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제가 홍콩 여행을 갔다 왔다고 짧게 올렸던 것 같았는데, 정리해서 사진 위주로만 올려 봅니다.
저는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면 이상하게 번개처럼 출발 한달 전에 후다닥 계획 잡고 가버리는 통에 비행기표도 비싸게 사고 여행 계획도 제대로 안 세우고 가고 그럽니다. 덕분에 이번 여행은 놀러 갔다기 보다는 먹으러 갔었네요.
기내식은 마파두부. 한국식이었습니다. 올 때는 사진은 따로 남기지 않았습니다만 머핀과 과자, 에너지바같은 디저트류였습니다. 홍콩항공이 나름 국적기 비행사여서 꽤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얼리 체크인이라든지 기내식이라든지 담요 같은 것들 말이죠.
마카오는 버스 타고 갔다왔습니다. 원래 마카오 안 가려고 했었는데 출발 3일 전에 급하게 추가했습니다.
첫 끼니는 완탕면으로. 기름지고 향신료 가득한 중국 음식이었지만 향신료에는 내성이 있어서 맛있게 먹었네요.
에그타르트집 문 닫아서 바로 옆으로 갔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마카오랑 홍콩이랑 에그타르트 양식이 다르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카오(포르투갈)식에 한표.
홍콩으로 돌아왔습니다.
4인 4박 70만원.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격 생각하면 좋았지요. 4성급은 맞았지만 홍콩도 중국이라 그런지 어매니티가 몇개 빠진 건 있었습니다. 신발 신고 들어가는 방은 별로 적응되지 않았어요.
뭘 많이 시켜서 그냥 많이 먹었습니다.
중간에 무슨 오이소박이처럼 생긴 건 무슨 메뉴 이름이 한국식 매운 오이김치 이런거라서 흥미가 생겨서 주문했는데, 칠리소스에 버무린 오이 피클 맛이었습니다. 고추기름 때문인지 제법 개운해서 느끼한 음식들 먹고 입가심용으로 요긴하게 먹었습니다.
저거 시켜서 먹는데 옆에서 어떤 중국 분이 제게 저거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중국어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영어로 답해줬고, 영어로 저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시길래 3초간 고민하다가 메뉴판 찍었던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꽤나 흥미가 생겨서였는지는 몰라도, 그쪽 테이블에서도 같은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외국에서 먹는 유사 김치에 흥미가 생긴 중국인이라니 조금 이상하지요(…)
다음날에는 호텔 근처에서 제발 중국 음식 말고 양식 먹자고 주장해서 레스토랑 갔습니다. 리조또랑 피자 두 판을 시켰는데, 꽤나 맛있었습니다. 베이징 덕 리조또는 약간 현지화가 된 맛이었고, 시금치 피자랑 해물 피자는 평이하게 맛있었습니다.
홍콩은 야경이지요. 숙소가 침사추이 최남단이어서 스타의 거리에서 낮과 밤의 풍경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 홍콩의 야경이 정말 좋았습니다.
원래 백종원 아저씨가 추천하던 애문생 가려고 했었는데 정기 휴무였는지 문 닫았다고 한글로 친절하게 써 붙여놨더라구요.
애문생이 숙소에서 한참 위쪽에 떨어진 곳에 있어서 교통비까지 내고 어떻게 왔는데 그냥 가야 되냐며 툴툴대며 저녁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술집에서 소고기 감자 볶음을 취급하는 걸 보고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진짜 로컬 맛집이었습니다. 가격은 좀 나갔던 것 같지만 음식이 맛있어서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다음날은 홍콩섬으로 들어가서 센트럴 근처의 탄탄면 가게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여기 소룡포는 조금 속에 든 국물이 적더라구요. 그거만 빼면 맛있었습니다. 일본식 탄탄면과 비슷한 양식이었습니다. 대만식 탄탄면하고는 조금 다른 맛.
홍콩식 에그타르트는 약간 파이 속에 담아둔 달걀 푸딩같았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전 마카오식에 한표 드립니다. 마카오식은 패스츄리에 커스터드 크림 넣은 느낌이었습니다. 달걀 푸딩은 맛이 싱거웠거든요.
홍콩 IFC 애플 스토어도 방문했습니다. 가서 라이트닝 케이블같은 자잘한 것을 구입했고, 친구가 아이패드 프로를 만져 봤지요.
느긋하게 페리를 타고 침사추이로 돌아갔습니다. 낮과 밤은 또 느낌이 다르더군요.
어딜 가나 비둘기. 그리고 그 옆에는 괜히 비둘기 보면 쫓아내거나 밥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녁은 북경오리!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 체인점 자체 내에서 한국인/일본인 전용 코스를 따로 준비했더라구요. 덕분에 약간은 향신료 느낌이 덜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후식까지 맛있게 먹었네요.
홍콩에서 유일하게 맛이 없었던 디즈니 음식이었습니다. 차라리 훈련소 급양대 단체 급식이 더 맛있을 겁니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서 다 먹었습니다. 저는 생각보다 아무거나 잘 먹는 타입입니다(?).
음식 맛과 별개로 디즈니랜드 자체가 작아서 그런지 어트랙션 대기열도 짧은 편이었고 금방금방 타고 주간/야간 퍼레이드도 잘 보고 폐장 시간에 나왔습니다. 나갈 때 사람 엄청 몰리더라구요. 도쿄 디즈니랜드는 갈 때마다 호텔을 바로 옆에 잡아서 그렇게까지 느끼지 못했는데 MTR이 전혀 느리지도 않았지만 역체감은 확실했습니다.
다음날 한국인 많은 제니 베이커리 침사추이점에 들렸습니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짐을 맡겼지만 쿠키는 별 수 없어서 하루 종일 들고 다녔지요. 오전에 방문했을 때에도 이미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재고를 털던 와중이었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 돈이 쪼들리기도 했고, 아무튼 빅토리아 피크도 한번 가 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버스를 타고 갔다 왔습니다(…). 올라갔더니 안개가 자욱해 구름 속에 들어가 있었던지라 전망대도 결국 안 올라갔었네요. 그런데…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결국 마지막 남은 홍콩 달러를 여기에서 불태웠습니다.
주방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주방장이 한 장에 15달러라는 위트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찐따라서 장난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그래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미끄러지지 말라는 말을 세 번이나 강조해주셨습니다. 바닥이 미끄럽기는 하더군요.
언제나 고기는 맛있습니다. 진리입니다. 생각보다 메뉴가 비싸지는 않았는데, 캐주얼이라지만 지갑 사정이 빈약했기 때문에 남은 예산을 모두 고기에 몰빵하기로 결정했고 그 선택은 옳았습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피크에서 내려와 코즈웨이 베이로 이동해 홍콩 이케아를 둘러봤습니다. 사실 안에 있는 소파에서 한 시간동안 잤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빅토리아 파크에도 들렀지요.
이런 날씨에 군밤을?
홍콩에서 가장 신기했던 광경이었습니다. 5일 내내 반팔 입고 돌아다녔는데 이런 날씨에 메추리알이랑 군밤에 군고구마라니요. 군고구마가 너무 맛있어 보였지만 손이라든지 먹다 남은 군고구마 뒤처리가 두려워서 사 먹는건 관뒀습니다.
다시 침사추이로 돌아와서 숙소 근처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를 둘러봤습니다. 폴리텍대 치고는 캠퍼스도 크고 시설이 좋아 찾아보니 세계 대학 순위 50위 내외라더군요. 그리고 여기 건축물들은 한결같이 대나무로 지지대나 비계를 만드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공항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옥토퍼스 카드를 환불하니 제법 돈이 남더라구요.
홍콩 국제 공항은 정말 컸습니다. 1터미널이었는데 온통 면세점 투성이더라구요. 디즈니 스토어가 보세 구역에 있는 것도 신기했고, 한국의 친구에게 술 대행을 받아 위스키를 하나 샀습니다. 참고로 이 친구, 주류 갤러리 유저입니다(…).
1터미널에서 공항 셔틀을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행기에서 어찌저찌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날 꼬박 새고 불편한 A320에 갇혀서 인천으로 불려 왔습니다.
결국 잠은 KTX에서 잤네요. 그나마 기차에서 잠이라도 자서 망정이었지 아니었으면 다음날 수강신청은 완전히 망쳤을 겁니다.
소감은 ‘다시는 새벽 비행기 타지 않겠습니다’ 입니다. 죽어도 안 타요. 너무 늙었어요…
하지만 여행은 한번 더 가보고 싶네요. 다음은 LA로… 갈 수 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