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의 제안을 받아 CES 2020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비행기 요금을 떠나서 비행기 자리 자체가 없네요.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표를 구한건가.. 이때부터 CES의 규모를 짐작했어야 했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비행기표를 구하긴 했어요. 그러다보니 의도치 않게 하와이를 경유해서 하는 여정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첫 글도 하와이로 시작합니다.
인천공항에서 흠칫. 저랑 똑같은 MSI 가방을 메고 계시는군요. 후다닥 가봤으나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었어요. 저 분도 제 가방을 보고 흠칫했을듯.
동네 중국집의 가격과 수준에 불만이십니까?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짬뽕을 하나 드셔 보십시오. 평소 먹던 가게를 좀 덜 원망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 동네에선 삼선짬뽕 곱배기가 8000원인데, 여기선 해물의 존재가 말살당한 밍밍한 빨간 국수가 그 가격이군요. 하지만 이 가게에 욕은 안 하렵니다. 인천공항 버거킹 월세가 한달에 3천만원이라고 했던가... 그러니 욕은 다른 곳에 해야죠.
물 하나 사려는데 그것도 가격들이 다들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젤리 가게에서 대단히 양심적인 가격에 물을 파는 걸 발견. 다른 분들도 물은 여기서 사시라는 의미에서 사진을 올려봅니다.
하와이 경유라서 하와이안 항공입니다.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단어가 은근히 많이 나오네요. 하와이안 에어를 타고 하와이까지 가다보면 알로하 카코, 마할로 같은 단어에 세뇌가 됩니다.
그리고 이 봉지는 결국 뜯지 않았습니다. 뜯어봤자 이어폰이나 들어 있을텐데, 그걸 쓸 일이 없어서요. 리뷰가 2개 밀려있는채로 비행기를 타서, 비행기에서 그거나 쓰고 있었거든요.
기내식은 평범하군요. 기내식을 맛으로 먹겠습니까. '나 비행기 탄다'고 티를 내거나 배를 채울려고 먹는 거죠.
저 중에서 가장 못마땅했던 음식은 볶음고추장. '볶음'이 아니라 그냥 고추장이에요. 고기 비슷한 건더기도 없고..
지금까지 가본 나라 중에선 미국의 입국 절차가 가장 까다로웠어요. 중국이요? 기껏해봤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를 들어 보이면서 '이거 기독교 책 아니냐?' 이런 개그를 쳐서 사람 괴롭게 하는 게 고작인걸요.
그런데 미국의 입국 심사를 받다 보면 이 흑인인지 히스패닉인지 헷갈리는 매력적인 아줌마가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호구조사를 철저히 하는건가 망상이 들 정도로 꼬치꼬치 캐묻...는 건 아니고요. 꼬치꼬치 캐묻긴 하는데 대답을 잘못하면 엄청나게 귀찮은 일이 벌어질것 같아서 두뇌풀가동하느라 그런 망상이 들 여유는 없더라고요.
호눌루루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좀 덜 덥고 덜 습한 대만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제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밀린 리뷰 준비 때문에 미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우 대충 검색한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하와이의 대중교통인 '더 버스'를 타면 와이키키로 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더 버스'가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배차간격이 상당히 길다는 것과, 너무 큰 짐은 들고 탈 수 없다는 거지요.
짐이라고 해봤자 백팩 하나 뿐이라서 되겠거니 했는데, 45분을 기다려야 버스가 오네요. 다른 방법이 없나 찾아보기 위해 다른 곳으로 가봅시다.
뭔가 한잔 뽑아 마시고 싶은데, 받는 동전의 종류도 제한됐고 얼마인지 알기도 힘들군요. 앞으로 자동 판매기 앞에서 얼타는 외국인을 보면 친절하게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히익 셰리프. 잘못한 건 없지만 뭔가 무서워 보입니다.
셔틀을 타고 나갈 수는 있는데 가격은 둘째 치고 미리 예약을 해놔야 합니다. 택시는 너무 비쌀테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순순히 더 버스를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올라갑니다.
공항을 돌아다니면서 일본인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어요. 일본 사람들이 요새 해외 여행을 안 가서 문제라는데, 버블이 한창인 시절에는 얼마나 많았을까 싶군요.
그 자판기에서 결국 하나 뽑았습니다. 물가는 (당연히도) 한국보다 비싸군요.
더 버스는 원데이 티켓을 사면 하루종일 탈 수 있습니다. 두번 탈 요금이면 원데이 티켓을 사니까 무조건 사야 합니다. 공항에서 나가면 들어 오기는 할 거잖아요?
공항에서 와이키키까지 대충 40분 정도 걸렸던것 같은데요. 한국에서 40분 동안 버스를 타면 몹시 지겹지만 여긴 안 그렇더군요. 뭘 봐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런가봐요.
와이키키 해변에서 사람들이 수영하는 걸 볼 생각은 없고, 직접 수영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요. 거기서 더 내려가서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언덕에 올라가려 했습니다.
올라가려 했다는 건 시도로 끝났다는 소리죠. 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하여간 버스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갔어요.
새로운 지역에 가면 나무를 유심히 봅니다. 평소에는 절대로 보지 못하던 게 있거든요.
그런데 이건 평소에 절대로 보지 못하던 품종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때 상륙작전의 상흔이라도 남은건가 싶을 정도로 구멍이 많이 났군요.
신기한 나무 2. 따뜻한 남쪽나라의 나무는 대만에서 좀 봤다고 생각했는데, 거기랑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바닷가에 왔으니까 일단 바다는 봅시다. 그런데 수영복 입은 사람들 사진을 함부로 찍을 수가 없네요.
여기는 몸매가 어떻건 나이가 어떻건 무조건 비키니가 기본이군요.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니까 그렇게 입고 다닐 수도 있겠고요.
그 유명한 와이키키도 별거 없는데?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물은 예쁘군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서 겨우겨우 찍었어요. 사람 많은 곳의 물은 이보다 더 예쁠지도 모르겠군요.
바다 저 멀리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이상해지는데, 하와이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저 혼자만의 감상이겠지만.
원래 가려고 했던 다이아몬드 헤드 쪽으로 방향을 돌립시다. 거-대-한 공원이 있는데-
야생 닭이 돌아다닙니다. 울음소리가 분명 닭울음이에요.
내륙 쪽을 보니 언덕에 집이 쫙 깔려 있군요. 저런 곳을 직접 가보면 어떨까 궁금한데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서 불가능.
공원 곳곳에 텐트를 치고 바베큐를 굽는 사람들이 있던데, 기내식 말고 뭘 먹은게 없어서 배가 슬슬 고픕니다.
이게 가려고 했던 다이아몬드 헤드입니다. 오른쪽 위의 높은 곳에 올라가면 뷰가 좋다고 하더군요.
사진을 찍는 높이를 다르게 하면 평소와는 다른 사진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관광지에 가면 높이 올라가는 걸 선호합니다.
그래서 다음 글은 다이아몬드 헤드로...
저 구멍난 나무는 너무 징그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