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고기는 자주 먹고, 요리도 아침식사를 담당하는 만큼
자주 주방을 점거합니다만,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빠표 스테이크를 해 줍니다. 꼬맹이들에게기억을 좀 남겨주고 싶기도 하고, 가족 구성원의 기념일이기도 해서요.
오늘의 가니쉬는 브로콜리와 아스파라거스입니다. 둘 다 꼬맹이들이 좋아하는 선택입니다.
브로콜리는 초장이 진리라고 하지만 스테이크에서는 좀 다르게 취급합니다. 간단하게 줄기마다 자르고 기둥을 다듬어줍니다. 기둥 겉 껍데기는 잘라내고, 당근 안주 만들 듯 길게 썰어서 데칠 물을 끓일 때 소금을 녹이도록 휘저어 주고 퐁당 담궈줍니다. 좀 오래 익혀야 하니깐요.
아스파라거스는 원래 4월-5월 초가 제철이라 그때의 향과 맛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꼬맹이들이 먹기 좋게 수입산으로 들여오는 것들 중에서 얇은 것을 가져왔습니다.
간단하게 씻고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준 다음 기름을 아주 살짝 넣고 소금으로 가볍게 볶아줍니다. 소금 간이 조금 진해야 맛이 잘 느껴집니다.
브로콜리는 데치는 것이 정석이지만 감자 가니쉬를 밀어낼 생각으로 포슬포슬하게 삶아줍니다. 버터를 작은술 하나 떠서 녹여주면 훌륭한 가니쉬가 됩니다.
단골 정육점에서 끊어온 뉴욕스트립... 채끝입니다. 약 890g 이네요. 도축 후 냉장포장 후 5일 지난 물건입니다. 아직 냉장 보존이건만, 해동이 살짝 덜 되었네요.
충분히 해동을 해 주면 색깔이 좀 더 좋아지... 는데 그래도 좀 모자라 조명으로 튜닝을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두께는 3-3.5cm가 목표인데 대충 2-2.7 정도 나옵니다. 다음에는 싸장님께 부탁할겁니다.
오븐 없이 팬스테이크로 합니다. 발연점이 더 높은 기름을 사용해야 하나, 준비가 부족해 퓨어 등급의 저렴한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여 달궈줍니다. 혹시나 올리브오일을 쓰시거든 엑스트라 버진은 쓰지마시고, 곧 죽어도 올리브오일이라먼 코슷코 커클랜드 퓨어 올리브 오일을 생각해 볼 법 합니다.
연기가 살짝 올라올 정도로 팬이 달궈지면 익힙니다. 기름이 많이 튀니 기름망이나 신문지를 바닥에 준비하면 좀 더 깔끔하게 처리 가능합니다. 두께가 있으니, 지글 소리가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때 쯤 뒤집는 방식으로 양쪽을 익힙니다. 충분히 시어링이 되었다면 불을 끄고 잔열로 레스팅을 합니다.
레스팅시간에 젓가락을 중앙부에 찌르고, 3-4초 정도에 뽑아 턱에 댑니다. 약간 미지근-서늘의 느낌이 나면 미디엄 레어에 근접하겠네요.
타겟은 미디엄입니다. 두께와 화력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끝쪽은 미디엄 웰던, 중간 두꺼운 부분은 미디엄 레어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곧 없어질 고기입니다. 꼬맹이와 마누라 입에 먼저 들어갈 것이라...
목표보다 좀 더 익었습니다. 그럭저럭 올해 크리스마스 스테이크도 나름 잘 마무리되었네요.
굽고 남은 육즙-기름을 살짝 덜어내고, 버터 약간과 싸구려 와인을 함께 넣고 졸여서 와인 소스를 만들어도 되지만, 올해는 처치 곤란의 바질 페스토와 홀그레인 머스타드와 함께 곁들였습니다. 내년에는 추천받은 트러플 오일을 써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특별한 날에는 평소보다 좀 더 두꺼운 고기를 기억하시는 기글인 되시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