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오래간만에 홍대를 갔습니다. 홍대라고 해서 대학교를 가거나 클럽을 가는 건 아니고, 그 앞에 가게들이나 골목을 보러 가는 거죠. 빼도 박도 못할 아저씨 취급받기 전에 이런 곳을 꾸준히 가야 요새 트렌드나 변화에 안 뒤쳐질텐데.. 집에서 그렇게 먼것도 아니것만 1분기에 한번 가기가 쉽지 않네요.
애증의 카네마야 제면소. 여기를 처음 갔을때가 2011년인데.. 지금은 가게 컨셉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일본인 쉐프까지 데려와서 맛있고 잘 만든 우동을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파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무난한 우동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이 됐네요. 면은 양산형같고 태운 파 맛도 느껴지지 않고 국물의 깊이도 줄었고.
예전에는 분점도 여기저기 있었는데 지금은 본점 하나만 있는게, 무슨 사정이 있나 보네요. 운영하는 곳이 경험이 없어 보이진 않는데. 어쨌건 제가 추구하는 우동가게가 아니게 됐으니 이제는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하지 않나 싶네요.
후식은 빌리엔젤. 차를 엄청나게 큰 그릇에 주는데, 이것은 케이크를 많이 먹으라는 큰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맛은 나쁘지 않네요. 전에 먹었을땐 감이 잘 안왔는데..
그 다음에는 방탈출까페라는 곳을 처음으로 가봤으나, 거기에선 사진 촬영이 안되니 이걸로 대체합니다. 홍대에서 지금 가장 유행하는 아이템이 방탈출까페 아닐까 싶네요. 생각해보면 말이 까페지 무슨 음료수를 주는 것도 아니고, 알바야 어차피 써야 하는거고, 셋팅만 해주면 되니까 인테리어 값만 좀 뽑으면 나름 개꿀템 아닌가.. 입장료도 은근히 나옵니다.
재미는 있는데, 머리를 쓰는 퍼즐보다는 몸으로 뭔가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는 게 제 취향엔 맞더군요. 그런 쪽의 퍼즐만 잔뜩 있는 곳이라면 다시 가볼만 할듯.
그리고 다음은 레고까페. 저런 블럭을 조립할 수 있습니다. 설명서가 섞여 있고 부품이 간혹 빠져 있고 조립할만한 공간이 좁고 시간 단위로 돈을 내는 것까지도 다 좋은데, 안이 건조해서 오래 앉아있기가 힘들더군요. 어쨌건 레고 조립에 재미를 느껴서 그런가 마누라가 30만원짜리 테크닉 하나 사도 되지 않냐고 하는데 이걸 우째야쓰까나.
저녁은 윤씨밀방. 항상 줄이 엄청나게 긴 집인데 오늘은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갔어요. 먹어보니 왜 여기가 줄이 긴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솔직히 말해 제 취향의 음식들은 아니지만, 어느 걸 먹어도 괜찮은 재료에 나름 공을 들여서 만들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정도면 충분하죠.
그리고 다른 곳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것도 포인트. 정형화된 음식이 아닌,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니 사람이 몰릴 수밖에요. 이런 걸 볼때마다 나같은 사람은 식당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만 드네요.
이래저래 점심-저녁까지 둘이서 쓴 돈이 11만원. 배만 안 불렀다면 맥주라도 한잔씩 했을텐데 그럼 15만원. 역시 집 밖에 나가면 다 돈이에요. 그러니 1분기에 한번만 이렇게 나가던가 해야할듯.
집에서 못해도 30분이면 홍대인데 맛집은 들리기 어렵네요......
퇴근하면서 가더라도 꼭 줄이....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