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돈까스가 먹고 싶어서 밤마다 창 밖 달을 쳐다보며 돈까스 돈까스 하고 구슬피 울었는데.. 그렇게 한다고 마누라가 만들어주긴 커녕, 배를 스물스물 만지면서 없어져라- 없어져라 이러기나 하고.
에라이 내가 아무리 빈곤한 빚쟁이라지만 돈까스 하나 사 먹을 돈은 있잖아!...라고는 해도, 돈까스 하나 먹자고 멀리까지 나갈 여유는 없어서 집 근처를 뒤져봤는데 이동네는 갈만한 가게가 참 혁신적으로 없어요.
그런데 평소 애용하던 다음 지도 말고 네이버 지도에서 찾아보니 그럴싸한 가게가 하나 나오더라구요. 아 앞으로는 네이버 지도도 즐겨찾기에 추가해 놔야겠다 다짐하면서 오늘 갔다 왔습니다.
가게 간판은 80년대 일본 뒷골목의 파리 날리는 가게를 보는 것처럼 대단히 없어 보이는 미적 센스를 자랑하는데, 간판으로 가족을 부양해 오셨던 아버지를 두고 있는 입장에서 간판 디자인한 사람의 경력이 의심스럽디다.
허나 그것과는 대조로 안에 들어가니 손님이 꽤 있더라구요. 가게 자체가 좁아서 그래봤자 세 테이블 정도겠지만. 벽에 붙어있는 쿠폰을 봐도 은근히 단골을 확보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마누라가 시킨 냉모밀. 재료 자체는 구색 맞춰서 이것저것 넣었는데 조화롭지 않다고 하네요. 아니 그러게 튀김집 와서 돈까스를 먹지 모밀은 왜...
원래는 기본 돈까스를 먹고 싶었으나 블로그를 검색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왜 제 뱃살은 밖으로 삐져 나오면 구박받는데 돈까스 치즈는 찬사받는 것일까요. 그래서 사람을 그만두고 고양이를 해야 해요. 고양이는 돼지여도 귀여우니까..
쓰잘데기없이 엥겔 지수를 높이고 싶거나 다이어트 식단을 지켜야 하는데 돈까스를 먹고 싶다면 사보텐을 추천합니다. 맛은 괜찮은데 그 돈 주고 사먹기 싫어질 정도로 양이 작거든요. 옛날엔 안 그랬는데요.
근데 여기는 옛날의 안 그랬던 사보텐을 능가할 정도로 가격 대비 양이 괜찮습니다. 맛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구요. 이거 하나만으로도 동네에 갈만한 집의 북마크를 갱신하기에 충분합니다.
토핑으로 추가한 새우. 원래는 치즈 돈까스도 먹고 등심이나 안심도 시켜서 더 먹어야지 싶었지만.. 여기에 밥까지 먹고 나니 나머지는 포기. 다음주 쯤에 한번 더 와서 먹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