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굵고 쫄깃한 면발이라 생각합니다. 저렴한 우동과 중국식 우동이 뒤섞인 한국에선 '뜨거운 국물에 색이 하얀색이면 우동 아닌가'란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서도..
하여간, 그런 우동의 고정관념을 깨는 우동집이 있습니다. 바로 이나니와요스케. 수요미식회에 소개됐을 때 우동이라기보다는 소면에 가까운 얇은 면발과, 면 추가는 무료로 해주는 일식 우동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 세태와는 안 어울리는 아주 작은 양, 그리고 우동 면을 가게에서 따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마침 오늘 근처에 갈 일이 생겨서 들어가 봤습니다. 12시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자리는 꽤 있더군요. 전반적인 가격대가 있어서 근처 직장인들이 가볍게 즐길만한 가게는 아니라 그런 듯.
먼저 우동 메뉴입니다. 어지간하면 차가운 우동을 먹었을텐데 날도 추운데 뭔 궁상이냐 싶어서, 따뜻한 우동 중에 치쿠와 미역 우동에 면을 추가해서 시켰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식이나 일식, 사이드가 꽤 많은 게 우동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식집에 가까운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식은 하루 10개만 판다느니 도시락은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느니 하는 게 접대용으로 좋겠군...은 김영란법 때문에 안되려나.
저기까지 가서 덮밥 먹을 사람은 없을것 같지만, 면은 싫고 밥은 좋은데 눈치보이니 걍 이거 드시죠? 이런 의미에서 넣은 메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뭐 맛은 있겠죠.
치쿠와 미역 우동입니다. 우동에 미역 줄거리만 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튀김과 작은 밥까지 주네요. 덕분에 각오했던 것처럼 양이 작진 않습니다만, 15000원 짜리 메뉴를 먹고 배가 안 부르면 그게 더 큰 문제겠죠.
면이 정말 가느다란 편입니다. 누가 저걸 우동이라고 하겠나요. 그렇다고 쫄깃하느냐? 글쎄요. 분명 씹는 질감이 있긴 한데 일본에서 먹었던 소면 중에 정말 쫄깃했던 게 있어서 '쫄깃한 소면'이라고 퉁치긴 좀 그렇고.
마누라는 저 사진만 보고서 대만에서 먹었던 곱창국수랑 비교를 하던데 딱 그 말대로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곱창국수는 서민의 음식이고 이건 비싸다는 거.
면을 팔고.
국물용 간장도 팝니다.
맛 자체는 괜찮아요. 다만 저는 가성비를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라서, 이 분야에선 아직까지 우동 카덴보다 나은 곳을 못 봤습니다. 그래도 한번 가서 먹어볼만한 독특한 맛이긴 합니다. 그 어떤 곳에서도 먹을 수 없는 맛이니 장사는 꾸준히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