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애플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리더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죠.
애플도 최초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다른 회사가 만들어놓은 것들중에 좋아보이거나 자신들이 쓸만하다 생각되면 가져다 쓰는 곳이 애플이죠. (아예 그 회사를 구입해버리던가) 정말로 애플이 최초로 한 것이 뭐가 있는지 기억도 안 남.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좋은 기술 개발해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이런 좋은 것이 있다고 알려주고 그걸 사게 만드는 능력이 있어야만 시장 석권도 할 수 있죠.
거기에 덧붙여서 생태계를 만들 능력도요.
설명하기 가장 좋은 예가 MP3 일겁니다. 한국이 먼저 실용화하고 만들었지만, 결국은 애플의 아이팟이 시장을 석권.
문제는 생태계입니다. 공돌이들은 좋은 기계 만들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MP3 만들었다 해도 음원 데이타를 누가 공급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어둠의 세계에서 다운 받아서 들으면 된다고요 ? 모든 사람을 범법자로 만들 일 있습니까 ? 모든 사람들이 그런 행위에 동의할까요 ? MP3 플레이어를 쓰는 것만으로 [ 나는 범법자입니다. ] 라고 광고하게 되는 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일까요 ?
( 요즘에야 유튜브니 뭐니 그런 공짜 ( 실은 광고 봐주는 것으로 댓가를 지불하죠. ) 가 있지만 옛날엔 그런 것이 없었음. )
[ 나는 저작권 시효가 끝난 옛날 클래식 음악만 MP3 플레이어로 듣습니다. ] 라고 말할까요 ?
MP3 플레이어를 만들었으면 음원 데이타 유통시장도 같이 형성시켜줘야 하는겁니다.
[ 저 사람은 당연히 불법 다운로드 받은 음원 데이타를 듣고 있구나 ] 라는 눈총과 법적 처벌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게 해줘야 비로소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겁니다. ( 어둠의 세계만 이용하는 사람도 떳떳(?)하게 MP3 플레이어 사용 )
물론 한국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 내고 음악을 들었을까요 ?
음원 데이타을 돈 내고 사줘야 음원 데이타 가격도 내려갈 수 있고, 더 많은 음악 저작권 라이센스를 확보해서 다양한 음악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죠. 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을 부를 얘기이긴 합니다.
한국 내에서조차 충분한 수준의 경제적 규모를 갖추지 못 했습니다. 물론 한국 인구가 적고 어쩌고 그런 핑계는 가능하지만, 돈 내고 듣는 소비자 비율이 충분했다면 가능성이 있었지만, 당시 한국에서 그게 성공할리가 ? 제 기억에는 당시 돈 내고 음악 들으면 바보 소리 들은거 같네요.
기술 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 사회가 그 기술을 받아들일 ( 당연히 돈도 지불 ) 역량이 있느냐가 문제죠.
그런 역량이 없다면 생태계 조성은 물 건너가는겁니다.
물론 한국이 역량이 된다 하더라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음원 데이타장사를 할 역량이 부족한 것은 어떨 수 없죠.
요즘의 삼성이라면 세계의 모든 음악 저작권 라이센스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미국 기업들이..
요즘의 삼성 스케일의 한국 기업이 당시 한국에 있었다면, 아이팟은 한국에서 먼저 나올 수도 있었겠죠.
아이팟이라 하면 달랑 MP3 플레이어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껍데기 하드웨어일 뿐입니다.
생태계 (소프트웨어) 가 진짜 아이팟의 실체죠.
아이팟의 성공은 미국이니 가능했던겁니다. 사회가 기술을 받아들일 역량이 되고, 또한 음악 저작권 확보할 능력이 되는 애플이었으니까요.
아이폰의 성공도 역시 그렇습니다. 뜯어보면 뭐 하나 애플이 정말로 처음으로 한 것은 없습니다.
( 그 잘난 디자인 특허조차 실은 한국이 먼저 한 것도 있고, 기술면을 봐도 아이폰 초창기 것은 삼성이 설계/제조한 AP 를 사다 썼죠 )
남들이 만들어놓은 기술들을 가져다 조합하고 최적화 잘 해서 내놓은 것에 불과할 뿐이고요. 물론 그렇게 최적화하기 위해 폐쇄 구조를 갖추고도 사람들에게 허용받을 수 있는 브랜드 파워와 최적화에 공들일 수 있는 자금, 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되겠고요. 그렇게 돈을 퍼붓도록 결정해준 경영자의 공로 역시 매우 중요하고요.
공돌이들은 기술의 우수성 이런거 생각하기 쉬운데, 정말 중요한 것은 기업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가 기술을 받아들일 역량이 있는가와 그 기업에 혜안을 갖고 있는 경영자가 있나가 문제일겁니다.
이게 한국과 미국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우수한 메모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엄청난 이익률 ( 바꿔말하면 소비자에겐 엄청난 바가지 ) 을 올리면서도 제품이 팔리게 만드는 생태계를 조성할 능력이 없어서 아이팟, 아이폰등을 내놓질 못 한겁니다.
한국엔 그것도 없었죠