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가 닦인 화려한 종로, 이 곳에는 100년 넘은 식당이 있습니다.
종각역 3-1번 출구에 나와 조계사 방향으로 걷다가 농협 사이의 작은골목을 들어가면 저 조그만 건물이 있습니다. 여기가 이문설농탕.
들어가자마자 소뼈와 고기를 삶는 냄새가 진동하고 한 구석에는 노인들이 수육과 도가니탕을 안주삼아 앉아 있고 일본 커플도 한쌍 있더군요.
저는 특설렁탕을 시켰습니다. 설렁탕에서 고기가 많이 들어갑니다.
시킨지 3분도 안 걸려서 나옵니다. 뚝배기와 각종 고기를 투박하게 고명으로 얹고 파와 소금을 넣어서 간을 하죠. 뚝배기와 고기를 만드는 사람은 천한 사람들이었고, 양반과 귀족은 얼굴을 가리거나 아예 배달을 시켜 지체를 지키려 했죠.
하지만 이제는 양반도 백정도 없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설렁탕도 가격이 가볍게 먹는 페스트푸드라기보다 보양식이나 특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가게는 정치인, 재벌 총수도 찾는 명물이 되었죠.
국물은 싸구려 설렁탕의 세하얀 색이 아닌 갈색 빛이 도는 백색으로 프림이나 땅콩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싱거우면서 담백합니다. 소금, 후추, 파를 넣고 취향 따라 깍두기 국물을 말아먹기도 합니다. 국물도깔끔하고 고기도 제법 많습니다. 간장에 찍어먹어도 별미죠.
특설렁탕이라 고기도 여러 부위를 아주 팍팍 넣어 줍니다. 여러가지로 설렁탕의 원형을 잘 지킨 듯 합니다. 예전에는 왜 굳이 종로까지 나가야 하나 싶어서 안 갔는데 100년을 버티는 가게라면 그 이유가 있는 건 알겠습니다.
다만 가격이 세고 점심 저녁에는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또 건물도 증축하거나 리모델링을 안 해서 낡았으며(이게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 원형의 맛은 요즘의 자극적인 맛과 좀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시고 맞겠다 싶으면 가세요.
P.S 하동관은 곰탕을 파는데 영 무례해서 마음에 안 듭니다. 그나마도가게 불탔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