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지옥 https://gigglehd.com/gg/2477789 을 겪으면서 주말 동안 다녀온 제주도입니다.
비행기에 타서 주문한 콜라. 뭐라도 안마시면 죽을것 같았어요. 저 한캔에 2천원이니 참 비싸지만 이거라도 마셔야.
원래 아침 식사를 하려던 곳이 사라졌습니다. 지도에 마지막으로 등록된 리뷰가 2년 전이면 의심을 해봤어야 하는데..
제주도는 지금 무 시즌입니다. 밭마다 무가 보이네요. 서울에서 무 한개에 500원 천원에 팔리려면, 밭에서는 도대체 한개 얼마에 나가는 건가 궁금하네요.
제주도에서 망고가 나오면서 망고를 주력으로 취급하는 카페들이 많이 늘어난듯요.
유채는 지금 피크는 아닌데 나름 볼만 합니다. 성산일출봉을 뒤로 깔고 사진 찍을때 돈받는 유채밭은 이미 만개했더군요.
이번 여행의 목적지 중 하나인 유민미술관. 어쩌다보니 안도 타다오의 건물들을 하나씩 찾아가 보게 됐습니다. 원래 건축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어서 이리 됐어요.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안에 들어갈 때마다 한꺼풀씩 새로운 광경이 드러나네요. 알쓸신잡에서나 나오던 이야기를 눈으로 확인하니 재밌어요.
제주도 카페 보면 건물 벽에 구멍을 내서 거기로 풍경을 보는 곳이 은근히 있던데, 그거 원조가 이곳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 옆에 있는 글라스하우스 2층의 레스토랑. 디저트 종류는 먹을만 하고 커피는 영 맛이 없다는 평을 들어서 디저트만 시켰거든요. 그냥 평이하게 맛있더군요. 입이 워낙 고급이 되놔서 그런가. 커피가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그런 평을 썼을까 싶기도 하고.
구석에 놓인 피아노. 피아노 아래에는-
이런 물건이 붙어 있습니다. 요새는 고급진 곳(?)에 가도 그랜드 피아노를 보기 힘들어져서, 이런 물건도 자주 보이진 않네요. 그리고 요새는 3.5인치 디스켓이나 ODD보다는 그냥 USB를 쓰지 않을까 싶지만.
고기국수라는 걸 한번 제대로 먹어보자 작정하고 간 가시아방국수. 대기 겁나 많고 사람 겁나 많은데, 예약 방식이 군말이 나올 수가 없고, 딱 주문을 쳐낼 수 있을 정도만 테이블이 있어 내부는 의외로 쾌적하며, 국수 특성상 회전율이 좋고, 가격 싼데 양도 많습니다.
그리고 맛. 한참 라멘 먹으러 다닐때 고기국수가 돈코츠 라멘하고 비슷하다는 말을 봤는데요. 그 말이 맞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 면을 잘 뽑기도 했지만, 저 국물에는 잘 만든 국수가 아니라 밥을 말아도 맛있을듯요.
이건 비빔국수. 위에 올려진 고기는 잘 삶아낸 족발같은 느낌입니다. 비빔국수를 먹을 땐 꼭 고기랑 국수를 같이 먹어야 해요. 그럼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거든요.
하도 사람이 많아서 굳이 여기를 가야 하나 생각이 들었는데, 먹고 나니 기다려서라도 먹을만한 가치가 있는 가게구나 생각이 드네요.
나오면서 본 배추밭. 배추 수확을 하지 않았네요. 저런걸 보면 괜히 욕심이 나는데.
무 먹는 말. 무 가격이 워낙 싸서 말 먹이로 주는걸까요. 저거 다 먹으면 속이 불편하지 않을까..
맥주와 피자가 맛있다고 해서 찾아간 맥파이. 페일 에일 맛이 쓰지만 뒤끝이 없이 개운하며 알콜 도수가 세지도 않습니다. 일단 한모금 시작하면 주욱 들어가네요.
피자. 도우 위에 불경스럽기 짝이없는 콜리플라워를 얹었고, 고기고기한 토핑은 잘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맥주안주로 딱입니다. 신선한 토마도에 맛좋은 소스, 도우도 엄청 건강한 빵 맛이고요.
다만 이거 먹으러 제주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요. 이태원에 있는 맥파이가 훨씬 가까우니까.
다음날 아침은 에이팩토리 베이커리에서 산 빵. 빵과 버터의 조합이 실로 조화롭습니다. 아침 식사로 여기에 커피 한잔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
이런 가게들이 제주에 자꾸 생기는거 보면, 거대 자본과 실력이 엄청 많이 유입될 정도로, 제주의 소비 시장이 늘었구나.. 싶네요.
무근성...?
조선시대 바로 옆에 현대가 있어, 볼때마다 신기한 관덕정.
점심은 노조미라는 가게에서 먹었습니다. 우동이 괜찮다고 갔는데 확실히 면은 잘 뽑았어요. 토핑도 나름 개성적이고. 생긴지 얼마 안된 가게 같던데 사람이 많은 이유는 있더군요.
돈까스의 돼지고기는 질이 좋은 걸 썼어요. 아쉬운 건 튀김 종류가 좀 기름지다는 거?
오후엔 본태박물관. 이상한 장난감을 팝니다. 입장료가 겁나 비싼 곳이라 그런게, 들어오는 분들의 매너가 그나마 좀 낫...다고 해야 하나요. 최소한 무료 입장보단 나은듯.
호박. 뒤쪽에도 칠이 돼 있을텐데 한쪽만 볼 수 있는 건 아쉽더군요. 호박은 역시 바닷가에 있어야죠. 매표소에선 이 호박의 미니어쳐를 기념품으로 팔던데 가격이 무려 55만원.
현대미술이 참 어렵다고 하지만 의외로 이해하기 쉬운 곳도 있더군요. 이렇게 방 안을 전구/거울/물로 채워서 온 공간이 빛으로 채운 것처럼 보이는 방이라던가, 백남준의 TV 아트도 실물을 여기에서 처음 봤는데 느낌이 좋고요. CRT가 고장나면 그걸 LCD로 대체해야하나 같은 쓰잘데기없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국내 라이트노벨의 선구자인 구운몽. 일러스트가 매우 화려합니다.
본태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주교회. 정말 교회라기보다는 예식장으로 대관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안도 다다오도 교회 시리즈를 몇개 지었지만 그 중에서 정말 교회로 쓰이는 건 빛의 교회 뿐이고.
저녁은 회. 작년에 고등어회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올해도 일단 고등어 2마리로 시작했으나.. 작년만큼의 감흥이 없네요.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1월 고등어랑 2월 고등어랑 맛이 다른건가.
뜨거운 밥 대신 찬밥이 나왔으면 오히려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회덮밥.
회는 적당히 먹고 군것질로 배를 채웁니다. 문어문어
시장통 고양이가 밥을 내놓으라며 달라 붙네요. 딱 제 발 위에 앉아 있으니, 지나가든 사람들이 꺄아 고양이다 하고 쳐다보고 갑니다. 그럴 때마다 '훗 당신들은 발 위에 고양이 없지'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지요.
원하는 오징어를 쟁취해낸 고양이. 저 비싼 반건조 오징어를 고양이 밥으로 주다니 좀 아깝긴 합니다. 시장 고양이들이 워낙 잘 먹어서 생선 같은거나 쳐다보고 빵은 무시한데요. 그래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애한테 뭔가를 주고싶어지는게 맞지요.
애가 계속 달라붙어 있으니 시장 상인분들이 '저 아저씨 따라가라'고 하는게, 시장 고양이를 한마리라도 줄여볼 큰 그림을 그리시는 듯 했으나, 자기 구역에서 더 이상 벗어나진 않네요.
1번 게이트 옆에서 할머니가 호떡 1장 500원씩 파는데 구운 수준에서 연륜이 느껴집니다.
마무리는 에이팩토리카페에서. 밖에서 커피 마시면서 맛있다는 소리를 어지간해선 안하는데 여긴 괜찮더군요. 여기서 사용한다는 프릳츠 원두도 궁금해집니다.
시장고양이는 참 통통한게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