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IDIA 설명회에 갔다가 https://gigglehd.com/gg/1238254 의도치 않게 '반사회적인 모임 시즌2'를 가진 후, 세파에 휩쓸려 온갖 권모술수와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험난한 세상살이 한가운데 표류했던 제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개포 주공 1단지로 향했습니다.
저는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대치동의 주공아파트에서 살다가, 개포 주공 1단지로 이사한 후 고등학교 1학년까지 살았습니다. 그리고 대치동의 주공아파트는 제가 중국에 있을 때 재건축해서 지금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요.
개포주공 1단지도 재건축이 확정되서 철거는 시간 문제입니다. 아직 몇달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치동 아파트가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게 너무 아쉬워, 잘못하면 여기도 사진 몇장 못 남겨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바퀴 둘러봤네요.
개포주공은 9단지까지 있으나, 5~9단지는 고층이고 1~4단지는 저층이라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그리고 2~4단지는 이미 철거중이라 모습이 남은 게 없네요.
1단지는 비록 5층짜리 저층 아파트지만 1동부터 125동까지 있어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주민센터는 온전히 1단지 사람들을 위한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제 모교인 개포중학교는 현재 휴교 상태입니다. 운동장은 2단지 공사 차량들의 주차장이 되버렸네요. 나중에 재건축 들어가면 여기도 학교 건물을 부수고 새로 올릴 예정. 그렇게 되면 이름과 부지 빼고 남는 게 없으니 모교라는 인식도 좀 희박해질듯.
1단지 안에는 종합상가 복합상가 가상가 등의 상가가 있습니다. 사진은 가상가. 이런 아파트 상가에서 1/3 이상이 부동산으로 채워지면 그때부터 동네 주민을 위한 상가라기보다는 외부인들을 위한 상가에 더 가까워지겠죠.
공사를 앞두고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유지 보수가 조금 미흡하긴 하지만 엄연히 사람 사는 동네입니다. 저도 이모 가족들이 여기에 살고 있어서 오래간만에 들렀네요.
무슨 용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시절 지어진 아파트들은 지하로 가는 철문과 환기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는 고양이들의 훌륭한 서식지가 됩니다. 이날 봤던 고양이가 대충 6마리 정도.
이 아파트가 지어졌을 당시엔 쓰레기 종량제도, 분리수거도, 음식물 쓰레기 수거 시스템도, 심지어 도시가스도 없었습니다. 연탄 보일러를 막고 도시가스 배관을 넣고, 남는 땅에 쓰레기 야적장을 만들고.. 등의 마개조(?)를 거치면서 점점 변해왔지요.
보이십니까 제일은행. 요새는 SC 제일은행도 아니고 그냥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 된듯요. 큰아버지 댁이 종각의 제일은행 본점 뒤쪽에 있어서 일년에 몇번씩은 가고 그랬는데 음.
연탄 아궁이 자리와 더불어 시대가 흐르면서 쓰지 않게 된 물건 중 하나. 사실 제가 이사왔을 당시에도 저건 쓰지 않았어요. 시골 가서 펌프질 해본 적은 있지만..
저 철제 뚜껑 위에 있는 거.. 예전에는 저게 송충이같다고 막 질색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나무에서 뜰어진 무언가군요. 근데 저거 뭐죠.
전에 살던 아파트입니다. 동/호수를 말하는 건 의미가 없겠죠. 전혀 상관없는 집이 된지도 벌써 몇년이여.. 사진엔 없지만 오른쪽에 다른 아파트가 마주보고 있는데, 거기에 사는 친구랑 서로 비비탄 총을 갈겨대면서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 중학생이 좀 그래요.
오른쪽의 컨테이너는 아마도 재건축 사무실이었던것 같은데.. 지금도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지금 짓는 아파트들은 조경이나 배치가 참 깔끔하고 효율적이나, 저때는 뭔가 공간 활용이 애매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거야말로 저 시절 아파트들만이 갖고 있는 매력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나무. 베란다 창을 다 가릴 정도로 풍성하게 자란 나무. 요새는 나무를 저런 식으로는 안 심죠. 작은 화분에 분재하듯이 심어두지.. 마찬가지로 풀밭도 저렇게 널널하게는 관리 안하죠.
지하주차장은 고사하고 지상주차장도 제대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1가구 1차량은 생각해서 아파트를 짓지만, 여기 만들었을 때는 10집 중 1집이 차 있다고 잡아도 널널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까부터 사진 뒤쪽에 계속 보이는 고층 건물은 타워펠리스입니다. 남들은 타워펠리스 이야기를 하면 집값이라던가, 짜장면 배달을 어떻게 시켜먹는지에 대해 논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 판자집들이 늘어서있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곤 하죠. 직접 봤었으니까.
뭔가 무대 비슷하게 꾸며둔 곳이지만 정작 저기에서 행사가 있었던 적은 없던것 같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래도 당시에는 꽤나 획기적인 시스템 아니었을까..
다시 가보니 예전 풍경은 기억 속에만 있고, 눈으로 보이는 건 제가 알던 동네가 아니네요. 그래도 안 가는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재건축할 때 1개 동은 남겨둬서 기념관/박물관 비슷하게 운용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사람 사는 동네였을 때 가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요.
사진들을 쭉보니 어렸을 때 뛰어놀던 생각나네요 ㅎㅎ
덕분에 좋은구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