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는 일본 최초의 서양식 거리이기도 하며 한국의 명동처럼 땅값 비싸고 온갖 샵이 몰려있는 번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곳 빌딩 꼭데기 전망 좋은 곳에 한식 식당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모리오카 냉면집인데 이름은 뿅뿅사입니다. 자이니치인 변용웅씨가 개업한 이 식당은 일본 전역에 냉면을 전파했습니다. 마침 긴자점 10주년 기념으로 한식 뷔페까지 열었다고 해서 가봤습니다.
먼저 냉면. 모리오카 냉면의 특징은 면이 마치 쫄면같은 식감이란 겁니다. 매밀이 아닌 밀가루로 뽑아냈다는 점에서 마치 밀면을 연상시킵니다. 육수는 한국처럼 시고 달콤한 맛을 강조하기보다는 마치 동치미같은 감칠맛이 강했습니다. 냉면에 올라가는 고명의 경우 고기는 갈비나 불고기처럼 간장에 절인 듯한 맛이 났으며, 배 썬 것(다른 가게는 수박이 올라가기도 합니다)과 오이절임, 그리고 김치가 올려집니다. 김치의 경우 단 맛은 배제되어 있고 매콤한 맛이 강조되는게 마치 겉절이 같습니다. 여러모로 일본 현지 입맛에 맞춰서 새로운 맛이었습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낯설고 비싼 가격인데 이 가게가 타베로그에서 별점을 3.58점이나 받는 걸로 봐서는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아주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뷔페의 경우 한식이라고 하는데 주로 나물 요리가 주가 되고 있습니다. 딱 제가 한국에서도 먹던 참기름과 간장 등으로 비빈 그런 맛이 나며, 비빔밥으로 넣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파전이 의외였는데, 동래파전 스타일로 두툼하고 파가 크게 들어가 있어서 맛있었습니다. 부산에서 먹던 그 맛이 그대로 납니다. 뷔페에 오래 노출되서 바삭함이 죽은 것만 빼고 완벽해서 엄청 집어 먹은 거 같네요. 파전만 따로 팔아도 될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잡채 역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맛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집이나 식당에 지겹게 나와서 감흥이 없겠지만 일본인들이나 한국을 떠난 한국인 입장에서는 크게 다가올 만한 맛입니다.
전망도 아주 좋고 내부 인테리어도 한식집이라기보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분위기입니다. 임대료도 살인적이고 전망도 좋은 이 곳에 10년을 자리잡고 행사까지 여는 걸 보면 장사는 아주 잘 되는 듯 햇습니다. 실제로 제가 갔을 때 손님이 절반 차 잇었는데 저 말고는 모두 양복이나 명품 옷을 두른 고급 관료나 직장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이런 전망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디저트를 먹습니다. 통조림을 그대로 딴 거 같지만 배와 체리 등 과일이 손질되어서 달콤한 시럽에 절여진 걸 보니 직접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음.. 그렇게 냉면+뷔페 세트로 먹고 낸 돈은 1706엔이네요. 확실히 좀 고져스한 가격입니다. 저는 그냥 독특한 맛을 추구한다 생각하고 돈을 냈습니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 먹으려고 이렇게 거액을 쓸 수 없다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무조건 추천하기는 그렇고, 일본인 친구분들과 간다거나 아니면 일본에서 만드는 냉면 맛이 어떤가 궁금하다면 가볼 만 하고 그런데 관심 없다면 약간은 부담스러운 그런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