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동력성능과 훌륭한 연비 그리고 동급 최대의 편의성과 승용 상용을 가리지 않는 미칠 듯한 활용성 덕에 한국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명실상부 우주명차 승용 스쿠터 PCX는, 그 특성덕에 이른바 '딸배' 라고 비난받는 직업군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마치 사륜차 업계에 K3와 K5라는 과학차가 있듯 TV에 항상 고정출연하는 대표적인 이륜차 차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렌트업체에서 1박 2일 대여해서 이용했고, 4만 5천원입니다. 사실 원래 계획이라면 CBR을 대여하려 했지만 현재는 이용불가하다고. 초보들이 멋모르고 빌렸다가 클러치 부숴먹어서 그런가. 뭐 사실 본인도 클러치를 수동조작하는 매뉴얼 바이크는 운전해 본 경험이 없기에 납득합니다. 스틱차는 그래도 꽤 타봤음.
아무튼 그리하여 단 하루 동안 PCX가 본인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바이크의 코너링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대표적인 코스, 북악 스카이웨이는 거를 수 없죠. 가속과 브레이킹을 반복하며 시속 40-50km 전후로 코너링을 진행했습니다. 양아치 딸배들이 고작 PCX만 타고서 '나 바이크 잘탐 ㅅㄱ' 를 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고속으로 달리는 도중에는 핸들을 기울여 섬세한 하중이동을 할 필요가 없이 엉덩이만 살짝 옮겨줘도 차체가 스무스하게 기울어지며 코스의 중심을 따라 회전합니다. 주행 중 양손을 전부 떼도 그대로 직진하며, 핸들 역시 나름 무거운 편이라 평탄한 도로를 달리는 상황이라면 큰 문제 없이 안정성을 유지합니다.
쓰로틀 응답성은 Linear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살살 땡기면 낮은 토크로 천천히 가고, 강하게 땡기면 높은 토크를 내며 강력하게 출발하는데요. 이 '천천히 가기' 와 '빠르게 가기' 사이의 응답 그래프가 거의 직선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얼만큼 땡기면 얼만큼 나가는지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므로, 아예 바이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강력한 출력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고 바이크 유경험자 역시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됩니다. 그렇지만 쓰로틀 각도가 상당하고 크루즈 컨트롤 기능 역시 없으므로 교외에서 장시간 고속을 유지하거나 달렸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팔목에 상당한 부담이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스쿠터 특성상 CVT로 인해 토크가 전 영역대에서 일정하게 나옵니다. 대충 70km/h를 넘으면 한계가 보이지만, 저속 영역에서는 전 영역에서 비슷한 가속력을 보이며 이는 매뉴얼 바이크 대비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수요층이 다르다고 반박하시겠다면, 정속도 주행을 위해 2단 넣었다 3단 넣었다 하는 슈퍼커브와 대림씨티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주행의 재미가 덜하긴 한데, 이건 단점으로 분류하기는 좀 애매하죠? 스틱에 환장하는 사람들도 오토가 훨씬 진보된 기술이며 운전자에게 더 편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사실에 반박하려 들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최고속도는 100km/h가 한계입니다. 내리막에서 땡기면 105 정도가 나오지만 이때도 GPS 기준 101km/h 정도밖에 못 뽑는데, 따라서 곧게 뻗은 도로가 많은 시내 외곽 혹은 교외 지역이라면 차량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배기량 원동기의 한계라고는 하지만, 한국에 달리기 좋으면서도 많은 차량이 한번에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얼마나 있냐를 생각한다면 주행에 심한 불편함을 끼치는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애매한 성능은 불만 및 기변병을 유발하기 충분하기에 ,자신이 차량 주행을 충분히 경험해 보았고 돈을 조금 쓰더라도 제대로 된 바이크를 타고 시내 외곽 혹은 노면이 좋지 못한 곳으로 투어를 다니고 싶다면 아예 거쳐가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클래스입니다. 스쿠터라면 350cc 이상, 알차라면 125cc 이상을 노리셔야 어느 정도 동력 성능에 대한 불만 없이 타실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키 정말 편합니다. 사용법은 자동차 스마트키와 유사한 부분이 많으나 세부적인 기능이 다른데, ACC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는 대신 시트와 연료 주입구를 열기 위한 키 포지션이 따로 있으며 도난을 막기 위해 시트 트렁크와 연료 주입구는 다이얼이 이 위치에 있지 않는다면 열림 버튼을 눌러도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추가로 바이크의 도난을 막기 위해 핸들을 물리적으로 잠그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스마트키가 일반 시동 시스템에 비교해 갖는 장점이야 너무 명백하고 대단한 기술도 아니니 이게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굳이 일장연설을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정말 편하긴 합니다.
탠덤 발판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탠덤 용도로도 좋지만, 좀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네요. 장거리 탠덤은 좀 힘들고, 그냥 어디 근거리 정도 태워주는 목적이라면 괜찮습니다. 텐덤시에는 바이크의 균형이 어긋나 안정성이 너프당하기에 과속은 절대 엄금이구요. 탠덤 잘 안하실거 같다면 그자리에 수납공간 하나 더 달면 됩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수납공간이야 뭐 엄청 많지는 않지만, 시트 안쪽에 헬멧 두 개를 넣으면 가득 차는 약간의 공간이 있습니다. 비싼 헬멧은 도난의 위험이 있으니 안쪽에 보관하고, 탠덤용으로 사용하는 저렴한 헬멧은 바이크 외부에 보관해도 나쁘지 않을듯요. 남는 공간에는 바이크 주행에 필요한 물품이나 간식을 보관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주행열이 이쪽으로 올라오기에 초콜릿은 여기 넣으시면 곤란하구요. 아이스크림은 보온보냉 배달통을 추가로 장착하셔야 운송이 가능합니다.
차량의 전면 왼쪽에 휴대폰이랑 보조배터리 하나 들어가면 끝나는 작은 수납공간이 추가로 있는데, 여기에 시거잭까지 들어있네요. 폰이나 GPS 장치 또는 블랙박스에 상시전원을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전선을 빼야 한다면 굳이 이 시거잭 포트를 쓰기보다는 따로 전선 빼는 튜닝을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훌륭한 시인성을 제공하는 디지털 계기판은 그 구성이 꽤 단촐합니다. 속도 창 하단에 작게 표시되는 현재시각과 연료 관련 정보, 그 아래에는 총주행거리 / 트립게이지 정도 있는데요. 가독성 역시 나쁘지 않지만 계기판이 제공하는 기능은 좀 떨어지긴 합니다. 순간연비 및 주행가능거리 표시 기능은 아예 없고 RPM 게이지도 존재하지 않으며, 속도 정보를 표시하는 아날로그 세그먼트도 없습니다. 계기판의 포지션은 나쁘지 않으나, 핸들바에 장착하는 애프터마켓 휴대폰 거치대를 장착하면 일반적인 주행자세에서 계기판이 보이지 않다는 점은 불편합니다. 아예 계기판 위에 휴대폰을 장착하는 거치대가 있다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백미러는 핸들바에 달려있습니다. 핸들바 백미러를 그닥 선호하진 않지만 가시성에 큰 문제가 없으며, 고출력 전동킥보드를 운용하면서 생긴 나름 좋은 습관 중 하나로 차선 변경시에는 무조건 숄더체크를 하기에 백미러를 본 적은 많지가 않네요.
사실 PCX의 엄청난 장점은 연비로부터 비롯되는데요, 급출발과 급가속을 반복하며 새벽에 시외를 최고속도로 질주하는 상황에서도 35km/L의 무시무시한 연비를 자랑합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무시무시한 연비는 기관에서 측정하는 구라 연비가 아니라 정말 가혹한 조건에서 1500원어치 기름으로 35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으로, 급출발과 급가속을 삼가고 연비에 집중하여 주행한다면 최대 50km/L까지 가능합니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시내주행 상황에서 40은 나오구요. 기름 7천원 정도를 먹이면 200km씩 이곳저곳 쏘다니며 투어가 가능합니다. 연료통이 10L 전후로 보이는데, 기름 40% 남을 때까지 쓰고 5L 먹이면 거의 가득 찹니다. 이렇게 채우면 또 신나게 다닐 수 있죠.
소음이 발생하지 않고 시동이 빠른 셀 모터를 적용하여 지금껏 자동차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아이들링 스톱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기능을 사용하여 안 그래도 미친 연비를 더욱 개선할 수 있는데요, 차량을 멈추면 바로 시동이 꺼지고, 스로틀을 땡기면 그 즉시 시동이 켜진 뒤 발진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 방전되는 문제는 18년형부터 개선되었고, 전압이 낮거나 엔진 열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는 알아서 작동을 멈추기에 사용자가 크게 만질 게 없어요.
이렇게 연비가 좋고 유지비가 저렴한 바이크가 편의사양까지 모두 충족하기에,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겠습니다.
굳이 단점을 찾는다면, 순정 윈드스크린의 부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바이크는 그 특성상 주행풍을 직접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는 라이더의 피로를 증가시킵니다. 윈드스크린이 없어도 시속 60km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를 넘어서면 그야말로 바람한테 쳐맞는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바람에 뒤로 떠밀리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핸들바를 꽉 잡게 되는 바 라이딩을 마치면 몸은 냉장고에 들어간 코끼리마냥 얼어붙고 코에는 일시적으로 요실금이 생기며 무엇보다도 욱신거리는 어깨와 다리 근육은 바이크가 왜 모터 '스포츠' 인지를 깨닫게 해 주거든요. 그나마 싸제 윈드스크린을 저렴한 값에 장착할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으면 되겠습니다.
브레이크 스위치가 작동중인 상황에도 쓰로틀이 차단되지 않는다는 점은 안전의 측면에서 불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이어가 잠긴 상태에서 후륜이 강력한 토크를 받아 헛돌게 된다면 당연히 슬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이 원인으로 슬립을 2회 겪었습니다. 저속 상황에서 바이크가 안정적으로 직진 중이었기에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PCX가 오프로드를 타는 바이크가 아닌 이상 주행 안전성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임은 맞습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PCX는 전술한대로 명실상부한 우주명차가 맞으며 차량을 굴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심하지만 반드시 자신만의 이동수단을 가져야겠고 그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적었으면 좋겠다! 한다면 무조건 PCX를 사셔야만 합니다. 정말 무조건이요. 딸배바이크 인식이고 나발이고가 아니라, PCX만큼 가성비 쩌는 교통수단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심지어 고장나면 아무 수리점이나 끌고가면 고쳐주죠.
만약 본인이 PCX를 산다면, 무조건 초대형 윈드스크린은 필수적으로 장착하고 계기판 주위에 설치할 수 있는 휴대폰 거치대와 시거잭 USB 급속충전기를 구비하겠습니다. 악세사리는 이 정도만 구비하면 정말 문제없이 재밌게 타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