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올해 봄에 시즌 온 투어로 갈려고 했던 투어지만,
올해 초부터 코로나가 뻥! 터지고 나서는 사실상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길이었죠.
하지만 시기가 지나고 보니, 슬슬 가볼만 해 졌다고 느껴져서 일주일 전부터 급하게 계획을 짜서 출발을 계획합니다.
주의: 여기서부터는 액션캠 영상 캡쳐가 섞여있습니다. 화질구지에 주의해주세욧!
10/30일. 드디어 투어를 출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출발한지 5분도 되지 않아 회사에서 급한 연락이 와, 집에 다시 들어간 다음에 나오니 이미 시계는 11시를 가르키고 있네요.
그 상태로 이제 투어를 가기 위해 서울시내를 서에서 동으로 뚫으려고 하니,
시작부터 아름다운 정체에 걸려 옴짝달싹 못합니다.
서울을 서에서 동으로 탈출하는데 거의 한시간 반을 소모하였습니다.
거기서 쭈욱쭈욱 달려 구리와 남양주를 지나 양평에 도착했는데도 도로 정체가 엄청나더군요.
원인을 보니 도로 공사중이었습니다(....)
심지어 중간에 식사를 계획했던 가게도 코로나로 인해 휴업을 하십니다(...)
그렇게 망연자실하게 앉아서 상황을 다시 돌아보니, 이미 계획하고는 3시간 넘게 차이나고 있는 상황이라
원래 시작하려고 했던 양구 구간을 잘라먹고, 인제읍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바로 31번 구간의 인제 합류점부터 시작하기로 합니다.
인제읍 합강막국수. 물막국수 8000원.
개인적으로는 강원도의 여러 막국수집들 중에 중상위권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부는 직접 하신다는것 같았어요.
그렇게 먹고 나와서 한숨 돌리고 나니, 시간이 벌써 2시더군요.
지금부터 바삐 달려도 첫날 목적지인 태백에는 해가 진 다음에 도착하는걸 피할 수 없죠.
그 말인 즉슨, 영월 이후부터는 난이도 높은 고갯길을 한 밤중에 뚫어야 한다는 겁니다.
영월 쯤에서 적당히 섰다가 갈까 해가 져도 태백까지 갈까 하다가, 일단 가면서 생각하기로 했어요.
인제읍을 탈출하려고 하는데, 앞에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더라구요.
경찰차도 서 있고, 사람들이 막 서서 구경하는데, 웬지 위험할 것 같아서 일단 지나칩니다.
그래서 강 건너로 넘어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미 소방차가 두세대 와 있고, 소방대원분들이 한창 화재진압중이시더라구요.
빨리 진압되길 바라면서 그대로 지나칩니다.
여기서부터는 끊임없이 내린천을 따라 피암터널들을 지나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갑니다.
적절한 와인딩과 좋은 풍경이 만나, 라이더들이 즐겨 지나가는 길인데,
이렇게 단풍이 잘 들어있는 상태는 처음 본 것 같았어요.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 한창 국도에서 많이 설치되는 졸음쉼터들 중에 하나가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를 만나시게 된다면 한번 꼭 쉬어가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다른 날입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생각보다 꽤 괜찮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흘러가다가, 갑자기 신호등이 있다는 입간판에 속도를 줄입니다.
여기도 올해 장마와 태풍의 수해를 비껴가지 못했나보네요.
지금이 10월 말쯤인데, 아직도 토사와 돌이 저만큼 밀려나와 있는 것을 보면,
그 피해가 대단했던것 같네요.
그러곤 다시 나와 한없이 펼쳐져있는 와인딩을 즐겨줍니다.
공기도 맑고, 길이 막히지도 않고 풍경도 좋으니 이렇게 좋은 날이 있나 싶습니다.
다만 제가 시간에 쫒기고 있다는 점 빼구요.
여기도 풍수해 피해를 입었었는지, 아예 피암터널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제 IC근처쯤 오니, 심지어 강가에 코스모스까지 어우러져 있네요.
하지만 좋은 풍경을 보고 있던 저에게, 노오란 색깔의 햇빛은 저에게
'빨리 안가면 네 앞길을 암흑천지로 만들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풍경이 너무 좋은걸요.
앞의 풍경을 보고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잠깐만 지체하면 사방이 암흑천지로 변할 걸 알기에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칩니다....
한창 진행하다가 갈림길이 하나 나옵니다.
국도와 지방도가 하나되어 가다가 한쪽은 지방도, 한쪽은 국도로 나뉘는데
생긴건 직진해야 국도 같지만, 실제는 좌회전을 해야 국도입니다.
저는 좌회전합니다.
올라오면 잘 정비되어있는 국도 고갯길이 나옵니다.
좋은 풍경과 적절한 와인딩을 즐기면서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고사리재. 해발 700m를 지나칩니다. 오늘의 첫번째 제대로 된 고갯길이네요.
내리막은 헤어핀 하나 없이 약간의 코너와 적절한 각도로 게속 내리막이 펼쳐집니다.
다만 도로 상태는 오르막보다 상대적으로 나쁩니다.
그렇게 언덕을 내려오면, 계곡을 따라 또 한참을 갑니다.
심한 굴곡도 잘 없고, 도로 상태도 최근에 정비를 해서 아주 괜찮은 길이 꽤 길게 펼쳐집니다.
그렇게 가다보면 고갯길이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상당히 다니기 편한 길이 나옵니다.
하지만 오늘은 공사중이니 속도를 줄여서 지나갑니다.
상뱃재. 해발 886m 정상을 지나 다시 내려갑니다.
앞서 고사리재와는 달리 헤어핀이 두세개 있지만, 도로 상태는 훨씬 좋은 내리막을 지나갑니다.
평일날 저처럼 투어를 다니는듯한 라이더를 마주쳐 지나가며 손인사도 하고
김장철을 맞아, 모든 무를 뽑아 황량해진 무밭을 지나가다가 보면
곧 급한 코너들과 오르막차로가 나옵니다.
하지만 2킬로도 못가서 오르막차로가 사라지는데
산은 아직 한참 올라가야 되는데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기절)
헤어핀이 끝도 없이 있는데, 코너 자체도 날카롭고, 자주 방향이 바뀝니다.
거기다가 고개를 오르면 오를수록 기온이 말도 못하게 떨어집니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려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디 쉴 데를 찾아야하는데.....
운두령. 해발 1089m
고도는 앞서 고개들하고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온도도 낮은 것 같고, 고개 정상은 칼바람이 붑니다.
휴게소 안의 가게가 열려있길래, 안에서 아메리카노를 하나 주문합니다.
고개 꼭데기의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 맛은 어떻냐면.....
이국적인 컵 안에 익숙한 커피 향이 납니다.
이나영 씨나 안성기 선생님이 생각나는 맛입니다(...)
웬지 커피그라인더 소리가 안 들린다 싶었는데(....)
고개 위의 칼바람 때문에 커피에서 얻는 온기보다 빼앗기는 체온이 더 많아,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고 최대한 빨리 고개를 내려가서 햇볕 쬘 곳을 찾습니다.
(다음...... 에?)
참 낭만적인 취미생활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