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요~~~"
썅이 문 밖으로 나가 문 앞에 놓여진 물건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오늘은 택배 오는 날이 아닌데?'
눈을 가늘게 뜨고 도착한 물건들이 무언지 생각해봤으나 딱히 짐작가는 부분이 없다.
"국장님 또 뭐 왔어요?"
"몰라 뭔지"
"요즘 이거저거 지르더라니 자기가 뭘 샀는지도 모르네."
썅이 어개를 으쓱했다.
"그냥 필요한 것만. 쓸데없이 사지는 않았어."
"그래요?"
직원A가 놓여진 물건들을 보며 쓰게 웃고는 탕비실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낸다.
"안 뜯어봐요?"
"뜯어봐야지."
"평소엔 택배가 오기가 무섭게 원수라도 만난 양 찢어발기던 양반이 오늘은 무슨 일이래요? 어디 탈 난거 아님? 요 근래 한창 바쁘다며 집에도 잘 안 가시더니 급 매너...매너 그 뭐지? 그거라도 빠지셨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
"아 매너리즘?"
"ㅇㅇㅇㅇㅇ 그거라도 빠졌어요? 사람이 왤케 넋이 나가보이지?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뜯어봐요. 혹시 알아? 금덩이라도 있을지"
"그래"
썅은 도착한 물건들한테 고개 돌리며 뜯을 준비를 한다.
'하나는 딱 봐도 옷 같고 다른 하나는 흔들어도 봤지만 무엇인지 모르겠다.'
백날 고민해봐야 무엇할까.
피식 웃은 썅은 책상에서 커터칼을 찾아 조심스레 포장을 뜯는다.
하나는 이벤트 당첨품인 MSI 게이밍 자켓(https://gigglehd.com/gg/bbs/5758646)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질렀던 갤럭시 탭S6의 키보드 커버라고 적혀있다.
"거봐 질렀네 질렀어"
언제 왔는지 모르게 직원 A와 C가 구경하고 있다.
"아니라니까??? 하나는 알겠는데, 다른 하나는 모르겠어 정말"
"정말요?"
"그래."
썅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후 조금 멍한 눈으로 자켓을 바라보았다.
MSI
Micro Star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로 1986년에 설립됐다.
트윈프로져라는 특유의 쿨링시스템을 자랑하는 그래픽카드와 컴퓨터 메인보드, 노트북이 주력 상품이고,
최근에는 게이밍PC, 케이스, 키보드와 마우스 등 게이밍기어쪽에도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도착한 택배는 7세대 트윈프로져 쿨링시스템을 채택한 RX5700XT 라데온 그래픽카드 게시글(https://gigglehd.com/gg/review/5721125)에 대한 댓글이벤트에 선정된 결과이다.
'나는 헛되지 않았어.'
썅이 주먹을 움켜잡았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썅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헛되지 않았어. 나는."
썅은 도착한 자켓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품질로 신뢰할 수 있는 타이완에서 생산된 자켓(타이완 남바완..)은 100% 폴리에스터 재질로 되어 있다.
어지간한 기세를 내뿜은 한파가 아니고서야 실내에서 추위를 타기는 힘들 것이 분명하다.
폴리재질이다보니 뜨거운 물보다는 40도 정도에서 세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적혀있다.
표백은 안 되며(do not bleach. 블리치 만화를 보지 말란 얘기가 아니다),
건조기 사용시 저온 기계 건조를 권장(tumble dry low)하는 정도가 특이사항이다.
자켓 호주머니에는 지퍼가 달려있어서 휴대폰과 같은 물건을 넣고 다니기 좋아 보인다.
지퍼에는 MSI사 특유의 용이 각인되어 있다. 심지어 붉은색.
이렇게 되면 못 알아볼래야 못 알아볼 수 없다.
"쯧쯧"
구경하던 직원 C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썅을 바라보았다.
"국장님, 입어보지 않고 옷을 지르면 광고 모델처럼 어울릴거라는 착각이 드는 것뿐이라고 그토록 말했거늘!!"
썅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니라고...이벤트로 받은거라니까.....알지도 못하면서"
그 순간, 어이없다는 눈빛이 썅에게 쏘아졌다.
C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를 자극하는 일이라는 걸 잠시 잊었다.
"잘도 핑계를 대시는 군요. 이벤트로 받았다고 해서 입어보지도 않을 거에요? 어서 입어봐요. 잘 어울리나 보게"
택배 받았다고 자랑한 것도 아닌데도 쏟아지는 과도한 관심에 썅은 난감할 뿐이다.
그렇다고 입어보지 않을 것인가?
그럴리가.
사람인 이상 택배가 도착하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썅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바로 옷을 들고 화장실로 달려가 입어본다.
MSI 남바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