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번에 질문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https://gigglehd.com/gg/5733703 - 낡아서 배터리가 꼴깍꼴깍 하는 태블릿을 살릴 방법이 없을까요?
많은 분들이 댓글로 도움을 주셨고, 저는 노혼 호환 배터리나 삼성 정품 배터리를 구매하여 교체하는 방법 위주로 알아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몇만원을 주고 배터리를 수리해봤자 다시 몇년 뒤면 수명이 다할거라 생각하니, 이전글의 ForGoTTen님께서 댓글에 살짝 언급해주신 '배터리 바이패스'방법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약간의 검색 끝에 대략적인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전압 컨버터라는 부품을 이용하여 스마트폰 충전기에서 나오는 5V의 전압을, 태블릿에 달려있던 배터리의 전압인 4.2V로 낮춘다.
2. 태블릿의 배터리를 분해하면 전압을 유지하는? 보호하는? 회로가 있는데, 이 회로에 컨버터에서 전달되는 4.2V의 전기를 먹여준다.
3.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던 상황 그대로 전압 유지 회로를 기기에 연결해준다.
4. 기기가 배터리 없이 충전기에 연결된 채로 부팅된다.
난이도는 생각보다 낮은 듯 보였어요. 그래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인터넷에서 전압 컨버터를 구매했어요.
<LM2596S정전압DC-DC컨버터> 라는 물건이었습니다. 가격대도 천원 미만으로 저렴했고, 컨버팅 가능한 전압 범위도 이번 작업에 적합해 보였죠.
그리고 며칠 뒤 물건이 도착했는데...이게 변수가 있었습니다.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태블릿 속 배터리 자리에 위치시키려는 제 계획이 틀어지게 되었어요. 두께를 생각하지 않은 초보적인 실수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모델을 알아봤어요.
<B99> 라는 모델인데요, 이건 두께가 4mm수준이라서 배터리를 적출한 뒤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대략 이정도의 크기입니다.
옆의 케이블은 벨킨의 2m케이블인데, 머리부분이 망가져서 방치되었던 참에 이번 태블릿 이식수술에 사용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다른 준비물로는 전압 테스터기, 남땜용 인두기 등이 필요했는데, 마침 아버지께서 보유하고 계셨습니다.
모든 준비는 갖춰졌고, 저는 유튜브로 태블릿 분해 방법을 숙지한 뒤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렇게 등판을 따고 문제의 배터리를 적출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배터리를 분리해보니 두개의 배터리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고, 가운데 배터리 보호회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납땜 전 임시로 전압 컨버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배터리 없이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용기를 얻은 저는 곧바로 납땜과 글루건질을 하였습니다.
마침 딴에는 노트라고 펜이 들어가는 구멍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간단한 튜닝을 통해서 이 구멍으로 깔끔하게 라인을 빼낼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펜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요. 주 사용 고객이신 어머니께 펜 수납이 불가능해진다 말씀드리니, "펜? 그게 펜이 있었어?"라시던... 덕분에 맘 편히 개조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만족스럽게 뒷판을 닫고, 작업하던 책상에서 태블릿의 선을 뽑아 부엌의 식탁으로 가져갔는데...
웬걸, 전원을 연결해도 부팅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충전기를 여러가지 바꿔보기도 하고, 강제 재부팅이라는 전원버튼+볼륨하 버튼을 30초 이상 간절히 눌러보기도 하였지만 결국 태블릿은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전압 컨버터의 구매후기에 쓰여있던, 전압이 안정적이지 않고 출렁인다는 글이 생각났고, 너무 싸구려 컨버터를 사용한 문제라고 생각하며 일단은 프로젝트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류하였던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뒷판을 까고 이곳 저곳 쑤셔본 결과 한가지 방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료가 영 직관적이지 못하네요... 죄송합니다)
배터리 보호회로의 모습인데요, 원래 2개의 배터리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각각 +-단자가 있어 총 4개의 단자가 있고, 그중 저는 둘째 넷째 단자에 각각 -와 +라인을 연결해 주었었습니다.
그런데 동그라미 쳐둔, 비어있는 첫째 셋째 단자를 전선으로 쇼트시키고 떼어내자 태블릿이 정상적으로 부팅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잔류하는 전류로 인해서 배터리 보호회로가 전류를 컷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네요. 그래서 이렇게 쇼트를 통해 잔류전류를 소모하면 다시 배터리 보호회로가 전류를 통하게 하는?
(사실 전기쪽은 문외한이라 그냥 뇌내망상입니다...)
어쨌든 이 작업은 태블릿을 충전기에 연결한 뒤 한번만 해주면 되었습니다. 기기 자체적으로 전원버튼을 통해 끄고 다시 켜면 이 작업 없이도 잘 부팅이 되었어요. 태블릿을 다른 위치로 이동시킨 뒤에 새로운 전원을 먹이고는 부팅이 되지 않지만, 이 첫째 단자와 셋째 단자를 쇼트시키고 나면 부팅이 잘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셋째 단자쪽에 얇은 전선을 납땜해주고, 매듭을 지었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이후 글루건을 코팅해 약간의 내구성을 확보해 주었구요.
커버에도 구멍을 내어 선을 빼내고 끝에는 바늘을 연결했어요. 삼성 마크의 'S'글짜쪽 보이는 구멍은 '첫째 단자'의 위치입니다.
셋째 단자에 연결되어 있는 저 바늘로 첫째 단자가 있는 'S'의 구멍을 찌르면 태블릿이 정상적으로 부팅될 수 있게 되는, 주먹구구식의 솔루션입니다...
어차피 거치대에 올려두고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지저분한 방식이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만, 막상 이렇게 하고 보니 마치 주인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 장애를 가지게 되는 그런 스토리가 생각나더라구요... 드래곤 길들이기같은 그런거요. 혹은 심각한 병으로 인해서 죽을뻔 하다 수술을 통해 겨우 살았지만, 결국 평생 소변줄을 달고 살아야 하는 그런 후유증같은...
전체적으로는 이런 뒷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희망하였던 사용처인 부엌 식탁에 있는 거치대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에요.
중간 중간 애로사항도 많고 골머리도 꽤나 썩었지만, 결국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서 기쁩니다.
이렇게, 어머니의 유튜브 머신은 반영구적인 수명을 장애와 함께 얻게 되었습니다.
해피 엔딩이군요.
이제 이 도합 7000mAh의 리튬 폐기물을 까먹지 않고 분리수거일에 들고 나가는 일만 잘 마무리 하면 되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리셋 매커니즘을 버튼으로 바꾸면 좀더 완벽했을거 같은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