 많습니다. 그런데 꽃이나 새를 말하기 이전에, 기념품 파는 가게에서 마셨던 카페라떼가 제가 최근 1년 사이에 마신 카페라떼 중에서 가장 맛있었어요. 목이 말라서 여기 들어오자마자 마셔서 그런진 모르겠지만요.
비는 추적추적 오는데 맹금류들이 그걸 그대로 맞고 있고, 발은 묶여 있어서 좀 불쌍해 보이긴 하는데...
동물들이 갇혀 있고 묶여 있어서 불쌍한 건 어느 동물원이나 다 마찬가지고요. 저런 새들이 죽으면 동물원 입장에서도 손해일텐데, 맹금류는 원래 자연에서 비 맞고 사니까 저래도 괜찮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알파카들이 사람을 엄청 따르지만, 비를 맞아서 만지기가 힘드네요.
공작이나 닭들도 깃털이 안 젖었다면 참 좋았을텐데요. 왜 여기가 비오는 날에는 네이버 예약에서 아예 할인 구매를 열어두는지 알겠더라고요. 비오는 날에는 컨텐츠의 절반 정도를 손해본다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실내에서 새 구경을 하고 모이를 줄 수 있어서 돈값은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애들 데리고 가기에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여기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이 되네요.
저 하얗고 동그란 새 이름이 궁금한데,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모이를 받은 것도 있고, 자판기에서 사서 주기도 하고, 사서 주는 척만(?) 해도 앵무새들이 낚여서 옵니다. 여기에서 건진 사진만으로도 애기 데리고 가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라 추천해 봅니다.
성이시돌 목장 옆의 우유부단. 아이스크림이 평타 이상은 칩니다. 가격이 천원만 쌌어도 강력추천이라 했을텐데.
소는 못 보고 말은 봤는데요. 이것도 날씨만 좋았다면 평가를 더 후하게 줄 수 있었을지도... 비바람이 너무 심해서 목장을 즐길 수가 없네요.
해수욕장에 방치해두고 캠핑카 비슷하게 쓰는 차들이 많더라고요. 관광지 공개 주차장은 저게 문제입니다.
앞에 있는 고양이들은 흔한 길고양이입니다.
새물국수. 고기국수는 당연히 면을 굵게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흔한 소면으로 끓이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이거대로 재밌습니다. 반찬들도 음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티가 확실하게 나고요.
안덕하나로마트에서 본 비범한 빵집. 이런 동네에 저런 분이 빵집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로마트 입점은 의외였어요. 그런데 맛있습니다. 찐빵이랑 조각 딸기 케이크 정도 먹어봤는데요. 저 경력 값을 충분히 합니다.
함쉐프키친. 호텔 출신 쉐프가 차렸느니 어쩌느니 하는데요. 요리하시는 분은 직접 안 봐서 모르겠고 서빙하시는 분은 정말 호텔급 서비스를 보여주는 게 맞습니다. 인테리어나 셋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맛도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짬뽕 한그릇에 2만원씩 한다면 당연히 이 정도 맛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맛과 서비스 모두 최고급이지만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유진팡. 애기한테 귤과 바나나를 따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체험 농장을 찾아봤는데요. 제가 바이럴에 치를 떨다 보니까 유명한 곳의 별점 리뷰가 누가 봐도 바이럴 알바체인걸 보니 거르게 되고, 결국은 그런 작업을 한 티가 안 나는 곳으로 가게 됐습니다. 여기로 갈 줄 알았으면 숙소를 다른데로 잡는건데.
파인애플 꼭다리를 심으면 새로 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저걸 키우긴 쉽지 않을텐데요.
라고 썼지만 바나나 모종에 비하면 오히려 난이도가 낮겠군요. 그리고 사탕수수를 한국에서 보다니 반갑더라고요.
하귤. 열매가 저렇게 떨어져도 그대로 두는 것이 열매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관상용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열매가 큼직하고 예쁘거든요. 하나 줏어서 먹어보니 나쁘진 않던데, 먹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이걸 키울 필요는 없는듯요.
애플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농장 내부에서는 귤보다도 다른 열대과일들이 볼만했습니다. 바나나 따기, 귤 따기라고 해봤자 가위질 몇 번 하면 금방 끝나고요.
그리고 애는 귤 따는 것보다도, 뜨거운 공기를 불어 넣어주는 저 호스를 더 재밌어했습니다....
귤 따기가 너무 허무하게 끝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토끼한테 바나나 잎을 찢어서 주고 토끼를 안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절대로 들지가 않습니다. 귤보다는 토끼 체험이 더 주력 아닐까 싶어요.
토끼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저렇게 눈만 안왔어도 폭신폭신한걸 실컷 만졌을텐데...
그리고 이 당나귀인지 노새인지는 조심하세요. 제가 물렸거든요. 일본 가선 사슴한테 물리고, 제주도 가선 나귀한테 물리고, 그렇게 씹을게 많아 보이나.
토끼 먹이 바나나잎과 덜 익은 바나나.
요새 제주도 무값이 폭락했다던데, 이걸 보니 그 뉴스를 체감하겠더라고요.
농장 체험이 끝나면 저렇게 맛보라고 조금씩 줍니다. 사탕수수와 바나나 잼같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다나 한장. 모래사장에서 좀 놀거나, 바위 틈에서 갯강구라도 주워야 바다를 봤다는 느낌이 들텐데요.
해녀밥상. 한정식인데 모든 반찬이 다 맛있습니다. 그런데 한사람이 젓가락질 한번만 하면 자기 몫이 끝나는지라, 잘 먹었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입이 정말 짧은 사람이라면 추천할만 합니다.
그래서 요새 한정식이나 백반집 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반찬을 여러가지 만들어야 하니 손은 많이 가는데, 비싸게는 못 파니까요. 바로 위에서는 짬뽕 하나만 만들어도 2만원이지만 한정식은 이것저것 다 만들어야 2만원인걸요.
두번째 숙소인 와이리조트. 수영장이나 놀이시설을 보니, 여름철 성수기엔 방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거란 생각도 드네요. 여기는 시설도 나쁘지 않고-
조식이 무료라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겪은 패턴은 늘 똑같았어요. 출발 전에는 오? 하늘이 보이네? 오늘은 괜찮나? 이러다가
출발 후엔 살려주세요
운전하다 경찰 아저씨가 가이드하고, 차가 미끄러지고, 공기압 떨어졌다고 알리는 걸 다 처음 겪어봤습니다.
눈이 너무많이 오니 출입을 통제하는 관광지도 많더라고요. 중문에 갔는데 여기도 문을 닫았고, 원래 봐뒀던 식당도 폭설로 장사 안한다고 하고. 무엇보다 비행기도 결항되고.
다정한식탁. 애가 우동을 못 먹어서 난동을 부렸는데 원래 봐뒀던 우동집이 장사를 안해서 여길 데려왔습니다.
다른 메뉴들도 그냥 매우 무난하게 맛있고 괜찮습니다. 너무 자극이 심한 걸 많이 먹어서 그런가, 이 정도로는 맛있다 그 이상의 감상이 안나오네요...
거의 제주 시내에 들어와서 찍었던 귤나무인데, 어디인지 까먹었네요. 여기 카페 주차장에서 그래픽카드 바이오스 이슈부터 신규 리뷰 진행에 비행기 결항까지 온갖 이상한 전화를 다 했군요...
제주도에서는 귤을 방치하고 맘대로 가져가 먹으라고 한다고요? 저도 이걸 보기 전까지는 거짓말인줄 알았습니다.
여기 커피가 진짜 짤끔하고 서비스도 좋은데 가게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기억나는 건 오직
길이 미끄러워서 언덕을 못 넘어 돌아갔다. 이거 뿐. 나중에 카페 이름은 생각나면 댓글로 쓰겠지만, 눈 오는 날에는 가지 마십시오...
결국 대체 비행기를 다시 구매해서 제주도에서 이틀을 더 머무르게 됐습니다. 애가 물범을 좋아하니 한화 제주아쿠아플래닛에 가서 물범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요. 애는 정작 물범보다는
다람쥐나
두툽상어 알이나
거북이나
공연이나
대왕가오리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여기 비싸긴 한데 애한테 이런거 보여주는 값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돈 대 볼거리로 따지면 가이유칸이나 추라우미가 훨씬 좋겠지만, 거긴 외국인데 뭐 어쩌겠나요.
유성반점. 여행 기간 동안 너무 비싸고 묵직한 것만 먹어서, 일부러 가격 안 비싸고 동네에서 오래 장사한 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만원짜리 짬뽕집은 다 쳐내고 여기로 왔는데요. 정말 옛날식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잘하네요.
제주에서 밥 먹으면서 '맛있다'고 한 적은 많지만 '잘먹었다'라고 한 가게는 두곳 뿐이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여기였습니다.
탕수육도 진짜 옛날 스타일이에요. 이런게 중국집이지, 쓸데없는 문어나 한마리 얹어두고 비싸게 받는 곳이 중국집일까요?
바로 그 옆의 마트에 구경왔습니다. 마트에서 김밥을 저렇게 파는 건 또 처음이네요. 해외 여행 가면 슈퍼나 마트 보면서 재밌어 하는데, 그걸 제주도에서 똑같이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지은이네밥상. 제주도 와서 '잘 먹었다'고 말한 두번째 가게입니다. 비빔밥을 시키면 청국장 서비스가, 청국장을 시키면 김치찜 서비스가 나오고, 김가루와 양념장이 있어 비벼먹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테이블엔 김가루가 다 떨어져서 못 먹었지만요. 무엇보다 독특한 밥만 먹다가 오래간만에 한식을 먹으니 소화가 절로 되더라고요. 늙어서 이렇게 됐나 봅니다.
이런 가게들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할텐데,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가게들이 늘어나니 관광지 물가가 올라서 원주민들은 싫어한다는 소리가 튀어 나올 수밖에요.
어니스트밀크 본점. 타이밍을 잘 맞춰서 가면 송아지한테 우유를 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진짜 아슬아슬하게 가서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송아지가 우유 빨아먹는 힘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아주 좋은 경험 했습니다. 손맛으로만 따지자면 새모이 토끼모이보다 월등하게 뛰어납니다.
아침을 기껏 청국장 먹어두고 아점을 아이스크림, 밀크쉐이크, 케이크, 푸딩을 먹었는데요. 전부 다 최고의 맛입니다. 구구절절하게 토를 달 필요가 없습니다. 서비스도 좋고요. 서울에 와서 여기 요거트도 택배로 시켰습니다.
가기 전에 소한테 작별인사.
가는 길에 애기가 풍력발전소 바람개비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건 당연히 들어줘야죠. 차가 이 턱을 못 넘고.
뭔 산짐승 발자국들이 있긴 했지만요.
김녕미로공원. 미로를 찾아서 헤메는 공원 자체는 그냥 평범한 미로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는데요.
입구에 잔뜩 있는 고양이, 미로 앞쪽에 가득 있는 온갖 액티비티한 놀거리(골프, 농구, 테이블 게임, 자전거 등등), 끝나고는 선물(기념품 구매 유도겠지만)까지, 애기들 데리고 들어오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더라고요. 화장실이 주차장에만 있다는 소소한 단점만 빼면요.
이렇게 다녀왔으면 앞으로 한동안은 제주도나 여행 생각이 안 나야 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니 큰일입니다.
그러나 반응이 어쨌건 간에 하나는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데.. 그게 평생 남는 추억이자 기억이자 자산이 되더군요.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