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건은 바로 카타판입니다.
일본 기타규슈에서 직송해 오는 도중 깨졌습니다만..
카타판은 유럽의 하드텍과 현재 우리가 먹는 건빵의 미싱링크인 물건이죠.
그래서 그런지 유통기한이 1년이 넘고, 보관하는 장소와 방법에 따라서는 무제한으로 보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재료는 소맥분, 설탕, 가당연유며 이걸 반죽해 여러번 구워서 매우 단단하다고 합니다.
한 장당 무게 28g, 약 111칼로리, 단백질 1.9g, 지방 0.3g, 탄수화물 25.2g, 나트륨 5.9mg이 들었습니다.
맛은 꽤 달달한 밀가루 비스킷 맛인데, 설탕을 뿌리고 가당연유를 우유 대신 넣어 반죽해서 그렇습니다.
마치 군용 건빵 크기를 키운 후 단맛을 빠다코코넛 같이 강화시킨 느낌이네요.
저 28g짜리 비스킷 하나에 111칼로리가 들었을 만큼 고칼로리인게 납득이 가네요.
하지만 아주 단단합니다.
처음에 한 입 배어물려고 이로 씹는데 이가 안 들어가는 겁니다.
안간힘을 써서 씹으니 그제서야 배어물 수 있습니다.
저걸 접시에 올릴 때 바스락거리지 않고 마치 유리판마냥 땡땡거리는 맑은 소리가 날 정도니...
괜히 건강은 턱에서부터 나온다고 캐치프라이즈를 내건 게 아니더군요.
잇몸이 부실하면 도저히 씹어먹기 곤란할 거에요.
그래서 우유에 한 2분을 푹 담궜더니 겉은 우유를 흡수해 부드러워져서 먹을 만 합니다만,
여전히 심 부분까지는 수분이 흡수되지 못해서 꽤 단단합니다.
단면만 봐도 아시겠지만 빈틈이 없이 밀도가 높아서 그런 듯 합니다.
저녁으로 저거 3장과 우유, 토마토 한 줌만 먹었는데도 아주 든든한 거 보니 전투식량으로 가치는 있어 보이긴 합니다.
저걸 먹고 4km를 걷고 무산소운동도 했는데도 에너지가 충분하더라고요.
한번 옛날 건빵의 맛을 탐구해 보고 싶으시거나, 아니면 자연재해나 전쟁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찾는다면
해외직구로 사보실 만 하실 듯 합니다.
P.S
그나마 단 맛이 나게 개량한 저 카타판은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라도 있으니 식감만 제외하면 먹을 만 합니다.
하지만 그 맛조차도 없고 단단하기만 하던 원조 하드텍을 악으로 깡으로 먹던 병사들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P.S 2 우리가 먹는 건빵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1854년 흑선내항 이후 일본은 막부와 각 번들이 제각기 유럽제 무기와 전술을 받아들이며 근대화에 나섭니다. 이 때 자연스럽게 하드텍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메이지 유신이 1868년 일어나고 보신 전쟁, 세이난 전쟁이 발발하면서 저 하드텍이 본격적으로 전투식량으로 유용성을 입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인 입장에서 저 하드텍은 단단하고 밍밍한 것이 도저히 먹지 못할 물건이었는지라 자연스럽게 개량이 이루어지죠.
크기를 줄이거나 중력분이나 강력분 등 다양한 밀가루를 써보거나, 보리나 쌀가루를 섞거나... 설탕이나 맥주 이스트, 계란, 버터 등을 섞기도 하는 등 일본군 내부 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제각기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물건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러일전쟁이 일어난 1904년쯤 지금의 레시피와 모양을 가진 건빵이 나타났습니다.
콘페이토를 넣은 것도 러일전쟁 시기로 알려져 있는데 목이 메이는 걸 막고, 한반도와 중국의 혹한을 견디기 위한 칼로리 보충의 목적으로 추가했는데, 스트레스를 풀어줄 목적으로 콘페이토도 예쁘게 색을 입히게 되었죠.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 시기 제빵사들이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해방 이후 한국군이 건빵을 전투식량 겸 증식용 간식으로 정식 체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