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애매한 물건이긴 한데, 들고 다니는 물건이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니까 여기에 올립니다.
어머니께서 책 좋아하시니까 이걸로 보시라고 며느리가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왜 초기 설정은 아들이 다 하고 있는거죠.
사자마자 설정하면서 느낀 것들 간단히 써 봅니다.
휴대성: 가볍습니다. 같은 크기의 태블릿이라면 엄청 무거웠겠죠. 플라스틱이 됐건 강화유리가 됐건 보호 패널을 앞에 한장 더 깔아야 하는 태블릿과, 그런거 모르는 전자책과는 무게 균형부터가 달라요.
손으로 잡기 편하라고 일부러 베젤을 두텁게 깔아두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께는 영 별로. 이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성능: 형편없습니다. Cortex-A9 1GHz 싱글코어 프로세서에 512MB 램이라니 지금이 무슨 HTC 디자이어, 넥서스 원 나오던 시절인가요? 물론 이게 애플리케이션 깔아서 쓰라고 만든 게 아니라, 전자책만 보라고 만든 것이긴 하죠. 하지만 책 다운로드나 다른 여러 이유로 인터넷 같은 딴짓 좀 했다가는 창문 열고 아래에 주차된 불법주차 차량 위에 수직으로 꽂아두고 싶어집니다. 텍스트 정도나 힘겹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인데, 이걸로 pdf나 jpg는 시도하고 싶지 않네요.
전자종이 자체의 수준도 참 애매합니다. 고해상도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잔상과 버벅거림이 문제에요. 거기에 터치는 오질라게 씹힙니다. 이건 감압식만도 못한데 다른 물건으로 찔러보니 반응도 안하는군요. 적외선식이라는 방식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베젤이 큰 것도 이거 모듈 집어넣다보니 그리 된거지, 잡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은 절대 아닐듯.
배터리: 배터리가 줄줄 새서 구입 후 테스트를 한다는 말을 봤는데.. 일단 제가 뽑은 건 그정도는 아니네요. WiFi 끄고 화면 덮은채로 밤에 방치했다가 아침에 보니 98%. 뭐 이정도면 양호하다 칩시다.
사실 오래 써보지 않아서 배터리에 대해선 말을 많이 못하겠네요. 쓰다보면 평가가 더 떨어질지 누가 압니까.
완성도: 전용 커버를 열면 전원이 켜지고, 덮으면 대기 모드가 됩니다. 근데 이게 자석을 사용한 단순한 스위치라서 쓰다보면 꼬입니다. USB 케이블을 연결하면 전원이 켜지죠? 이 상태에서 커버를 닫으면 대기 모드가 되죠? 근데 여기서 케이블을 뽑으면 자동으로 켜지죠? 거기서 커버를 열면 '커버 조작이 있었다'라는 신호만 들어가서 대기 모드로 돌아가죠? 상식적으로 화면 덮은 상태에선 케이블 뽑아도 대기모드에서 켜지지 않도록 만들던가 하지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가..
기본 인터페이스도 굉장히 후집니다. 몇 번을 조작하고 설명서를 보고 검색도 해봤지만 기본 서재로 들어가는 방법을 끝내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관 없어요. 어차피 기본 앱 따위는 필요 없거든요. 지금은 리디북스 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써드파티 앱을 까는 과정은 아주 쉽진 않으나 뭐 그런갑다 해 줍시다.
가격: 단점 투성이라서 10만원이라는 가격이 별로 싸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20만원 주고 더 좋은거 살래? 하면 고민하게 되지요. 눈 건강을 위해서 꼭 전자종이 스크린이 필요한데 돈이 없다면 유일한 대안입니다. 이 가격대에 파는 전자책이 없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평범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사는 게 여러모로 나을것 같아요.
며느리가 한 선물을 며느리의 남편이라는 설치기사님이 설치해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