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전시장을 양념치킨의 양념만 핥아먹듯 돌고 나서 하루의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늘 가던 양명산에 가서 하루 동안 자연의 재충전을 누려볼까 하다가, 대만에 1년에 한번밖에(?) 못 가는데 이미 세번이나 다녀온 곳을 또 가야하나 싶어서 큰 맘먹고 타이루거 협곡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밤 2시에 기차표를 예매하고 교통편을 알아보느라 쇼를 하다가 5시에 기상해서 기차역으로.
뭔가 이상한 기차가 왔습니다.
실내도 별로 이상합니다.
이 증상을 뭐라고 하더라.. 거 왜 셔터가 느려서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때 왜곡이 생기는 증상이요.
타이베이 시내에서 기차타고 최고 2시간을 빠지는 곳이니 분위기가 확 다르네요.
저 바다는 동중국해 쯤 되겠지만 태평양이라고 우겨 보겠습니다.
이런걸 볼 때마다 한류의 힘을 느끼네요. 한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다는 게 한류 아닐까요.
타이루거를 비롯해서 대만의 많은 관광지는 택시를 타고 도는 게 정석처럼 여겨지지만, 저는 1인당 10만원짜리 밥은 먹어도 택시는 안 타는 습벽이 있어서 이번에도 버스를 탔습니다. 이 말인즉 버스 시간에 맞춰서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소리.
버스 안. 높은 산이 보이는데 정작 타이루거 '협곡' 자체는 그리 높은 곳에 있진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서 내려서 협곡을 보고, 다음 버스를 타고 내려서 협곡을 보고...의 반복입니다.
사카당. 바위 깍아 만든 길이 인상적이긴 한데 사진에선 티가 안 나네요. 타이루거의 협곡 길이 명성과 달리 오르막길은 하나도 없고, 곳곳에 오토바이 타고 저 길을 다니는 관리 인원도 보이고, 담배피면서 다니는 노인네들도 있어서 저도 좀 심드렁.
사카당은 거의 유일하게 파란 물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위로 올라가면 돌가루가 섞여서 그런가 물이 다 회색.
사마귀. 큽니다.
사카당에서 위로 더 올라가면 나오는 옌즈코우. 절벽 곳곳에 제비집마냥 구멍이 숭숭 뚫린 곳인데. 여기는 멋지다기보다는 무서워요. 떨어지면 죽음이라서. 근데 사진에선 그 티가 절대로 안 나네요. 카메라를 레일 위에 올려두고 한 300장 찍어서 합쳐야 그 위용이 드러나려나.
대만 가기 전에 핸드폰을 G6로 바꿨지요. 사진 품질이 기본적으로 구립니다. 근데 광각 렌즈는 이럴 때 인증샷 남기는 용으로는 꽤나 쓸만하네요.
타이루거 공원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텐샹. 버스도 여기가 종착역입니다. 이곳에는 우체국 파출소 편의점 호텔 그리고 식당들이 있는데, 식당 리뷰를 한줄 요약하면 다들 한결같습니다. '여기서 사먹을 바에는 편의점 도시락 먹어라' 그래서 저도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텐샹에서 차도를 따라 올라가면 바이양이 나옵니다. 타이루거를 갔다는 티를 내려면 옌즈코우만 가면 되고, 좀 본격적으로 걷고 싶다면 바이양을 가세요. 그리고 시간이 없으면 사카당만 들렸다가 도망나오면 될 듯. 나머지 지역들은 안가서 할 말이 없네요.
가드레일이 제 역할을 해서 차가 추락하진 않은 듯.
절벽에서-
돌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길이 험하다보니 곳곳을 막고 공사중이었어요. 근데 길을 상행/하행을 나눠서 통제하는 게 아니라 한번에 다 막습니다. 그것도 매시 정각에 10분씩만 풀어두고 나머지 50분 동안은 걸어가는 사람조차도 통행 불가. 그래서 썩 편리한 여행지로 보이진 않네요.
이 사진 한장 뽑았다고 G6의 광각 카메라는 까임 방지권을 영구히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미러리스 카메라에 끼울 광각 렌즈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커졌습니다. 돈은 없지만.
길이 400m의 토널을 걸어서 통과해야 합니다. 다른 길들이 낙석에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 착용을 요구했다면, 이 길은 플래시가 선택 아닌 필수입니다. G6의 내장 플래시는 참 화력이 약해서 별 도움이 안됐지만.
길 자체는 아래에서 봤던 옌즈코우가 훨씬 다이나믹한데, 바이양은 머리를 비우고 걷기가 좋더군요.
400m 짜리는 아니지만 중간 중간에 2개의 터널을 또 통과해야 합니다.
머리 위의 돌이 먼 산보다 더 높네요.
협곡에 물은 많은데 사람이 내려갈 순 없으니 그냥 구경거리일 뿐.
흔들다리. 저는 겁이 많으니 옆이나 아래를 보지 말고 재빠르게 건너갑니다.
다리 건너고 나서 한장. 원래는 여기서 물의 커튼이 있는 동굴로 들어가야 하는데, 공사중이라 길을 막아놨네요. 나중에 타이루거를 다시 와야할 듯.
왔던 길 돌아가기.
공사중이라 막혔네요. 버스를 놓칠뻔 했으나 도로 통제가 곳곳에서 진행되다보니 버스도 기본 연착 15분입니다.
돌아돌아 나갑니다. 볼만은 한데 교통이 너무 불편하네요. 도로 통제만 없었어도.
타이루거의 관문 도시인 화롄에 도착.
중국은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면 다 때려 잡아 남아난 게 없지만, 대만은 고대 중국부터 전해 내려온 유불선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신문물을 더하면 저렇게 '도통한 도사'가 운영하는 TV 채널도 생기고 그래요.
그런데 도교를 전혀 모르는 제 입장에선 슈프림 마스터라면 그거 슈프림 소서러 상위 호환이냐? 이 말밖에 안 나오네요.
귀여운 헬멧.
건물이 낡았는데 예쁘네요. 용도는 찻집.
마지막 소금커피. 이번엔 설탕 넣어서 단짠하게 먹었습니다.
기차 타고 다시 타이베이로. 기차역 바로 아래가 동대문 의류시장 같은 곳입니다. 의류도 한류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건 토요일 아침. 고양이가 있었으면 작별인사 하느라 비행기를 놓쳤겠지만 없네요.
이건 개나 고양이가 오줌을 싸지 못하게 막아둔 걸까요?
주말이라고 길 위에 지붕을 쳤네요.
도교 행사중. 불교는 서양에서도 나름 전파가 됐고 한국에도 있으니까 그런갑다 하는데 도교는 아무리 봐도 익숙하지가 않네요.
공항에서 산 마누라 조공.
공항에서 먹은 똠양꿍. 남들은 우육면 먹지만 저는 꼭 이걸 먹습니다. 오이 겉절이는 필수.
내년에는 대만을 가야하나 고민좀 해봐야겠어요. 주요 발표는 그냥 공식 유튜브 채널 보고 올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