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는 여러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들 주의하고 있는 것이 원내도로에서 과속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 경고의 의미로 매점에 과속하는 차에 치여 죽은 마운틴 라이언을 박제시켜놨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야생동물들 중에서 가장 흔하고 가깝게 볼 수 있는 녀석은 레이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까마귀들보다 확실히 한 체급 이상 큽니다.
별로 안 좋아하실 수도 있는데, 꽤 귀여워요.
다만 아무래도 워낙에 새까만 색이다 보니 카메라가 초점을 잘 못 잡습니다.
후보정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를 해 보긴 했습니다만...
이쪽 지방의 아메리칸 원주민 부족 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차장 바로 옆의 공터에 한가로이 누워 풀을 뜯는 아저씨.
이래봐도 야생동물입니다. 아니 야생동물 주제에 그렇게 경계심이 없어도 되나?
원래는 그랜드캐년에서 일출을 볼 생각이었는데, 카메라가 죽어버린 관계로 일출은 가까운 베스트바이에서 보기로 하고...
플래그스태프라는 애리조나 북부의 도시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노던 애리조나 대학교가 있는 도시라 그런지 작지만 굉장히 젊은 느낌이었네요.
새벽 1시가 넘어 도착했는데도 아직도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있고.
야식으로 탄탄면을 하길래 먹었지만 솔직히 형편없었습니다.
플래그스태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뉴멕시코의 앨버커키로 차를 향했습니다.
뉴멕시코가 이름부터 그렇지만 중남미계 주민들도 많고, 그쪽 문화가 많이 섞인 동네인 만큼 멕시코 음식 가장 잘한다는 데로.
멕시코 플레이트라는, 10불이 안 되는 메뉴를 시키면 이만큼을 줍니다. 결국 다 못 먹긴 했습니다만.
구성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 타말레 : 오른쪽 아래 양배추 더미 밑에 들어있습니다. 반죽 안에 속을 채워 쪄낸 음식. 전병같은 느낌이네요.
- 타코 : 왼쪽의 양배추 더미입니다. 하드쉘인데다가 펴진 채로 또띠아를 튀겨내서 깔끔히 먹기는 좀 힘들었네요.
- 엔칠라다 : 옥수수 또띠아에 소를 넣어 말은 후 칠리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입니다. 오른쪽 아래 양배추 더미 밑에 타말레랑 같이 있습니다.
- 밥 : 그냥 밥은 아니고 매콤하게 볶아낸 느낌이었네요. 가운데 칩 비스무리한 것 밑에 있습니다.
- 콩 : 사실 콩 요리라기보다도 칠리에 더 가까운 것 같긴 합니다만, 오른쪽 위의 불그스레한 것입니다.
- 칠리 초리조 소스 : 타말레와 엔칠라다 위에 뿌려진 소스입니다.
- 등갈비 : 타말레와 엔칠라다 옆에 같이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역시 양배추에 가려서 안 보임.
- 토스타다 : 가운데 밥 위에 올려진 칩 비슷한 물건입니다. 사실상 튀긴 또띠아.
- 소피야다 : 왼쪽 위의 빵 비슷한 물건입니다. 이 경우엔 속이 빈 녀석인데, 꿀을 찍어서 먹으면 꽤 담백하고 맛있습니다.
이렇게 다 해서 세금제외 8.6불이라니, 시카고에서는 꿈도 못 꿀 가격이었네요.
근데 혼자 먹기엔 어쨌거나 많은 양이라 엔칠라다랑 타말레 약간씩은 남기고 말았습니다.
확실히 정통 멕시코 음식이라는 느낌이었네요. 개인적으로 멕시코 음식 취향은 아니지만.
앨버커키에서 점심도 먹었겠다, 계속 차를 달려서 콜로라도를 통해 캔자스로 가 봅니다.
콜로라도에도 볼 것이 많다고들 하지만, 일정이 타이트한 관계로 밤에 지나가서 본 것은 없네요.
아니, 본 것이 없다기보다도 사방이 칠흑인데 보이는 건 몇미터 전방의 도로밖에 없고,
저 멀리 하늘에서는 이따금씩 천둥번개가 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정말 정신 건강에 안 좋은 경험을 했지요.
어쨌거나, 캔자스입니다. 콜로라도에서 캔자스로 넘어가는 길인데, 70번 도로같이 큰 도로를 따라 간 게 아니라 황량합니다.
이 날부터는 날씨가 몹시 좋지 않았습니다. 안 그랬으면 카메라 새로 샀어야 했을 뻔.
눈이 닿는 곳까지 전부 밭입니다.
좀더 시점을 낮추고 찍은 사진 한 장.
스캇 시티라는 시골 동네에 잠시 멈춰 점심을 먹었습니다. 캔자스에 온 만큼 점심은 스테이크로.
12온스 캔자스 시티 스트립 (=등심) 입니다. 뭐, 캔자스 와서 먹는다고 맛이 아주 특별할 건 없고, 그냥 교과서적인 스테이크였네요.
대신 가격이 쌉니다. 20불밖에 안 하네요. 시카고에서 먹은 립아이 가격을 생각하면... 거의 반 값 정도?
이 다음은 이번 로드트립의 원래 목적지였던 캔자스의 모뉴먼트 락입니다. 사실 그 다음부터는 별로 볼 것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