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에 조립 부탁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해야할 일은 두 가지, 기존 부품 (CPU 및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것과 청소입니다.
조립을 몇 번 해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부품 교체는 사실상 조립을 두 번 하는 것과 같습니다.
뭐, 남같은 사이도 아니고 수고비도 넉넉하게 받기로 했으니 쉬는 날에 작업하겠노라 했죠. 한동안 조립을 못 해서 손이 조금 근질거리기도 했으니 잘 됬다 싶었습니다.
지금부터 보실 사진들은 어느 한산한 오후날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일하는 날이 불규칙한 탓에 쉬는 날도 들쭉날쭉 해서 글 올릴 짬이 나지를 않네요. 주야비 근무라는게 생각보다 정말 힘듭니다. 하루는 아침 출근, 하루는 오후 출근 이렇게 하다 보면 자는 시간도 틀어져서 생체 리듬이 망가지기 십상이에요.
그래도 앞으로 한달 정도 있으면 다른 근무로 전환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는 잘 넘겨 봐야죠.
각설하고, 부품들 먼저 보시겠습니다. 케이스는 프랙탈 디자인 디파인 7 입니다.
새로 교체하게 되는 부품들은 인텔 i7-12700K와 ASUS ROG STRIX Z690-A 메인보드입니다.
기존에는 i7-8700K와 ROG MAXIMUS HERO. 4세대를 건너 뛰었으니 성능 향상은 확실할 겁니다.
중고로 팔고 거기서 조금 챙겨준다네요.
나머지 주요 부품들은 RTX 3070, NXZT 크라켄 3열 수랭, HDD 2개, SSD 4개, 내장형 사운드 카드 정도가 되겠습니다.
메인보드와 CPU입니다.
요즘 보드들은 중급형도 전원부와 방열판으로 탑을 쌓아올리고 있죠.
거기에 SSD가 보드에 직결되기 시작하면서 하단부도 방열판으로 도배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과거 상급 보드 가격을 받긴 하지만요.
플라스틱으로 눈속임을 하는 저가형 보드의 경우도 있지만, 그것들을 제외하면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심미적으로 보기 좋잖아요?
그런데 하단의 이 벨크로 스티커는 당최 왜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거추장스러워서 제거해 버렸습니다.
SSD부터 장착해 줍시다.
ROG STRIX는 플라스틱 걸쇠로 간단하게 잠글 수 있게 되어 있네요. 편리합니다.
직사각형 형태의 인텔 12세대 CPU.
뜨겁지만 그만큼 자기 성능을 확실하게 내는게 앞으로의 인텔을 기대하게 해 줍니다. 그만큼 AMD도 분발하겠죠. 언제나 경쟁은 옳습니다. 소비자용 PC 시장에서 6코어, 8코어 시스템을 사용한다는게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언젠가 선물로 받았지만 딱히 쓸 일이 없어 창고에 먼지만 쌓여가던 GC 익스트림 써멀이 활약할 때가 왔습니다. 아낌없이 발라 줍니다.
사실 고급형 써멀이란게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정말 싸구려를 쓰는게 아니라면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데 말이죠. 유지력이나 수명의 차이가 있다고들 하니까 그런가 보다 싶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PU 온도 몇 도에 그렇게 민감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뭔가 다 귀찮아졌어요. 그래서 제 컴퓨터는 수동으로 맞춰놨던 OC도 다 풀고 그냥 씁니다. 오류 없이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됐죠.
ROG STRIX 메인보드의 전원핀은 8+4핀입니다. 기존 파워에는 8핀만 꽂혀 있었으니 케이블을 추가로 끼워줍니다.
저는 집에서 작업할 때 다이소산 약상자를 애용합니다. 같은 규격 나사끼리 깔끔하게 모아둘 수 있어서 잃어버릴 염려가 없죠. 2천원이면 하나 살 수 있으니 사서 쓰시는걸 추천드려요. 각얼음 트레이도 좋습니다.
보드를 넣고 전원핀을 연결한 다음 라디에이터를 결착합니다.
여담이지만 맨 처음 분리했을 때 먼지가 너무 많아서 마스크 쓰고 탈거한 다음 물청소까지 했습니다. 수고비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라디에이터가 흔들리지 않나 확인한 다음 펌프를 연결합니다. 펌프가 우측으로 간 탓에 메모리 1번 소켓에 간섭이 있지만, 어차피 램 소켓은 2/4번만 사용하니 문제는 없습니다.
1차 선정리. 하드와 SSD를 끼우고 대략적인 위치를 잡아줍니다.
그래픽 카드와 지지대, 사운드 카드 결착.
2차 선정리.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 부분이 제일 오래 걸렸습니다.
더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케이블에 과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넓직하게 펼쳐서 정리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나중에 추가로 부품을 교체해야 할 때 편리하기도 하고요.
완성된 모습입니다. 깔끔하군요.
전원을 넣은 모습.
측면샷.
요즘 부품들은 참 육중하구나 싶습니다. 특히 그래픽 카드 말이죠.
마찬가지로 전원을 넣은 모습입니다.
방으로 가져와서 부팅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잘 되네요.
사진은 여기서 끝나지만 추가적으로 윈도우 클린 설치 등을 부탁받아 진행했습니다. 부품이 바뀌면 초기화 해 주는 게 여러모로 좋으니까요.
조립 시간은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렸네요. 프랙탈 디자인 케이스가 조립성이 좋기도 하고 공간이 널찍해서 제 컴퓨터보다 훨씬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ITX 유저는 웁니다...
여하든 오랜만에 새 부품들을 만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ps. 프랙탈 디자인에서 토렌트 나노라는 이름의 새 ITX 케이스가 나왔더군요. 구조가 정말 매력적이라 간만에 케이스 갈이 뽐뿌가 심각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하지만 H210i 처분할 생각하면 또 귀찮아지는게...
이렇게 생겼습니다. 파워는 대각선 처리된 상단으로 올라가고, 전면에 180mm 쿨링팬이 들어가 거의 완벽하게 흡/배기가 이뤄집니다.
사진 올리고 보니 더 갖고 싶어졌네요. 이를 어쩐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