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을 벼르다가 어제 폰카 테스트라는 구실을 붙여서 다녀왔습니다.
대기가 어마무시하다고 해서 잔뜩 쫄아서 갔는데 5시 살짝 전에 간지라 자리는 있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좀 지나니 꽉 찼고..
사이드 몇개 빼면 우동'만' 파는 집인데 우동 종류가 장난 아닙니다. 무슨 우동 먹을까 고민하다가 몇분 지날 수도 있어요.
총평부터 쓰자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맛이네요.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서 먹은 우동 중 가장 맛있었던 곳이라면 여길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가격도 나름 감당할만 하고, 1인 1메뉴면 면 추가도 무료로 해주고, 서빙하는 분들도 나름 친절하고.
맛도 애매하고 친절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마인드조차도 엿가락이랑 바꿔먹었는지 찾아볼 수 없는 교다이야 따위는 여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듯. 뭔 깡으로 같은 동네인 합정으로 이사갔는지 모르겠네요.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카가와현에서 먹었던 우동하고 비교하면 글쎄요. 일본은 면이 더 쫄깃하고 탄탄한데 여기는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추구하는 면의 방향성이 살짝 다르달까..
자루우동.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마누라는 이걸 보고 면이 예쁘다며 괴성을 질러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원래 국물 있는 따뜻한 우동을 먹고 싶었는데.. 냉우동 사진을 보자마자 땡겨서 시켰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이만한 것도 없을 듯.
모찌리도후. 이것이 분명 두부에 간장을 뿌린 음식인데, 두부의 질감은 연두부에 치즈를 섞은 듯 하며 맛조차도 짭짤 달콤하여 이것 참 오묘하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모찌리도후는 말이 두부지 두부가 아니라네요. ㅂㄷㅂㄷ. 어쩐지 두부가 그 맛이 나올 리가 없을텐데 싶었더니만.
에비마요. 말 그대로 새우를 튀기고 마요네즈를 뿌린 것입니다. 그런데 맛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째 달콤한 게 허니버터라도 뿌렸나 싶기도 하고.. 마누라가 튀긴 음식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원래는 여기서 끝냈어야 했으나. 자주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이런 맛있는 우동을 한사람이 한그릇씩만 먹고 가기 원통하고 또 분통하다고 판단해서.
유부우동. 달고 짜고 즙이 많이 나오는 그런 유부를 써야 맛좋은 유부 우동이 나오지요. 카가와현에서 감탄하면서 먹었던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나름 맛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풀도 맛이 오묘하네요.
버터우동이지만 평범한 버터우동은 아니고 계란 노른자와 명란젓까지 넣어서 그 조합이 끝내줍니다. 이걸 휘휘 저어서 무심코 젓가락을 빨았다가... 우동의 신이 우동 반죽으로 뒤통수를 후려치는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짭짤함과 기름짐과 고급스러운 풍미가 적절하게 반죽된 이 맛은 어 그냥 먹어 보세요. 안먹어보면 모름..
한사람이 우동 두그릇에 사이드까지 먹고 나니 뱃 속이 우동 면발로 가득차서.. 수박 주스로 해장했습니다.
홍대-합정-상수-서교동-연남동.. 뭐 이쪽은 주스 하나를 팔자고 해도 가게가 예뻐야 하고 맛이 있어야 하고 가격까지 싸야 하고 하루 종일 장사해야 하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데요. 제가 평소 하루종일 기글만 본다고 궁시렁거린걸 반성하고 왔습니다.
그나저나 폰카는 나쁘지 않은거 같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