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중간에 사건이 좀 있었거든요.
지금은 4시간쯤 전에 시카고에 마침내 도착해서 짐 풀고 사진부터 정리하는 중입니다.
늦은 이유는... 그랜드 캐년은 밤에 바람이 엄청나게 붑니다.
저도 바닷가에도 살아보고 하면서 이정도면 바람이 좀 센 바람이다 싶을 정도는 느껴봤는데, 이건 뭐 급이 다르더라고요.
위 사진은 9시쯤에 찍은 사진인데, 그 시간에 은하수는 남쪽 하늘에 있었습니다.
그랜드캐년은 초행이다 보니 가장 많이들 추천하는 사우스 림, 즉 협곡 남쪽으로 갔지요.
거기서 남쪽을 향해 쌩 숲을 전경으로 은하수를 찍자니 심심하고,
은하수가 움직이자니 시간이 좀 남아서 삼각대를 협곡 방향으로 놓고 조금 떨어져서 리모트를 누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아온 돌풍에 대처할 시간도 없이 삼각대가 엎어졌습니다.
카메라의 중요한 것들이 들어있는 그립쪽을 밑으로 해서 바닥에 부딪혔는데,
좋지 않은 곳을 맞았는지 그대로 카메라가 요단강을 건너버렸습니다.
뭐... 로드트립 중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사고라서...
여행의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아이폰 6s 카메라로 대체하였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다음날부터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구름이 끼어서 아주 그렇게 놓친 것은 없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귀국 후 업글을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으니... 아아 그는 좋은 카메라였습니다.
그래도 죽기 직전까지 좋은 작품들을, 유작을 많이 남기고 갔습니다.
워낙에 그랜드 캐년에서 찍은 사진의 양 자체가 많고, 하나하나 주옥같은 사진들인지라 작업을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너무 많네요.
남은 연휴 며칠간 마저 작업 및 선별해서 조금씩 올려 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마지막 작품인,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프터 아워의 해가 지고 난 그랜드 캐년 사진입니다.
해는 졌고 육안으로는 안 보이는 수준이지만 장노출을 하면 캐년 위로 별이 떠있는 멋진 모습이 나옵니다.
사실 원래 이 화각으로 스타 트레일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그러다 사고를 당했죠.
그리고 그랜드 캐년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다른 사진들과는 좀 달라서 혼자 노는 쿠키 몬스터 사진입니다. (...)
그랜드 캐년에 왜 쿠키 몬스터가 있었는지는 저도 감이 잘 안 오네요. 그래도 대충 찍은 것 치고 사진이 잘 찍혀서.
그래도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네요.
카메라 없어지고는 날씨가 안좋았다니 그나마 위안이 되시겠어요. 찍을게 많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덕분에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다.
그랜드 캐년은 정말 죽기전에 가볼 만한 곳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