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안쪽의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보관함을 하나 둘까 했는데,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작아서 어지간한 가구는 집어 넣을 수가 없고.. 그거 하나 올리겠다고 사다리차를 부르는 건 좀 아닌것 같아서, 조립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앵글로 대충 뼈대를 짜고 MDF를 박아서 가리면 되지 않으려나.
이럴때는 쓸데없이 행동이 빠릅니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도 될 것을.
합판과 MDF
조립에 필요한 각종 철물.
앵글.
또 MDF.
조립 설명서까지 줍니다. 별 도움은 안되지만.
처음에는 패기롭게 시작했죠.
이쯤 되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모르겠습니다.
Ctrl + C, Ctrl + V.
이쯤 되서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고 바깥 바람을 쐬고 있노라니 날림형 사다리가 보이네요.
아 대충 각목 재단해다가 그거 박는 게 더 나았을지도...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스물스물 기어올라옵니다.
하지만 사고를 쳤으니 수습은 해야겠죠.
앵글이 싸구려...이기도 하지만 제 마음이 삐뚤어졌기 때문에 선반도 좀 틀어졌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막쓸거라서 괜찮아요.
대게 앵글 선반이라면 이쯤에서 끝나겠으나.
전 전후좌우를 다 가리고 싶었거든요.
이 과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각목 사다가 박는다는 소리가 나왔죠.
사실 MDF가 아니라 얇은 판이나 하다못해 포맥스였어도 어땠을까. 하지만 기왕 지른거 어쩔 방법이 없으니 끝까지 갑시다.
튀어나온 못 끝부분은 땜빵좀 하고..
곳곳에 보강을 하니까 앵글이 뒤틀린 건 어느 정도 잡히네요. 사실 MDF 자체가 강한 재료는 아니니 오래 갈것 같진 않지만.
제 인생 목표가 이 집에서 오래 사는 건 아니니까 노력해 봐야죠.
집 안에서 뒹굴던 것들 중 극히 일부만 채웠는데 벌써 꽉 차네요.
이쯤 되니 오후가 다 날라갔습니다. 그리고 옷은 소금 투성이가 되서.
체력 보충을 위해 풀을 뜯어 먹읍시다.
오늘의 교훈: 걍 남이 만들어 둔거 사서 쓰자
라지만 뼈대는 삭으면 안되니깐 쇠로 만들었다고 자기위로를 하심이!! (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