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달에 있었던 일입니다만, 호남권에 2박 3일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남자 셋이서 맛기행을, 정확하게는 전주-벌교-순천 정도의 여행을 했네요.
근데 맛기행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음식 사진이 남은 게 거의 없습니다.
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놔 두고 사진 찍는데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대충 찍고 나중에 보니 초점이 날아갔거나 흔들린게 절반, 구도가 못 쓰게 나온 게 절반이더군요.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한번 더 가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네요.
첫날은 화○순두부를 먹고 덕진공원에 들렀습니다.
먹을 땐 그냥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순두부찌개도 그렇고 콩나물국밥도 그렇고 본점과 분점의 차이가 좀 있다고 하더군요. 전주 분점에서 먹었는데 다음번엔 완주 본점으로 가봐야.
덕진공원 호수는 원래 연꽃이 유명한 모양인데 늦가을에 가서 정말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최대한 말라비틀어진 연꽃이 나오지 않도록 찍었네요.
시간이 좀 남아서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에도 가 봤습니다. 장미 사진 한 장 찍은게 남았네요.
먹고 나서 저녁은 막걸리 한상으로 했습니다만, 사진은... 생략합니다.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다보니, 특히 음식 못 하기로 유명한 경북권에 몇년째 살다보니 먹기 바빴네요.
다음날 아침은 현○옥 본점에서 콩나물국밥에 모주 한 잔으로 합니다.
콩나물으로 육수를 우려낸 것이 뻔하지만서도 이게 정말 콩나물로 우려낸 게 맞는가 싶은 맛이 나더군요.
비린내도 하나도 안 나고 시원하고 깊은게 과연 전주의 대표 음식은 콩나물국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주비빔밥은 별 관심도 없었어요.
이렇게 한숟가락 크게 먹고 얼큰시원한 속에 시원한 모주 한 모금 들이키면 끝내줍니다.
나름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꽤 기다려서 먹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두가 유명한 일○향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후 소화를 시킬 겸 아중저수지에 왔더니 경치가 꽤 멋있습니다.
저수지 건너편에는 단풍이 알록달록하게 피어있고, 파아란 가을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하지만 늦가을이다보니 가디건에 바람막이만으로는 얼어 죽는 줄 알았네요.
분명 훨씬 남쪽인데 울진보다 훨씬 추워요...
저수지 사진 한장 더. 원래는 저수지쪽에서 민물매운탕이라던가 먹을까 했지만 배가 불러서 못 먹었네요.
아, 아니 저는 괜찮은데 같이 가신 분들이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겠다고...
대신 하○비베이커리에 가서 빵을 샀습니다. 풍○제과야 어차피 다른데서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산 빵은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빵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동네에서도 유명한 빵집이라고 하는 곳에서 몇 번 빵을 사먹긴 했지만 같이 가신 분들도 여기는 급이 다르다고.
남쪽으로 차를 달려서 보성군에 왔습니다.
사실 차밭을 보러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보고 갔으면 해서요.
생각보다 좀 실망스럽긴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져서 대충 가까운 부분만 봐서 그런걸지도요.
가을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성군에 온 건 물론 벌교에서 꼬막을 먹고자 온 것이지요.
꼬막을 먹기 전에 해가 질 무렵 순천만의 벌교생태공원쪽 갈대밭을 구경해 봅니다.
HDR로 5장 스택하면 더 멋있을 것 같아서 해보기는 했는데 플레어까지 스택이 된 건 좀 그렇긴 하네요.
여하튼, 이날 저녁은 벌교 시장에서 꼬막을 2kg를 넘게 사서 셋이서 꼬막만 먹어서 배를 채웠습니다.
내년 시즌에는 조금 더 일찍 가서 전어도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이 다음날은 순천에서 조○모제과점 빵도 먹어보고(만만치 않게 맛있었습니다), 게장백반을 먹은 후 해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한옥마을이나 남부시장쪽은 별로 관심이 없고, 숨은 맛집이나 특산물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던 여행이었네요.
또 가고는 싶은데... 멀긴 멉니다. 전주까지 정말 빨리 가면 3시간 40분 정도니까.
순천 그 빵집은 원래 그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어느샌가 명물이 되서.. 한번 먹어보니 유명한 이유는 알겠더라구요. 오전에 안 가면 사기도 힘들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