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지금 휴가중이라 회사를 안가시는데 갑자기 이탈리아 요리를 먹고싶었는지 저와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심지어 어머니가 직접 맛집 정보를 찾으시기까지 하셨구요. 그래서 오늘 점심에 어머니와 함께 퓨전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갔습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오늘의 식사는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네요.
메뉴를 주문하면 샐러드와 식전 빵, 피클 등이 나옵니다. 빵은 뭐 평범하고 피클은 제가 못먹어서 안먹었네요. 소스는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을 뿌린 평범한 소스와 동남아 스타일의 땅콩소스가 나옵니다.(월남쌈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 소스 맞습니다.) 샐러드는 과일 통조림이 들어가서 과일 통조림 맛이 나네요.
어머니는 샐러드가 못마땅하셨는지 아님 무언가 호기심이 동했는지 샐러드를 또 주문하셨네요. 근데 똑같은 샐러드 입니다. 페타 치즈가 들어간게 유일한 차이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과일 통조림 맛이 납니다.
피자를 주문했습니다. 그래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니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했는데 피자를 먹는건지 거죽을 먹는건지 모를 상태로 왔습니다. 피자를 들어올리면 치즈와 도우와 토마토가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그와중에 손으로 먹자니 줄줄 흘러내리고 칼로 썰어먹자니 오잉? 칼이없네?
인터넷에서 가장 호응도가 높아보였던 메뉴라서 시켰습니다. 사실 호기심도 꽤 들었구요. 상하이 스파이시 뭐시기 라고 하길레 좀 긴가민가 했지만 맛 자체만 놓고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이탈리안이라 불러도 좋을 물건인지 모르겠군요. 생김새는 둘째치고 맛은 이탈리아의 매콤함도, (상해 요리에 언제 그렇게 매운 요리가 많았나 싶긴 하지만)상하이의 얼얼함도 아닌 한국의 얼큰한 맛에 가깝습니다. 그와중에 어머니가 나중에 직접 해주겠다네요.
인테리어는 무난해서 그렇지 사람이 꽤 있더라구요.
저는 피카츄 배를 긁고 있겠습니다. 긁적긁적.
저는 오늘 이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 집은 정통 이탈리안이 아닌 '퓨전' 이탈리안 입니다. 그리고 저는 퓨전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퓨전을 통해 식문화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여기는 입장이거든요. 한국 요리는 비교적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들이 비교적 자주 먹는 부대찌개, 양념통닭 등 이런 음식들은 온전한 한국 요리라 보기 힘든 융합을 통해 재창조된 요리라 볼 수 있습니다. 부대찌개는 한국의 조리법(전골)과 미국의 재료(콘 소세지, 스팸)의 융합이고 양념통닭은 미국의 요리(딥 프라잉 치킨)와 한국의 재료(물엿을 기반으로 한 양념)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요리들은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요리로서 인정받고 또 많이들 좋아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다르게 최근의 한식은 한정식 이라는 틀을 벗어나 파인 다이닝의 예법을 도입하였고 그 결과 점점 호평을 받아가고 있습니다. 이 역시 퓨전의 좋은 예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정통을 추구하는 음식점들을 많이 보실수 있을껍니다. 이는 당연합니다. 정통은 이미 기법이 정형화 되었고 널리 알려진 편이며 이를 거짓없이 잘 지키기만 해도 검증된 맛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반면 퓨전은 정형화 된 기법이랄게 딱히 많지 않은것이 현실이고 만약 있더라도 그건 머지않아 정통으로 편입이 되길 마련입니다. 당장 퓨전 요리인 부대찌개와 양념통닭을 아직까지 퓨전이라 부르던가요? 또한 융합을 통해 무언갈 새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두 가지를 하나로 융합하고자 하면 그 두가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도가 높지 않으면 사실상 퓨전이 아닌 첨가를 한 음식이 되거나 이도저도 아닌 음식이 되길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퓨전은 상식 이하의 식재료와 품질을 용인해주는 면죄부가 아닙니다. 만약 퓨전이라는 단어를 면죄부로 여기는 안일한 집이 있다면 그 집은 도태돼야 함이 마땅합니다. 소비자는 합당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밥을 다 먹고 쇼핑을 했습니다. 여름도 다 갔지만 여름옷을 좀 샀고 반찬거리 좀 샀네요. 그리고 집에 가는 김에 커피를 ㅎ 한잔 먹기로 합니다.
저는 민트를 좋아하지만 저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아인슈패너를 파네요. 저걸 먹고싶었으나 제가 운전을 해야되는데 까딱하면 차에다 줄줄 흘릴 염려가 있어 저걸 먹진 않았습니다.
흑당 열풍이 강력하긴 합니다. 어딜가도 흑당을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젠 아예 밀크티가 아닌 우유에다 흑당을 탄것도 흑당 취급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