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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오대산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6번 국도를 계속 타고 내려가서 진부에 도착, 여기서 살짝 고민을 해 봅니다.
진부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을 거쳐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정선을 찍고 태백을 거쳐 집에 갈 것인지.
결국 국도를 타고 대관령까지 갔다가 마음을 돌려 다시 진부를 거쳐 정선으로 내려가 봅니다.
대관령쪽 국도는 엄청 무섭긴 하더군요. 미국 로드트립 중 한밤중에 콜로라도의 산타페 트레일을 달리던 기억이 날 지경.
아니, 오히려 전방 5m도 안 보이는 안개가 끼는 데다가 길이 훨씬 더 복잡하니 비교도 안 되게 더 무섭습니다.
어쨌거나 대충 정선에 도착할 즈음 해서 부족한 잠을 차 안에서 좀 더 메꾸고 일어나보니 절경이 저를 맞아줍니다.
어느 산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름이 산중턱에 걸인 게 마치 신선이 살 것 같고, 하늘은 코발트색으로 푸르니 멋있더군요.
어쨌거나, 원래 목적지인 정선 가리왕산입니다. 저질 체력인 관계로 등산은 안 하고 휴양림만 돌았네요.
휴양림 여기저기에 돌탑이 쌓여 있습니다.
가리왕산의 특징적인 거라면 바위마다 이끼가 끼어 있는 것이려나요.
다만 어떤 풀이 어떤 풀인지를 모르는 제 수준에서는 우리나라 산들은 다 거기서 거기같아보입니다.
땅덩어리가 작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서도, 그냥 소나무 많은 온대림이라는 느낌.
철조망에는 벌써부터 잠자리가 나와 앉아있습니다.
아쉽게도 다람쥐는 딱 한마리밖에 보지 못했네요.
봄도 아닌데 벌들은 열심히 꿀을 빨고 있었습니다.
정선까지 왔으니, 정선 5일장에 들어가 회동집을 가 봅니다.
방송에 나온 곳이라 선택한 게 크긴 합니다. 어쨌거나, 차를 끌어야 하니 막걸리는 생략하고...
모듬전입니다. 수수부꾸미, 메밀부침, 메밀전병, 녹두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메밀전병을 처음 먹었을 때는 별로였는데, 여기 메밀전병은 과연 방송에 탈 정도인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물론 메밀전병만 맛있는 것은 아니고, 다 맛있었습니다. 원래 잘 안 먹는 음식들인데도요.
정선에 오면 전날 곤드레밥을 먹었어도 다음날 또 곤드레밥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곤드레밥도 시켜 봅니다.
역시 맛있습니다. 풀때기에는 별 관심 없는 저한테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콧등치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메밀 냉국수입니다.
굵은 메밀면이 워낙에 빳빳해 먹다 보면 면이 콧등을 칠 정도라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던가요.
맛있기야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세 개 메뉴의 순서를 꼽자면 모듬전>곤드레밥>콧등치기 였습니다.
다만, 맛있게 먹기야 먹었지만 사람이 많아 줄서서 좀 기다려야 합니다.
계속 길을 향하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 민둥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은 일을 끝내고 나와서 경치가 좋아 한 장.
민둥산은 정상 근처에 가면 억새풀이 멋있다고 하긴 합니다만, 등산과는 연이 없는 관계로 생략.
대신 차를 타고 산에 올라서 한 장 찍었습니다. 함백산에 올라 한 장.
굳이 철탑을 찍은 이유는 구름이 멋있기도 하지만서도 이런 산꼭대기에도 철탑을 짓는 한전의 근성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차를 타고 오르니 야생화 축제를 한답시고 사람이 바글바글했습니다. 근데 야생화는 별 거 없어서 그냥 내려왔네요.
이쪽은 정선을 등지고 태백으로 내려가는 쪽. 산들이 멋지게 솟아 있습니다.
원래는 태백산 국립공원에서도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피곤해서 한숨 자고 나니 산 위에만 비가 쏟아지더군요.
비를 맞으면서까지 사진을 찍을 생각은 없는 관계로 그냥 내려왔습니다.
집에 오는 길, 정확히는 삼척 호산항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바위산이 멋있길래 한 장 찍었습니다.
위에도 썼지만 산알못, 풀알못인 저한테는 우리나라 산들은 너무 다들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 그보다 제가 등산을 안 하는 이유는 하나같이 습해서 땀이 잘 안 식기 때문인 게 큰 것 같습니다.
그랜드캐년에 가서는 평생 할 등산을 다 하고 온 느낌이었으니까요.
이틀동안 총 400장 조금 안 되는 사진을 찍었네요. 그 중에 건진 건 40장 정도. 일단 많이 찍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들인 SEL24F18Z가 음식 사진 찍기는 참 좋네요. 최소초점거리가 16cm으로 짧아서 식당에서 사진 찍기 좋습니다.
괜히 멀리 한바퀴 돌아서 여기까지 온 기분이기는 하네요. SEL35F18을 처분해야 하나...
다음으로는 속초-양양 쪽으로 가던가, 아니면 호남쪽으로 가볼까 싶네요. 물론 최고 우선순위는 맛기행입니다.
칼이사는 찍은 사진 보면 다시 뽐뿌오게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