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화(https://gigglehd.com/gg/8693895) 요약
31번 국도 투어를 시작했지만, 일이 꼬이고 꼬여 해가 지는 중에 중간지점 고개 위에 도착했다. 얼어죽을 것 같다.
따뜻한 2500원짜리(안성기 선생님과 이나영씨가 아른거리는) 아메리카노(?)를 마셨으니 이제 고개를 내려가야 합니다.
여기서 더 어물쩡대다가는 진짜로 동태가 될 것 같으니 이 고개 내리막은 속도를 좀 내서 내려가려고 하는데...
시작부터 심상치않은 블라인드 코너...
(실신)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ㅜㅜ)
그 와중에 저 경사면에 핀 노란 꽃이 참 이뻐보였지만 저거 보다가 가드레일과 진한 키스를.... 할 뻔 했어요
그래도 얼추 내려오니 나름 평탄해보입니다.
장평 18km.... 장평에서 목적지인 태백까지는 120km가 넘으니 약 140km가 남았습니다.
문제는 2시간 내로 해가 지고, 해 질 즈음에는 잘 달려봐야 영월에 간신히 도착합니다.
오늘은 어디서 자고 갈지. 그에 따른 내일 스케쥴까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내려가는 길에 보였던 공원같은곳에 군용 장비가 많이 보이더라구요.
나중에 액션캠 돌려보니 이승복 기념관이라 적혀있네요.
그렇게 산을 내려와...
보리로 추정되는 새싹이 자라는 너른 밭을 지나다 보면
슬슬 갈림길이 보입니다.
속사 삼거리. 저는 장평 방향으로 좌회전합니다.
여기서 장평까지는, 이번 투어에서 아주 드문, 잘 고속화된 4차선 국도를 따라 갑니다.
4년전 까지만 해도, 여기는 옆의 강을 따라 유유자적하게 바이크를 탈 수 있는 멋진 왕복 2차선짜리 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에, 도로공사를 해서 지금과 같은 타긴 좋지만 멋은 떨어진 길이 되었지요.
속도는 빨라지지만, 이전에는 자유롭던 주행풍과의 싸움이 다시 시작됩니다.
그렇게 게속 가다보면 길이 두갈래로 나눠집니다.
1차선은 고가를 타고 터널을 지나 장평을 들리지 않고 봉평으로 바로 꽂아주는 길.
바이커들의 정선 접근성 개선의 일등공신 같은 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저 길을 타지 않고, 오른차선을 타고 옛날처럼 장평으로 진입합니다.
그러면 옛 길을 잠시나마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유유자적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끽해주다 보면
저 멀리 마을이 보입니다.
장평은 어떻게보면 마을이 작지만, 한때 강원도의 주요 교통의 요지로서 (평창 IC가 이 마을에 붙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마을들 보다 활기차 보입니다.
여기는 마을 주민분들이 동네 앞마당처럼 쓰시는 구간이기 때문에, 나그네는 속도를 최대한 줄여서 조용히 통과합니다.
마을을 지나고 나면, 이 구간 이후부터는 옛 31번 국도의 자취와 함께, 한창 개량하고 있는 31번 구간이 잠깐씩 겹치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녹색 지역번호판 달린 무쏘. 상태가 A급으로 깨끗하네요.
근데 주행이 너무 무시무시하셔서 저는 백미러 속의 까만 점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게속 오다 보니 방림교차로가 눈에 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좌회전하여 좌측의 고속화 국도를 타고 평창까지 나갑니다.
옛 길과 새 길의 만남.
옛 길은 지금 보이는 김적절한 코너와 그 반대편의 긴 직선 경사로로 유명합니다.
그렇게 달리다보면 평창읍을 야트막한 산 하나 너머로 옆으로 우회합니다.
하리 교차로. 직진합니다.
왼편 저 멀리에 평창 종합운동장이 보이네요.
저기서 평창올림픽 개최식을 했던가요?
길은 2차선으로 줄었지만, 직선입체화가 잘 되어 있어 속도를 줄일 일은 없습니다.
길이 주변 지대보다 약 2층정도 높아서, 주변풍경을 구경하기도 적절한 점도 좋구요
하지만 해는 이미 산 너머로 넘어갔고....
점점 주변은 푸르스름하게 옷을 바꿔입기 시작하며
그걸 보는 제 마음은 점점 조급해집니다.
사방이 어두컴컴해지기 전에 영월에는 도착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가다보니 입체화 잘 되있던 길과는 작별을 고하고,
다시 계곡 사이를 헤집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로컬분들과 기차놀이를 하다 보면
예쁜 노을과 거기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강물이 보이지만
저는 지고 있는 해와 추위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그리고 곧 갈림길이 나오지요.
영월삼거리. 저는 좌회전 합니다.
정작 영월의 중심지하고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좌회전해서 가면 적절한 코너와 적절한 경사가 게속 이어집니다.
이미 주변은 어둑어둑해져서 액션캠 광량이 확보 안 되어 셔터스피드가 늘어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니셜 B를 찍는 무시무시한 로컬 버스를 지나치며 코너를 돌으면
얼마 안 올라가 야트막한 고개 정상이 나옵니다.
소나기재. 해발 320m.
앞서 오르내리던 고개들의 1/3밖에 안되는 고도입니다.
하지만 풍경은 오히려 소나기재가 훨씬 좋네요.
넓게 펼쳐져있는 산맥들이 잘 보이는게 아주 인상적입니다.
일단 사진 한방 찍고 화장실이 급하니 자리를 잠깐 뜹니다.
갔다왔더니 갑자기 전등이 팍! 하고 켜지네요
지는 노을과 은은한 전구 조명이 아주 인상적인 곳입니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탑박스에 넣어둔 캔커피를 한잔 마시며 쉬었다 가고 싶지만
저는 지금 1분 1초라도 밝을때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사진만 급하게 파바박 찍고 갑니다.
이제부터는 진짜 시야와의 싸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밤중보다 이런 어스름 질때의 시야가 더 나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거 따질 때가 아닌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둑어둑한 영월장릉 옆을 지나다 보니, 무언가 거무스름한 형체가 보입니다.
잠깐 멈춰서 주머니속 라이트를 꺼내 비춰보니 댕댕이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누워있습니다.
잠시 명복을 빌어주고 다시 고개를 내려갑니다.
장릉삼거리.
직진하면 영월읍내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되고, 좌회전하면 시내를 약간 우회합니다.
계획상으로는 원래 여기의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한 모 식당에서 4시에 점심저녁(??)을 먹어야 하지만
3시간이나 늦어버렸으니 시내를 우회하기 위해 우회전합니다.
우회를 하고 있으니, 푸르스름한 하늘이 멋있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해가 다 져 버렸는데 이젠 어떡하지? 여기서 서야 하나? 아님 내일 일정을 위해 어둠을 뚫고 가 봐??
하지만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저는 한 끼 굶어도 되지만 바이크는 굶기면 지쳐 쓰러지거든요.
사장님 여기 휘발유 한상이요!
주유하고 영월역 방면으로 가다보니, 회전교차로가 하나 나옵니다.
옛날 로타리 조명처럼 쌧노랗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창 유행하던 LED등처럼 새파래서 눈부시지도 않은 은은한 불빛이 달을 닮아 아주 맘에 드는 조명이네요.
이제 영월 시내에 들어왔으니, 선택해야 합니다.
더 갈 것이냐, 아니면 여기서 설 것이냐.
여기서 서면 내일 일정에 두 시간 정도를 포기해야 하고, 그러면 태백 이남의 옛 31번 국도 구간을 포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면 영월역 이후에 펼쳐지는 31번 국도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되어 있어, 그 옆의 옛 국도인 험한 계곡길을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가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갈등이 점점 제 안에서 길어지다가 결국
영월 시내를 탈출하여 어둠을 뚫고 태백으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탑케이스 안에 넣어뒀던 우의를 옷 위에 덧입고, 겨울장갑을 꺼내 갈아낀 뒤, 핸들 열선을 중간단계로 켜고 주행을 시작합니다.
이제 저랑 같이 가던 차들은 전부 좌회전하여 곧고 입체화되어 있는 31번 국도로 빠지지만
저는 갈 수 없습니다. 저 길은 자동차 전용도로니깐요.
좌회전하면 5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거리를 저는 타질 못해 계곡을 따라 20분을 헤집는 코스로 직진합니다.
평소같으면 그려려니 하겠지만, 해 지고 추운데 이렇게 되니 괜히 서러운 마음이 드네요.
여기서부터는 진짜 어둠을 뚫고 모험을 합니다.
믿을 건 길 형태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폰 네비와, 제 바이크의 전조등이 전부죠.
저 위에 신작로에서 비추는 가로등이 가끔 길을 비춰주면, 고맙기도 하면서 좀 서글퍼집니다.
게속 가다보면 마을이 하나 나오고, 어린이 보호구역과 함께 저 멀리 편의점이 보입니다.
편의점에서 잠깐 쉬었다 갑니다.
그대로 게속 직진하면 어린이보호구역이 끝나면서, 자그마한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회전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또 다시 개량된 국도이지만, 2차선 뿐이고, 전용도로는 아닙니다.
그렇게 게속 외로이 어둠을 뚫던 중, 저 멀리 밝은 미등이 한 줄기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쫒아가면
이렇게 집채만한 화물차가 국도를 40km/h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간이 쪼그마한 저는 차마 추월은 못하고 화물차 뒤를 졸졸 쫒아갑니다.
그렇게 게속 꼬마기차 놀이를 하다 보면.
상동읍에 도착하게 됩니다.
깊은 산골에 조그마한 동네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있고 무려 CU(!!)편의점도 존재합니다.
상동삼거리에서 좌우회전하여 태백산로를 따라 태백방향으로 갑니다.
그렇게 상동읍을 빠져나오면 계곡을 따라 은은한 달빛 아래 화물차와 저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게속 가다보니 어평재 구간이 시작되며, 오르막 차로가 나옵니다.
화물차는 오르막 차로가 나오자마자 잽싸게 오르막차로로 빠지며 좌측 깜빡이를 켜 추월하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저도 화물차를 지나치며 감사인사로 비상등을 세 번 켜며 오르막 코너를 돌기 시작합니다.
수십키로를 게속 같이 왔는데 이렇게 헤어지니 약간 섭섭하기도 하네요.
한참을 오르다보니 어평재 정상에 도달하여, 어평재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이 휴게소는 충북 남부권이나 문경쪽 분들이라면 잘 아실 시루봉/조령/연풍휴게소와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 부담스러운 거울+유리+은식기 인테리어는 여기도 똑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자판기 커피만 한잔 뽑아마시고 게속 내려갑니다.
그래도 여기서부터는 태백"시"구간이어서 그런지 가로등도 좀 있고 차들도 적지않게 서 있습니다.
하지만 저랑 같이 움직이는 차는 하나도 없네요.
그렇게 게속 내려가다 보면, 도로가 갑자기 4차선까지 확 넓어지면서, 가로등이 길을 밝혀줍니다.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피로와 허기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빨리 태백 시내로 가서 밥 한끼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자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게 먹기로 예정했던 물닭갈비 집에 도착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영업시간이 끝났습니다.
깝깝해진 마음에 저는 시장 근처로 가서 먹을 게 있나 봤으나, 여기도 역시 전부 문닫긴 마찬가지.
급하게 지나가던 아주머님 한 분께 말씀을 여쭈어보니, 시장 앞 언덕 너머 통리로 가면 소머리국밥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아직 영업을 할 거라 하시더라구요.
거길 실패하면 그냥 편의점 도시락 까먹겠단 각오로 통리까지 가봅니다.
그렇게 사먹은 소머리국밥은, 지금까지의 고생이 다 눈녹듯이 사라질 정도로 정말 맛이 괜찮았습니다.
반찬도 여섯가지나 되는데, 지금은 폐점 시간이 가까워져서 반찬이 다 떨어진게 이 정도고, 원래는 세 가지 정도 더 나와야 한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조카분이 같은 레시피로 서울에 국밥집을 하신다는데 장사가 잘된다 하시길래 나중에 한번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정작 숙소 사진이 없네요)
그렇게 밥을 먹고 다시 태백 시내로 내려와, 황지동의 한 모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혼자 멀리서 온 여행객한테는 더 좋은 방을 드려야하는데 방이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미안해하시며 주신 방에 들어가보니 좁지만 시설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화장대 겸 책상이 높이가 적절해서, 태블릿으로 일처리할게 좀 남아있는 저한텐 오히려 좀 더 낫더라구요.
그렇게 뜨거운 물에 샤워를 마치고, 알려주신 침대시트 밑 전기장판에 불을 약하게 넣고 따뜻하게 잠을 청합니다.
30일(금) 이동 경로.
(다음에....?)
그리고 어스름이 무서운건 공감해요 보행자든 차든 drl없는 차+스텔스 만나면 정말 식은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