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잠깐 내려왔습니다. 점심때라 밥부터 먹어야하니, 예전부터 벼르던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 거리로. 인천 차이나타운도 가봤지만 거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갛네요.
그런데 2/3이 중국이라면 1/3은 러시아입니다. 러시아 술집, 러시아 디저트, 러시아 식당. 러시아 미용실까지. 2019년 들어 백인들을 가장 많이 본 곳이 여기에요.
항구 바로 앞이라 그런가 러시아 사람 대상으로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이 늘어난듯 합니다. 이러다가 러시아 거리가 될지도요. 무슨 동네건 변하기 마련이지요.
몹시 궁금한 러시아 빵. 하지만 점심 먹은 후에 본거라서 지나쳤습니다. 나중에 부산에 여유있게 내려오면 들어가 보고 싶네요. 맛이 엄청 좋거나 영 취향에 안 맞거나 둘 중 하나지 싶은데.
그래서 밥 먹으러 간 곳은 마가 만두. 탕수육은 있지만 짜장면도 짬뽕도 없고 오직 만두만 취급합니다. 지금 사는 동네에도 화교분이 운영하는 중식당이 있어 자주 가는데 거기는 화교라는 티가 잘 안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중국어가 참 강렬하네요.
기본적으로 깔리는 반찬.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저는 단무지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 옆에 있는 것들이 마음에 든다는 소리죠. 오이 위에 올려둔 건 중국식 춘장인가 했더니 마늘을 절여둔 거네요.
게살볶음밥. 마누라 왈 이렇게 맛있는 볶음밥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하여간 맛있다는데엔 동감. 옆의 짜장은 없어도 되지 않았나 싶네요.
군만두. 이런 만두를 먹어보면 보통 중국집에서 파는 만두, 그러니까 공장에서 만들어 튀긴 걸 다시 튀겨서 내오는 그런 만두는 서비스라면 몰라도 돈 주고 사먹기 싫어집니다.
찐만두가 가장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가장 늦게 나왔네요.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곳도 찐만두 나오는데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만두피가 좀 있어서 그렇지 만두소에서 베어나오는 육즙은 대만 딘타이펑 못지 않습니다. 이번에 대만 가면 굳이 소룡포는 안 먹어봐도 되겠군요.
마누라는 저 만두피로 면을 썰어서 팔아도 되게 맛있을거라고 말하던데, 어쨌건 면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런 만두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면 따위는 없어도 됩니다.
펑리수, 월병, 공갈빵 등을 파는 곳. 월병을 샀는데 아직 먹어보진 않았어요.
한줄 요약하면 부산역 앞에 갔는데 뭐 먹을게 마땅찮다 싶으면 무조건 저기로 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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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마을 구경이나 갈까 싶어서 올랐다가 거 대단히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을 열번은 온 것 같은데 저런 곳은 처음이네요. 알고보니 호텔.
바다가 보이는 호텔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더 특이하군요. 일정을 잘 맞추면 숙박비가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던데 한번 가볼까...
부산은 벚꽃이 슬슬 지는 중입니다. 여의도 벚꽃축제가 이제 시작이니 부산은 떨어질 만도 하겠네요.
이 동네 광고판엔 아예 방을 세주는 것만 따로 취급하더군요. 근데 왜 전세라 써놓고 보증금과 월세가 따로 써져 있는지는 미지수.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인건가.
원래는 민주공원의 탑까지 보려고 했으나 언덕 좀 올라갔다고 힘이 다 빠져서 포기.
저녁은 훠궈....인데, 한국식으로 많이 바뀐 훠궈입니다. 맛 자체는 충분히 훠궈스러운데, 안에서 나온 햄조각과 오뎅조각이 좀 깨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