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데리고 나갈만한 나이도 아니고, 두고 갈 수도 없다보니 밖에서 먹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찍은것도 거의 없네요.
한때는 가츠동에 꽃혔는데 요샌 이것도 시들해졌습니다. 일본에서도 지극히 서민 음식이니 만들기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요? 한국에서 먹기 힘들었을 때는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이더니만, 이제는 흔해지니 있으면 먹는 음식이 됐네요.
라멘도 마찬가지. 공장제 재료가 늘어서 그런가 대중화가 많이 되서 그런가, 서울 기준으로 그럭저럭 괜찮게 하는 라멘집은 멀리까지 안 나가도 됩니다. 하지만 안 나가도 된 다는 말은 아닙니다. 집 근처에는 저런 가게가 없죠. 집값 싼 동네에는 저런 가게가 안 들어오나봐요.
서민 동네에 알맞는 음식. 한마리 3500원, 3마리 만원에 파는 통닭입니다. 통닭이나 치킨이라기보다는 튀김을 먹는듯한 기분으로 사게 되더라고요. 당연히 양도 작고 고기도 얇지만 그래도 가성비는 괜찮은 편.
마을버스 타고 나가서 먹었던 라멘. 흔한 돈코츠가 아니라 토리파이탄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가볼만한 가치는 충분하죠. 처음 이사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집이 정리됐어도 이 라멘집이 있는 동네로 이사갔을텐데... 이사가 맘대로 안되니 라멘세권에서도 벗어나게 됐군요.
시장에서 파는 칼국수가 괜찮습니다. 가성비가 좋다고 보기는 좀 애매하지만요. 이거 사먹을 돈이면 짬뽕 한그릇이 나오는데, 짬뽕과 바지락 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가 심각하게 차이나잖아요.
마누라가 회가 먹고 싶다고 해서 동네 횟집에 갔습니다. 멀리까지 갈 여유는 없고, 그냥 가까이에서 회전 잘 되는 곳이 낫겠죠. 회야 재료만 보면 될테니까.
제주도에서 먹었던 그 대방어의 첫 느낌은 안 나는군요. 이렇게 보니 회도 참 비싼 음식입니다. 이런걸 매일 먹을 정도로 부유해졌으면..
동네 돈까스집입니다. 10년 전에 유명세를 타서 한번 가봤는데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나고, 요새 기글에 경양식 돈까스 사진만 줄창 올라와서 저도 가봤는데요.
이런 식의 옛날 돈까스를 안 좋아합니다. 멀쩡한 고기를 왜 두드려서 씹을 걸 없애냐는 이유에서요. 그런데 이건 잘라서 입에 넣는 순간 바삭한데 씹히는 식감이 매우 좋더군요.
이래서 유명해졌구나...하고 벽을 쳐다보니 저런 문구가 있네요.
갑자기 옛날 돈까스를 시킨 게 억울해졌습니다. 분명 맛있게 먹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다음날 또 가서 갈비 돈까스를 시켜봤습니다. 곱배기를 시키니 가격이 16000원이 되면서 양도 2인분이 됐네요. 배불러서 힘들었어요.
맛은 정말 놀랍습니다. 규카츠에서 고기를 돼지로 바꾸고 단짠을 더한 느낌이에요. 이 동네에서 맛집이라고 자랑할만한 곳이 드디어 2곳이 됐네요. 하나는 족발집이라 자주 갈만한 곳도 아니지만.
맛도 있고 고기 씹는 느낌이나 튀김 수준도 다 좋은데, 찍어먹는 소스가 아쉽군요. 그냥 돈까스 소스 말고 유자나 와사비처럼 시큼하거나 매운 소스였다면 단짠한 고기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
마지막은 오늘 먹은 닭. 누가 양념통닭이 먹고 싶다고 해서 점심부터 닭을 먹는 사치를 누렸습니다.
작은 닭이긴 하지만 이젠 두 사람이서 두마리를 먹고 치우는군요. 갈수록 돼지가 되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