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링크처럼 갤럭시 노트 5와 G6를 두고 결정 장애에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매우 저렴한 가격까지 내려간 한 때의 최고가 제품을 구매할 기회였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G6는 이미 제 약정이 끝나기 전에 물량이 다 빠져 추가 지원금이 없는 밑장빼기 매물들만 남았고 덕분에 썩 맘에 드는 선택을 못 하던 찰나 공시지원금 표를 봤습니다.
갤럭시 S7 엣지의 마지막 할부원금 가격이 6만원 중후반이었습니다. 말이 많던 모델이라지만 최고가 제품이 저렇게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기다리면 더 좋은 선택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생각지 못한 녀석이 공시지원금을 대폭 받고 등장했습니다. 요즘 A 시리즈가 너무 못 나와 특히 방진/방수와 MST가 같이 있는 A 시리즈가 없어 말이 많던 때에 A의 마지막 자존심인 갤럭시 A8 (2018)이 올라온 겁니다.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후보군은 뭐 하나 안 좋은 소리 들은 게 없는 이슈메이커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대주인 S10 시리즈가 할부원금 10만 원 이하가 되기를 기다리기에는 세월이 너무 걸립니다. 저는 고민을 끝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이제 은퇴를 앞둔 2년 지기 친구이자 팬택의 유작인 아임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같은 체신부의 후신이라 그런지 비싸고, 조심해야 할 물건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KT에서 뭘 사면 우체국 택배로 온 것 같습니다. 항상 그렇듯 경고 스티커가 붙은 에어캡에 쌓여 왔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개통 요청이 가능한데 그 안내가 빠진 가이드와 이번 글의 주인공, 그리고 사은품인 외장 배터리입니다. 저 사은품도 밑에서 같이 소개하겠습니다.
겉은 딱히 특별하진 않은 상자입니다. 위쪽 면에는 A8 글자에 주문한 색상과 같은 블루 색상의 그라데이션이 입혀졌고 아래쪽에는 대략적인 사양과 온갖 등급 표시가 있습니다.
폭이 넓은 옆면 쪽에는 통신사 로고, 좁은 옆면 양쪽에는 각자 다른 봉인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시리얼 번호가 붙어 있는 라벨이 좀 재밌는데 칼로 시리얼 번호가 잘릴 것을 대비해 스티커로 된 시리얼 번호 2개를 뜯을 수 있습니다.
뭐든 포장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할 때는 기쁜 법입니다. 특히 그게 선물이거나 직접 산 새 제품이면 더 그렇습니다. 이제 봉인을 풀었으니 부푼 기대감을 끌어안고 그 영롱한 자태를 감상할 차례입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설명서가 들어가는 상자를 왼쪽에 내려놓으니 위장막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모든 전자제품은 설명서를 먼저 보는 게 예의이니 저 상자를 먼저 공략합니다.
USIM 칩 트레이를 빼기 위한 핀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거 빼는데 고생했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돈이 많이 든 것 같은 포장 디자인인데 그게 도리어 불편을 주네요. 안을 더 열어보면 온갖 종이와 기본 케이스가 나옵니다.
설명서가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데 질감이 부드럽고 고급지게 느껴집니다. 케이스는 투명 플라스틱인데 한 번 끼우면 영원히 못 뺄 것 같은 수준이니 끼우기 전에 USIM이랑 SD 다 끼우세요. 지금 보는 글쓴이가 훌륭한 반면교사입니다.
설명서와 삼성 페이 안내서와 스마트 스위치 광고입니다. 이런 곳마저 QR 마크가 다 붙어있던데 제가 지울 필요는 없었지 싶습니다. 잠결에 바코드 같아 보이는 건 모조리 지웠는데 낙장불입이라 그대로 올렸습니다. 물론 안 읽었습니다.
폰을 꺼내고 나면 이어폰과 USB 선과 충전기가 보입니다. USB 선은 각각 Type-A, Type-C 포트입니다. 번들 이어폰은 지겹도록 봐온 EHS64입니다. A8 Star는 무려 EO-IG955를 넣어줬다던데 시점이 딱 과도기였나 봅니다.
충전기의 사양은 위와 같고 USB Type-A 포트를 사용합니다. 어쩌면 이것도 과도기의 상징일 것 같은데 요즘은 충전기 포트도 Type-C로 나오는 게 있을 것 같네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 A8 (2018)입니다. 인피니티-오-디스플레이 때문에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하여튼 인피티니 디스플레이, 전면 카메라 2개, IP68 방수/방진이 떡하니 쓰여 있고 등짝에다 빌어먹을 시리얼 스티커를 붙여놨습니다.
뒤쪽에 카메라와 LED 조명, 뭔가 싼 티 나는 지문 인식 플라스틱이 있는데 저 위치가 카메라 렌즈에 손 닿는다고 말이 많았죠. 앞으로 S10 이후 시리즈 쓰는 분들은 이해 못 할 과거의 유산 되겠습니다.
프로세서 |
삼성 엑시노스 7885 ARM big.LITTLE↓ CPU: ARM Cortex-A73 MP2 2.2 GHz CPU, ARM Cortex-A53 MP6 1.6 GHz CPU |
메모리 |
RAM: 4 GB LPDDR4X SDRAM ROM: 32 GB eMMC 5.1 실제 사용 가능: 22.5 GB 외장: micro SDXC (최대 512 GB) |
화면 |
5.6인치 18.5:9 비율 2220 x 1080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441 ppi) 다이아몬드 RG-BG 펜타일 서브픽셀 슈퍼 AMOLED |
통신 |
2G GSM: GSM900, DCS1800, PCS1900 3G UMTS: B1(2100), B2(1900), B5(850) 4G FDD LTE: B1(2100), B2(1900), B3(1800), B4(AWS), B5(850), B7(2600), B8(900), B12(700), B13(700), B17(700), B18(800), B19(800), B20(800), B26(850), B28(700), B66(AWS-3) 4G TDD LTE: B38(2600), B40(2300), B41(2500) |
연결 |
Wi-Fi: 802.11a/b/g/n/ac 2.4 G+5 GHz, VHT80 블루투스: 5.0+LE up to 2 Mbps NFC, ANT+, MST USB Type-C(USB 2.0), 3.5mm 스테레오 |
위성 | GPS & A-GPS, Glonass, Beidou |
센서 | 가속도 센서, 기압 센서, 지문 센서, 자이로 센서, 지자기 센서, 홀 센서, RGB 광 센서, 근접 센서 |
카메라 |
전면: 기본 800만 화소 F 1.9, 보조 1,600만 화소 F 1.9 영상 촬영 해상도: 1920 x 1080 @30fps |
배터리 | 내장형 Li-Ion 3000 mAh |
외관 |
크기: 세로 149.2 x 가로 70.6 x 두께 8.4 mm 무게: 172g |
운영체제 | 안드로이드 7.1 (누가) → 8.0 (오레오) → 9.0 (파이) UI: Samsung Experience 8.1 → 9.0 → Samsung One UI 1.0 |
색상 | 블랙, 골드, 블루, 오키드 그레이 |
기타 | IP68 방수/방진, 에어리어 방식 지문 인식, Dolby Atmos, HD 스마트 DMB |
당황스럽게도 영상 촬영이 풀HD 30프레임입니다. 4K는 그렇다 쳐도 2K나 풀HD 60프레임조차 없습니다. 업데이트로도 안 주는 거 보니 선을 긋나 봅니다.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172g이라 엄청 무거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무게중심 설계가 훌륭합니다. 17년도 연식의 A 시리즈들은 S 시리즈에 비해서 되게 무거웠는데 이 녀석은 아닙니다. 이렇게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말끔하게 해소됩니다.
사실 용달 블루에 핑크 골드 조합이라 괜찮을까 했는데 실물을 보니 의외로 굉장히 맘에 듭니다. 생각보다 촌스러운 느낌이 없어요. 단지 저 빌어먹을 스티커가 옥에 티라 없애고 남은 접착제에 아세톤을 써야 했을 뿐이죠.
두께가 두껍다는 평이 좀 있는데 저는 얇은 것보다 집어 들어 올릴 수 있는 두께를 선호합니다. 평평하지 않고 둥근 표면이라 좀 안 잡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전화 받는 그립감은 훌륭합니다.
위쪽에 USIM 트레이인 줄 착각하고 열어버린 MicroSD 트레이가 있습니다. 요즘은 트레이용 고무 마킹도 잘 나오는 것 같아요. 빼고 꼽을 때 부드럽고 촉감이 좋습니다.
USIM 칩 트레이는 왼쪽에 있습니다. 나노심을 끼울 때 딱 맞는 느낌 나게끔 살짝 눌러줘야 합니다. 그냥 얹어도 다 들어간 것으로 보였는데 혹시나 해서 눌러보니 약간 떠 있더군요.
배터리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인지 완전 방전 상태로 왔습니다. 전에 아임백은 그래도 켜서 초기 설정할 정도의 양은 있었거든요. 다행히 고속 충전 덕에 빨리 충전됩니다. 말끔하게 반사되는 저 화면은 필름이 없어 곧 지저분해집니다.
환영한답니다.
하지만 제가 보고픈 건 최신의 UI이니 모든 과정을 빠르게 무시하고 3차례의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요즘은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가 아니면 저 녀석은 보기가 힘든 것 같네요.
요즘 업그레이드 화면은 단순하면서도 예쁩니다.
다시 봐서 반갑답니다.
화면이 약간 초록빛이 감도는데 화면 모드 기본 설정인 화면 최적화 모드에서 초록색 영역을 떨어트리거나 아예 기본 모드로 바꿔버리면 약간 붉다 싶지만 어쨌든 초록빛은 사라집니다.
이제 약관 동의에서 선택 사항을 배제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제는 통신사 기본 앱도 터치 한 번으로 치워버릴 수 있습니다.
기본 앱의 아이콘과 내비게이션 바 디자인은 왼쪽에서 오른쪽과 같이 바뀌었고
메뉴 디자인도 왼쪽에서 오른쪽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새 폰을 바꾼 것에 대한 체감이 별로 없고 복잡해졌단 느낌도 있었는데 위 사진처럼 찾는 기능을 못 찾고 헷갈릴만한 곳에 들어갔을 때 비슷한 다른 곳을 갈 수 있는 대안들 안내해 주는 게 꽤 감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제서야 삼성이 자기만의 플랫폼을 구축한 것 같은 게 애플처럼 삼성 관련 서비스들과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부분이 매우 커진 걸 느꼈습니다. 제가 갤럭시는 S4 미니가 마지막이라 이 부분에 대한 체감이 큰 걸 수도 있습니다.
며칠 써 본 느낌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점:
- OIS 없음. 여태 OIS 안 써봐서 내가 몸 고생 좀 하지 뭐 싶습니다.
- 풀HD 30프레임 촬영. 이건 인간적으로 진짜 정~말 너무했습니다.
- 초록빛 화면. 좀 귀찮지만 그래도 조정할 수 있습니다.
- 모노 스피커. 재밌는 게 위치가 절묘해 손으로 스피커를 가릴 일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무게 172g. 무게 중심이 잘 잡혀있지만 그래도 오래 들면 물리 법칙은 위배 못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장점: 상대적입니다만, 나머지 전부. 할부원금 44,000원까지 떨어진 무시무시한 가성비.
인간승리의 결과로 얻은 최상의 만족감을 보여준 폰입니다. 이제 이걸로 2년 버티고서 갤럭시 S10이나 A80으로 갈아타는 게 제 다음 목표입니다. 부디 그때도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리뷰에다 글을 쓰려다가 정작 사용기 분량이 너무 적어서 일반, 잡담 게시글로 썼습니다. 어쨌든 카메라 성능도 여태 보유했던 녀석들에 비해 일취월장했기에 아마 당분간은 이 녀석이 주력일 것 같습니다.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이거는 덤: 사은품 ------
사은품으로 딸려온 10000 mAh 외장 배터리로 폰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 포트가 2개가 존재하는 제품입니다. 내용물보다 포장이 재밌는게 작고 귀여운 플라스틱 손잡이가 있습니다.
내용물은 외장배터리, USB Type-A와 USB Micro Type-B 포트로 이루어진 선, 그리고 설명서입니다.
포장에도 있지만 사양은 위와 같고 프랑스에서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충전 가능한 USB Type-A 포트 2개와 외장 배터리의 충전을 위한 USB Micro Type-B 포트입니다.
이제 진짜 끝입니다.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