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택배로 뭐가 와서, 부모님한테 좀 갖다 드리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수요일에 운전을 했더니만 차를 운전해서 갈 생각은 0.1g도 들지 않았고, 운동 삼아 애기를 유모차에 태워서 갔어요. 좀 가니까 유모차에서 자네요.
골목길로 소독차가 오길래 그걸 피해서 평소에는 안 가는 길로 돌아서 갔지요. 그랬다가 시장 옆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봤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팔자 좋게 늘어져 있거나 야채 다듬는 식당 아저씨 옆에서 자고 있던 애였거든요.
오늘은 식당에 술 마시러 오는 동네 아저씨들이 꼬리를 잡아당겨도 애애애애옹 하면서 잘 도망도 안 가고, 식당 옆집 핸드폰 가게에서 나온 아저씨가 츄르를 주려고 해도 먹을 기미도 안 보이더니만-
유모차에 오더니
야
자리를 잡고 자려고 합니다.
밥 챙겨주는 식당 아줌마들이 식당 안에다 소리쳐서 빨리 구경하러 나오라고 하십니다. 저대로 집에 가야 되겠다고도 하십니다. 마누라는 고양이를 납치할 생각에 벌써부터 좋아합니다. 식당에서 밥 주는거 뻔히 아는 고양이를 유괴할 생각은 없어서 안에서 내려놓으려고 하니 지가 알아서 나갑니다.
품종이나 외모를 따지기 전에, 저렇게 사람을 안 무서워하고 부대끼며 사는 생물이라면 뭐든지 마음에 드네요. 개는 역시 똥개고 고양이는 역시 똥고양이가 최고죠.
집에 도로 올 때도 이쪽으로 왔지만 고양이는 없었고.. 고양이 밥그릇에 뭐가 많이 채워져 있는 게, 물주를 잘 물어서 팔자 좋게 지내는 애구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