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공원에 위치한 도쿄국립박물관. 규모도 크고 소장 유물이 많아서 며칠 날잡아서 찬찬히 살펴봐도 모자랄 규모입니다만, 저는 한국관의 오타니 콜렉션을 보기 위해 가봤습니다.
어째.. 입구의 매점에서는 저 단망경을 파는데,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4배율 만엔, 6배율 만 2천엔, 8배율 만 4천엔. 옥션이나 지마켓에서 파는 3만원짜리 망원경과 질이 다르기라도 한가.. 비싸네요. 하지만 이런 확대를 할 수 있는 기구 하나 있으면 유물 디테일 보기 좋죠.
당장 입구에서 보이는 안진경 특별전.. 안진경은 중국의 유명한 서예가입니다. 과연 이 서예 작품들을 어떻게 구한 것일까요. 설마.. 오타니 콜렉션처럼 불법으로 도굴하거나 훔친 건 아니겠죠? 아무튼 보고 싶긴 했는데 동양관의 한국 유물 보기 바빠서 패스한 게 아쉽네요. 한자 공부를 위해 서실 다니면서 서예도 조금 배워본 차라 조금이나마 그 필체나 양식은 읽을 수 있어서요.
입장하자마자 동양관 앞에 보이는 이 석상들.. 역시 한국에서 가져온 거더군요. 강원도와 평양에서 왔는데, 뭔가 씁쓸합니다.. 이제 동양관으로 들어갑니다.
동양관 꼭데기에 한국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전시실보다 조금 작은 수준인데 아주 알차게 전시해 놨더군요.
이 유물들 중에는 정당하게 한국이 기증하거나 한 것도 있지만, 대다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대구에서 전기사업을 하던 사업가 오쿠라 다케노스케가 밀반출한 것들입니다.
지금도 오쿠라 가문은 호텔 경영과 도쿄국립박물관 레스토랑 운영 등으로 부유하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석기시대 유물부터.. 둘러보니 구석기의 뗀석기부터 청동기 시대의 간석기까지 아주 알차게 다 챙겨왔습니다..
삼국시대의 환두대도..
토기 유물.. 한국사 교과서 보면 나오는 신라, 가야 토기도 있는데 이 어두운 공간에서는 폰카의 한계가 심각해서...
투구 유물.. 저 양식의 투구는 한반도에서도 사용했고, 나중에 일본에서도 이 영향을 받은 투구가 17세기까지 쓰입니다. 물론 세세한 디테일이나 설계는 바뀌지만..
불상 유물. 손바닥에 들어갈만한 조금한 불상부터 사람만한 것,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아주 골고루 어떻게 모았는지 참 여러 의미로 대단하더군요. 한국에 놔두고 갔다면 좋았을 것을.
청자 유물.. 저 도자기들 역시 걸작들입니다. 자연스러운 곡선과 정교한 조각 및 투각 등등...
물론 조선 유물도 있습니다.. 오쿠라 다케노스케의 컬렉션을 보면 이 사람은 유물 오타쿠였음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신나게 모은 콜렉션을 한국이 독립하면서 혼란할 때 죄다 일본으로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이 유물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원주인들은 돌려달라고 아우성이나 일본측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 유물을 보고 공부하겠다고 비행기를 타야 하니 씁쓸할 뿐입니다.
물론 동양관에는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유물도 많이 있습니다. 역시 대부분은 약탈하거나 아니면 당시 프랑스나 영국 등 식민지 지배국이 식민지 민중의 허락 없이 넘긴 것들이라서 논란이 많습니다. 너무 많은 유물들이라 한국관 외에는 사실상 훑어보듯 지나가게 되네요.
물론 일본 박물관이라서 일본 유물이 가장 많습니다. 그 점은 대영박물관보다 조금 나은 점이겠네요. 대영박물관은 영국 유물은 한줌도 안 되고 대다수는 외국 유물이라서 말이죠. 저 도지기리 야스스나라는 도검, 구로다 요시타카의 갑옷 등은 실제 보니 섬세하면서 박력이 넘칩니다.
여러가지로 이 박물관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처럼 제대로 둘러보려면 한 2~3일은 잡아야 할만큼 방대합니다. 본관과 헤이세이관, 호류지보물관 등은 일본 유물, 동양관은 한국,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의 유물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만약 2~3시간 정도 짧게 보려 하시면 그냥 한개의 관만 집중하는 게 좋을 겁니다. 주변에는 우에노 공원이 있고, 우에노역과 우구이스다니역이 가까운데, 우구이스다니역은 주변에 러브호텔이나 사창가 등이 널린 동네라 우에노역을 통해 접근하는 게 좋을 겁니다.
박물관 안은 촬영 금지일줄 알았는데 플래시만 안쓰면 괜찮은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