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커리 사진을 찍어 올렸었습니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카메라를 집어넣지 않았습니다. 물론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음식을 해서 먹는 것은 일단 제 자신의 입이 즐겁고자 하는 일이긴 한데, 그래도 같이 즐길 사람이 얼마 없다는 건 종종 안타까울 때가 있긴 합니다. 사실 그리고 요리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으로나마 찍어서 나누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 등에 음식 사진 찍어 올리는 것도 얼추 이해가 갈 법 합니다.
여하튼,
파스타 에 파지올리(Pasta e Fagioli) 입니다. 대강 "콩이 들어간 국수 요리" 정도. 국물을 자작하게 내서 뜨끈하게 먹는 파스타 요리에요.
사실 온라인에서 야채를 주문하면서 한번은 아무 생각 없이 릭(Leek)을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즐겨찾기해 놓은 레시피 중에 여기에 릭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남는 재료 몇가지를 마저 구해 만들었어요.
기본적으로 당근, 릭, 마늘로 구성되는 소프리토가 베이스가 되고, 그 위에 햄혹과 파마산 라인드, 그리고 토마토의 순으로 맛의 층을 쌓아올라가는 레시피에요. 맛은 대강 훈제 돼지고기의 맛과 파마산 라인드의 짭짤고소함, 그리고 토마토의 새콤함 등이 잘 어울리고, 일반적인 한국 사람 입맛에도 난이도가 낮은 맛.
제대로 된 서양식 햄 혹을 구하는 건 요원할 것 같아서 훈제족발을 썼는데 썩 나쁘지 않네요. 아주 대단하게 차이가 나는 맛은 아닌 듯. 신기한 건 케일을 넣어 익히는데 이게 꼭 시래기같은 식감과 맛이 되더라고요.
파스타는 숏파스타중에서도 작은 크기인 디탈리니에요. 숟가락으로 떠먹기 딱 좋은 사이즈.
맛은 썩 괜찮지만 들어가는 노임과 재료, 그리고 어쨌거나 제가 콩을 그렇게 안 좋아한다는 걸 생각하면 한동안은 아마 안 만들 것 같아요. 3/5점 정도.
베지터리언 라멘. 사실 저는 채식주의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요, 엄밀히 따지면 육식주의에 더 가깝지 않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맛성비로 좋아하는 레시피입니다. 벌써 두 번째 해 먹는 메뉴.
파, 생강, 그리고 표고버섯을 갈아 국물의 되직한 식감을, 토마토 페이스트로 감칠맛을, 약간의 버터로 그 부드러운 기름짐을 만들어낸 육수(?), 아니 국물입니다. 그 위에 마늘고추참기름, 생마늘, 파, 계란 등을 올려 먹으면 차슈만 없다 뿐이지 웬만한 라멘 안 부러워요. 다만 믹서기가 있어야 하고, 만들고 나면 믹서기를 설거지해야 한다는 것 정도.
사실 표고버섯의 맛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긴 한데, 다행히도 물을 적당히 타서 맛의 농도를 맞추면 국물의 질감도 적당히 맞춰져서 밸런스가 잘 맞습니다. 저보다 표고버섯 맛을 더 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좀 그럴지도. 5/5
이건 면요리가 아니죠? 저녁으로 먹은 것도 아닙니다. 맥주에 삶아낸 차돌양지.
6시간정도 걸려서 오븐에서 비교적 낮은 온도로 익혀내는 요리입니다. 차돌양지라는 부위가 원래 질긴 부위다 보니까요.
단순히 채끝양지(Brisket)가 먹고 싶어서 충동구매 후 시도해 본 레시피. 그렇지만 먹어보니 맛은 나쁘지 않긴 한데 역시 채끝양지는 훈제 바베큐가 최고인 것 같아요. 스코치 보넷 칠리 머스터드 핫소스를 곁들여 먹으니 썩 괜찮은 궁합. 그래도 요리 자체는 3/5에요. 아직 냉동실에 채끝양지 1.5kg가 더 남아있는 건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듯.
버터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부카티니. 이름은 거창한데 그냥 가장 기본적인 토마토 소스 파스타에요.
토마토 캔을 까서 버터랑 마늘, 페퍼 플레이크와 앤초비를 넣고 오븐에서 40분가량 구우면 소스는 완성.
파스타 면을 삶아 면수 약간과 같이 섞어주면 완성되는. 맛성비의 정점에 있는 파스타 요리 중 하나.
부카티니는 원통 모양의 롱 파스타로, 길이에 비해 표면적이 넓은 편이라 소스를 잘 먹는 편. 식감에서는 개인적으로 스파게티를 더 좋아하지만 부카티니도 만만치 않게 좋아해요.
다만 원래는 페퍼 플레이크를 오븐에서 같이 구워줘야 하는데 매번 꼭 빼먹는 바람에 면이랑 볶을 때 넣게 되네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뭔가 손해보는 느낌. 레시피 자체는 맛성비 덕분에라도 5/5. 그렇지만 맛만 놓고 따지면 이것과는 조금 다른 파스타 포모도로 레시피가 더 뛰어난 것 같아요.
누가 그러던데, 떡볶이도 사실은 면 요리 아닌가요?
본 어패티의 레시피들을 애용하면서 놀라는 것이, 한식 레시피가 나오는 것이야 그렇다 치지만 그 레시피가 생각 이상으로 정통한 레시피라는 점에서 놀라곤 합니다. 가령 이 떡볶이 레시피의 경우 멸치육수를 내는 것부터 시작. 케첩을 넣거나 설탕을 때려붓지 않고 양파와 고추장 고유의 단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옛날식 매콤짭짤한 떡볶이에요. 거기다가 보너스로 떡을 반쯤 떡꼬치 떡처럼 튀기는데, 이렇게 하면 떡 자체의 고소한 맛도 배로 살아나고 식감도 더 좋더라고요.
그렇지만 레시피에 쓰여 있는 청경채는 생략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에 한식과 한식 식재료가 모두 활약하는 것은 괄목할 만한 일입니다. 특히 식재료로서의 한식은 뜬금없이 등장하는 김치나 고춧가루, 그리고 특히 요즘은 고추장이 등장하는 것을 보자면 놀라 자빠질 지경입니다.
다만 5/5가 아니라 4/5를 준 이유는 도시락으로 싸서 먹기엔 골고루 데우기가 어려운 음식이고, 제가 떡볶이 자체를 아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오늘 저녁이 탈리아텔레 까르보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위 사진들은 다 같은 구도입니다. 메뉴의 한계도 있고, 장소의 한계도 있고, 음식 사진이라는 주제의 한계도 있고, 제 창의력의 한계도 있고... 핑계는 많지만 어쨌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사실.
그래서 사진을 올릴까 말까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이번주의 프로젝트 메뉴였던 까르보나라를 해 먹었으니 일단 한번 글을 올려서 정리를 하려고요.
사실 까르보나라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크림이 들어간 알프레도 소스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레시피는 고전적인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입니다. 계란과 노른자를 파르미지아노와 섞고, 돼지 턱살로 만든 햄인 관찰레를 써서 간을 내는,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잘못 알려진 만큼 이탈리아 사람들이 화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그 파스타요.
이전에도 그냥 베이컨을 가지고 만들어 본 적은 있는데, 이번에 국내에서 관찰레를 만들어 파는 곳을 찾은 덕분에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어요. 다만 이곳의 관찰레 자체도 아주 정통적으로 짜고, 평소의 4인분이 아니라 2인분을 만들어서 그런가 면수도 좀 짰고, 파르미지아노의 일부를 좀 더 미성숙한 치즈인 그라나 파다노로 대체해서 그런가 여러모로 좀 짜게 된 요리. 그래도 못먹을 정도로 짠 건 아니고... 미국에 처음 가서 먹었던 첫 끼니에서 느꼈던 짠맛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정도였네요. 계란 자체도 그렇게 맛있는 계란은 아니었다는 느낌이었고, 다음번에 제대로 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은 4/5.
아무래도 면요리는 좀 사진 찍기에 식상하고 (플레이팅이 어려운 것도 있고...), 다음번에 또 사진을 올린다면 제과제빵쪽이나 올려야 할까 봐요. 사실 중간에 당근케잌을 하나 만들기는 했는데 글레이즈가 온도를 충분히 올리지 않아서 다 흘러내리는 바람에...
혼자 뭐 해먹으면 저런 거 신경쓰기 귀찮아서 안 하게 되는데 말이에요
배 안에 들어가면 똑같지 하면서 대충대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