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계속 키보드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만 쓰고 있는 이유는 아직 부품이 다 도착하지 않아서인데,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죠.
사실은 사진이 찍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지난번에 올린 포탈 2 피겨 이후로 영감을 받아 다른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바깥에 나가자니 귀찮은데다 춥고, 무엇보다 환경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서 물건 사진이 좋습니다.
환경이라 함은 불 환하게 밝히고 플래시까지 터트려가며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좀 진부한 감이 있어서 말이죠.
그래서 방 불도 끄고, 최소한의 조명만 가지고 물건들을 찍어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RGB 라이트가 잘 사진에 담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만한 게 키보드인데, 사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인 보텍스 포커 3 RGB는 2016년부터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키보드는 이미 한번 사진도 찍어 올린 적 있고, 지금와서는 한 반세대정도 전 키보드라는 느낌이네요.
거창하게 리뷰를 쓸까 하다가 그냥 평소와 같이 사진 게시판에 올려 봅니다.
그래도 간단하게 리뷰 형식으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주는 사진이지만요.
늘 그렇지만 카메라는 소니 a6500, 렌즈는 SEL55F18Z 입니다.
예전에 올렸던 사진과는 달리 보정이 많이 되어있습니다.
보텍스의 포커 시리즈는 60% 키보드입니다.
104키 배열에서 넘패드랑 화살표 및 내비키, 기능키를 전부 떼어낸 담백한 배열입니다.
포커 3 RGB는 벌써 3년이 지난 2016년에 나왔지만, 그래도 아직 현역으로 충분합니다.
없어진 키들은 Fn키와의 조합을 통해 사용합니다.
총 4개의 키맵 레이어를 지원하고, 기본 레이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키를 마음대로 지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진에서 키보드는 레이어 2를 사용 중인데, 스페이스바 왼쪽에 보면 빨간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렇게 레이어를 선택하면 LED로 현재 레이어를 보여주는데, 아쉽게도 RGB 백라이트랑 잘 어울리지 않는 원색입니다.
테이프를 작게 잘라 유성펜으로 검게 칠해 LED를 어느정도 가리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키캡은 일반적인 OEM 프로필입니다. 케이스의 높이 조절은 별도로 없고, 케이스 자체가 5º 기울어져 있습니다.
케이스는 로우 프로필로 낮은 높이로 만들어져 있고, 스위치 상부가 보강판 위로 그대로 드러나는 설계입니다.
컴퓨터와의 연결은 USB Mini-B 커넥터를 사용합니다.
요즘은 C나 종종 Micro-B 커넥터를 사용하는 키보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에 비해 아쉬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확실히, 요즘은 Mini-B 케이블은 구하기가 조금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스위치는 체리 MX RGB 시리즈를 사용합니다. 사진의 모델은 55g 리니어 순백축.
현재 구할 수 있는 축은 청, 갈, 흑, 적, 순백, 저소음적, 저소음흑, 그리고 스피드 실버 축입니다.
키캡의 재질은 더블샷 ABS에 표면 질감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잘 만든 키캡입니다.
하지만 ABS인 만큼 3년 정도 쓰니 슬슬 반들반들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철재 보강판을 사용하고 있으며, 흰색으로 도장해 LED 빛이 더 선명하게 비치게 합니다.
스태빌라이저는 보강판에 장착되어 있고, 체리 정품은 아니지만 품질이 특별히 떨어지거나 유격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특이한 점은 RGB SMT LED를 장착하기 위해 두 장의 기판을 겹쳐 쓰고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핀아웃 헤더가 두 장의 기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포커 시리즈답게 뒷면에는 딥스위치가 있어 설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포커 3의 딥스위치는 키보드의 레이아웃을 쿼티/콜맥/드보락 사이에서 선택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련번호에 B2나 W2로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구버전입니다. 545번이니 꽤나 이른 번호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리뷰를 쓸까 하다가 그만둔 것도 제 키보드가 구버전인 이유가 컸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고, 사소한 문제가 몇 개 있지만 이게 구버전만 그런지 신버전에서도 그런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요즘은 60% 배열도 변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있던 해피해킹의 레이아웃이야 워낙에 독자적인 레이아웃인데다가 가격도 비싼 만큼 널리 퍼지지 못했는데,
포커 시리즈가 등장하면서부터 60%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으니까요.
그렇지만 60% 레이아웃에서는 커서 키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가부가 많이들 갈리고는 합니다.
이걸 보완하고자 레오폴드의 FC660 시리즈나, 나중에 소개해드릴 화이트폭스 등은 별도로 커서키를 빼 놓고 있습니다.
(이런 키보드를 요즘은 65%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아예 오른쪽 쉬프트가 있는 부분을 쪼개어 키보드의 크기는 그대로 두는 대신 커서 키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깔끔하게 커서 키가 없는 쪽이 더 좋습니다.
키캡을 구하는 거야 요즘은 65%도 충분히 쉽지만, 아무래도 보기에 깔끔한 건 순정 60%가 제일이니까요.
Fn + WASD 조합이나, 게임 등에서 꼭 필요하다면 IJKL로 커서를 이동하면 되니까요.
장점이라면, 역시 풀사이즈 104키 -> 텐키리스 87키 때 그랬듯이 책상을 더 넓게 쓸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손을 키보드에서 옮기지 않고서도 손가락만으로 모든 키를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커스텀 키보드를 만든다면 60% 배열이 케이스를 구하기도 제일 쉽다는 것도 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 지금 기획중인 커스텀 키보드만 해도 60%가 4장입니다. 거기에 65%가 한 장, 40%가 한 장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맨날 똑같은 걸 보여드리기보다는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당장 지금 주문 들어가있는 것들만 하더라도 최대 4월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요.
* 추가: 타건 영상을 한번 올려 봅니다.
이렇게 보니 사고 싶은 욕망이 샘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