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내려온 김에 듣기로는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초밥집 가보려고 무궁화호를 타고 김천역에 갑니다. 김천역에서 길 건너 평화시장 가는 길목에 1920년에 문을 연 대성암본가가 있습니다. 아마 이 정도 역사라면 한국을 통틀어도 가장 오래된 일식집 중 하나일 겁니다. 그래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대통령도 경북에 오면 방문할 정도죠.
인테리어는 최근 손을 봤는지 102년차 가게 치고 꽤 깔끔한데, 곳곳에 저 가구, 냄비, 현판 등은 확실히 오래전부터 쓰던 티가 납니다. 전 일단 모둠초밥을 시켰습니다.
초밥들은 딱 기본 수준인데 훈제연어를 올린 초밥과 깁 초밥이 꽤 인상적입니다. 일단 생선은 내륙 한복판임을 감안해도 꽤 좋은데 적절한 숙성으로 감칠맛을 올리려 한 티가 납니다. 밥의 경우 자극적인 단맛, 신맛이 나지 않고 은은하고 담백하군요. 전반적으로 100년전 초밥의 양식이 이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초밥의 경우 옛스럽기에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겁니다. 하지만 저 우동과 어묵탕은 누가 먹어도 인정하더군요. 너무 짜거나 인공적인 감미료를 퍼부운 맛이 아닙니다. 맑고 개운합니다.
특히 저 국물맛이 도드라지는게 어묵탕으로 저 사진은 지난번에 먹은 걸 재탕해 봅니다. 국물은 진하고 감칠맛이 도는게 일본에서 먹은 오뎅탕과 비슷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네요. 재료들도 실한 편입니다. 세우는 그냥 먹어도 되고 간장에 찍어도 된다고 하네요.
요약하자면 자극적인 맛이 아닌 옛날식의 순한 맛입니다. 그래서 초밥은 옛 스타일에 가깝기에 스시 오마카세같은 최신 스타일을 원하면 애매하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무난합니다. 이렇듯 약간 호불호가 갈릴 초밥과 달리 우동이나 오뎅탕류는 누가 먹어도 맛없다는 말은 없을 수준입니다. 102년을 버틴 가게는 허언이 아닌 듯 합니다.
저때면 일본에 대한 감정도 극에 달했을텐데... 최근에 노재팬 운동때도
일식집에 안가는 사람들도 있었을정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