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찍은 사진입니다.
아랫집 주차장 구석에 햇볕이 잘 떨어지는 곳을 즐겨 찾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꼭 저기를 보게 됩니다. 올해 초에 미국에 다녀왔을 때도 저 위치에 저러고 있길래, 하와이에서 실컷 들었던 말인 알로하를 이름으로 붙였어요. 그래서 알로.
하지만 애가 성격이 썩 사교적이진 않아요. 언제는 주차장 옆의 풀밭에서 저러고 있길래 츄르를 좀 주려는데, 츄르 맛은 알고 있지만 자꾸 할퀴는 통에 맘편하게 줄 수가 없더라고요. 사람한테 얻어먹는 방법을 몰라서야 이 녀석도 편하게 살긴 글렀구나 했네요.
그래서 어제 봤을때도 마누라는 뭘 주려고 했으나, 저는 또 할퀼까봐 그냥 가자고 했는데... 어제 본게 마지막이 됐네요. 아까 점심 먹으러 나갔을 때 보니 그 자리에 죽어 있었거든요. 120 콜센터에 연락하니 바로 수거해 가십니다. 좀 무정해 보이지만 현 시점에선 이게 가장 알맞는 처리 방법인걸로 알고 있어서요.
이렇게 죽을줄 알았으면 어제 좀 생채기가 나더라도 뭘 억지로 줄걸 그랬어요. 햇볕을 너무 여유있게 쬐는 것처럼 보여서 방해하기 싫은 점도 있었는데, 기운이 없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던걸지도..
동네 고양이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때마다 좋은데 갔을거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거든요. 대체로 사교성이 좋은 애들이다보니 어디 호구 하나 물어서 살기 좋은곳으로 갔을거라고요. 이번엔 호구는 못 물었어도 좋은데는 갔을거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